코레일 ‘협박문자’ 파문

한국뉴스


 

코레일 ‘협박문자’ 파문

일요시사 0 683 0 0


휴대폰 본 자녀 “아빠 잘려?” 울먹


[일요시사=경제2팀]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수서발KTX 별도법인 설립의 반대와 임금교섭 합의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한 통이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자에는 노조가 아무리 파업을 해도 결코 정부가 의사를 바꾸지 않을 것은 물론 추후 노조에 대해 금전적 배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암시하는 압박성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이 문자는 노조원은 물론 노조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인권침해 논란으로까지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수서발KTX 법인설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후 철도노조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대응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서발KTX의 별도법인이 곧 철도의 민영화 시발점으로 간주한 철도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돌입했고, 코레일은 이에 맞서 파업에 참여한 7608명의 직원들을 실시간으로 직위해제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 게임을 치르고 있는 것.

인권침해 논란

‘당위성 없는 불법파업에는 어떠한 양보나 타협이 없다’는 코레일 측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철도 민영화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노조 측의 첨예한 대립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1일 등장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인권침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철도노조 노조원들을 상대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자에는 “직원여러분, 정당한 권한을 가진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서발KTX 운영주식회사 설립을 의결했습니다”로 시작하여, ‘잘 아시잖아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정책은 결코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셨잖아요. 석 달 열흘을 파업하면 뭐가 달라질까요’라는 등 사실상 노조의 항복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국민들이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에게 덧씌워져 정부의 철도정책은 초강력 외주화요구 등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할 것임을 천명하였고, 덧붙여 ‘참여하셨던 분들의 피해만 고스란히 누적될 것’이라며 향후 파업으로 인한 손실 책임을 노조와 노조원들에게 물을 것임이 암시되어 있다.

내용 중에는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실 때’, ‘수서발이 아닌 우리의 직장부터 지키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정중한 멘트가 포함되어 있지만 정작 이를 받은 철도노조원 입장에서는 ‘이기지도 못할 파업 그만두고, 직장 잘리고 손해배상 당하면 당신들만 손해’라는 식의 협박성 메시지로 인식되어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 문자는 철도노조원 뿐 아니라 노조원들의 가족,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보내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졌다.

철도노조 측은 파업 중인 노조에게 사측이 협박성 문자를 보낸 것도 부당 노동행위에 속하는 것인데, 노조 가족들에게까지 이러한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뿌리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백승권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한 노조원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이 문자를 받았는데 주변 친구들이 ‘너희 아버지 잘리는 거냐?’고 해서 아이가 학교에서 울며 들어왔다. 노조원도 아닌 가족, 어린 아이에게까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 돌입한 노조 가족에 메시지 보내
정부입장 불변·금전적 배상책임 암시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 또한 “해당 문자메시지는 코레일 임직원·가족들을 위한 포털 사이트인 ‘코레일 가족동산’에 가입된 회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다보니 어린 아이에게까지 문자가 날아간 것 같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로써 신속히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법적대응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원과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송된 문자 메시지에 대해 시민단체의 비난도 이어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파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못하도록 단체 문자를 보낸다거나 회유, 종용 또는 그 이상의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것은 노조법 81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것. 또한 노조원 가족들에게까지 문자가 보내졌다는 점에서는 반복적인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파문은 정치권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철도파업은 정부와 코레일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의 결과”라며 “노조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파업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무차별적인 문자로 불법 파업임을 호도하며 복귀를 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역시 “코레일과 정부는 일방적으로 ‘믿어 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 문제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다”며 “법이 보장하고 있는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한 노조에게 정부가 자녀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파장이 커지자 코레일은 “해당 문자는 최연혜 사장이 보낸 것이 아닐 것이다”며 진화에 나섰다. 해당 문자는 각 사업소에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보낸 문자일 뿐 사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명이다. 코레일 담당자는 “본사가 아닌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직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알 뿐 구체적인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각 사업소에서 개별적으로 보낸 문자라고 치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문자 메시지에 ‘앞으로 다시 민영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사장인 제가 책임지고 막아내겠습니다. 사랑하는 직원 및 가족 여러분,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최인혜 사장 본인이거나, 적어도 최사장의 지시로 무차별 문자가 보내진 것으로 사측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노총 등은 사장의 지시로 노조원과 그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놓고 사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는 코레일의 행태만 봐도 그동안 철도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별도법인을 강행하는 이중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성 입증

민주노총은 “코레일은 그동안 이번 수서발KTX 분할 민영화가 철도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사가 주도한 계획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자신들이 보낸 문자를 통해 민영화가 정부 압박에 의해 강제로 추진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면서 “진실로 파업 중단을 원한다면 협박성 문자가 아닌 사회적 합의 기구 설치를 통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영욱 기자 <syu@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