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변 새해 예산안 전쟁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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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주변 새해 예산안 전쟁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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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만 되면 여의도는 '쩐의 전쟁터'


[일요시사=정치팀] 매년 연말이 되면 여의도에선 이른바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바로 새해예산안 편성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의 기싸움이다. 누가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느냐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엇갈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 기간 여의도에서는 예산편성의 실권을 가진 예결위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첩보전까지 벌어질 정도다. <일요시사>가 연말 여의도에서 펼쳐지는 새해 예산안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새해 예산안을 상정하면서 올해도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한 여야 간의 대결은 물론이고, 지역구 예산을 따내려는 각 의원들의 각개전투,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들까지 뒤엉킨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때문에 이 기간 예산안을 실질적으로 주무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이하 예결위원)들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예산의 힘

여야는 올해 여당 8명, 야당 7명 등 15명으로 예결위원들을 선정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국회의원은 예산을 심사한다. 각 상임위별로 소관부처의 예산을 심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예결위원들은 각 상임위별로 올라온 예산을 최종적으로 심사해 삭감하거나 증액하기 때문에 절대적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이들에게 예산 관련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다.

작년 예산심사기간 예결위원들은 한 호텔에서 예산을 심사해 '호텔방 심사'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호텔방 심사가 탄생한 것은 어디까지나 밀려오는 예산 관련 민원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작년 호텔방 심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예결위원들은 올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본회의장이나 예결위 소위원회 회의장에서 심사를 하는 방안이 있다. 대신 최대한 위원들이 출입을 자제하며 민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속기사를 대동하고 아예 지방의 연수원 등으로 내려가 심사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예산 민원에서 벗어나기 위한 예결위원들의 몸부림이다.

실제로 이 기간 예결위원들의 의원실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동료의원들은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정부부처, 사회단체 등에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배정해달라며 매일같이 찾아와 읍소하다시피 한다. 하지만 의원실을 찾아도 예결위원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일부 예결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예산심사 기간에는 일부러 의원실을 찾지 않기도 한다. 대신 모처에 머무르며 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일부 부처의 공무원들과 예산배정이 절실한 의원의 보좌진들은 하루 종일 예결위원의 의원실이나 계수조정소위 문 앞을 지키며 예결위원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한번이라도 만나 예산배정에 대해 읍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돼버리기도 했다.

예결위원의 보좌진들은 하도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누가 찾아와도 "검토해 볼 테니 (가져온 서류를) 놓고 가시라"는 말이 첫 인사가 됐다. 한 예결위원의 보좌관은 "모 지자체 시장은 예산배정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와 이야기 도중 갑자기 보좌진들 앞에서 무릎을 꿇더라. 깜짝 놀라서 일으켜 세웠다. 그만큼 다들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예결위원 어딨나? 첩보전 방불
예산 달라 무릎 꿇고 읍소하기도

특히 올해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대부분 지자체의 세입 예산이 줄어들면서 예산 따내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각 정당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챙기기도 치열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여야 모두 지방선거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소속 당 자치단체장의 재선을 위해서는 그만큼 당 차원에서 예산을 밀어줘야만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예산확보는 정치생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매년 국비를 얼마나 따냈느냐 하는 것이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예산확보는 필수적이다. 모 지역구 의원은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역공약 예산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요즘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라는 전언이다. 만약 올해도 지역공약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재선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예결위원은 물론이고 해당 의원 보좌진들과의 지연과 학연까지 총동원하는 사례도 많다. 예결위원과 해당 보좌진의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을 모두 파악한 후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는 이들을 통해 배정받고자 하는 예산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와중에 식사자리라도 한번 마련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로비가 된다. 하지만 이렇듯 몸값이 높아진 예결위원들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청탁은 수도 없이 몰려오는데 들어줄 수 있는 청탁은 극소수다. 그만큼 거절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으로서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당내 힘 꽤나 쓴다는 중진들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예결위원들도 다음 총선 때면 또다시 공천에 목을 매야할 파리 목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탁을 다 들어주면 부실심사니 선심성예산이라느니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실익도 없이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예산 배정이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예산 배정을 부탁했던 정치인이 낙선하는 경우, 해당예산까지 은근슬쩍 삭감되는 경우도 많다. 국토부가 작년에 감액한 예산 24건 중 절반 이상은 낙선한 의원이 속한 지역의 예산으로 나타났다.

제때 처리할까?

강원도 모 지역구의 의원이 낙선하자 해당의원이 '쪽지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힘들게 끼워 넣은 일반국도건설비 20억원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이유로 아직까지도 집행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올해도 새해예산안 처리를 놓고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첫 예산인 만큼 공약실천을 위해 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공약·민생·미래포기 '3포 예산'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데드라인이 코앞이지만 새해예산안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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