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쌍용건설 흥망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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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쌍용건설 흥망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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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 오뚝이 제대로 넘어졌다


[일요시사=경제1팀] 해외건설명가인 쌍용건설에 부도 시한폭탄이 장착됐다. 6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건설 경기 한파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법정관리를 택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동시에 화려한 재기를 노렸던 김석준 회장의 날갯짓도 꺾이게 생겼다. 그동안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사 속의 흥망성쇠가 깊이 서린 쌍용건설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봤다.

새해 벽두부터 쌍용건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동성난에 빠진 뒤 채권단의 지원 중단으로 결국 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자본 확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상장폐지도 확정됐다. 쌍용건설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를 자랑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매각 불발 탓?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인가 여부를 결정하면서 법정관리인도 함께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운명도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당초 쌍용건설 채권단은 두 번째 워크아웃과 해외수주 부진, 경영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해임을 추진해왔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불발됐지만,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은 채권단에 돌릴 안건에 쌍용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3000억원 자금지원과 함께 김 회장 해임안을 담았다.

하지만 이제 선택권이 법원으로 넘어감에 따라 쌍용건설은 김 회장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쓰러져가는 회사를 바로 세워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한때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의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불과 29세던 1983년 1월 쌍용건설 사장직에 올라 30여년의 시간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창립 15년 만에 쌍용건설을 업계 시공순위 7위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탄탄대로’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에게 처음 찾아온 시련은 IMF 외환위기였다. 1998년 IMF가 닥치면서 쌍용그룹이 해체됐다. 같은 해 11월 첫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게된다. 이 때문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은 뒤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그는 채권단의 요청으로 다시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신분을 달았다.

이후 그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절치부심하며 재기에 몸부림쳤고, 그 결과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여만인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두번 워크아웃 이어 또 법정관리 신청
협력사 줄도산 우려…김석준 거취 주목

하지만 시련은 또 다시 찾아왔다. 2002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이용해 쌍용건설 최대주주가 된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워크아웃 졸업 후 M&A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8년 2당시 주당 31000원의 가격을 제시한 동국제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캠코와의 가격 협상이 결렬돼 결국 불발됐다.

캠코는 쌍용건설을 다시 매각하기 위해 2011년부터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과 홍콩계 시행사 시온, 국내기업인 이랜드 등과 5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이 역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결국 주식 매각을 포기하고 2012년 말 외부 투자자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마지막 매각에 나섰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했다.

잇단 위기 속에서도 김 회장은 ‘건축의 기적’으로 불릴만한 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내 주택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전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 건물을 다수 지어왔다.

2010년 6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3개동은 쌍용건설을 해외 건축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대역사였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3대 호텔로 꼽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싱가폴 ‘W호텔’ 공사에서는 친환경 건설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찬사도 받았다.

쌍용에 대한 만족도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3년간 해외사업부문에서 1843억원의 이익을 냈고, 2008∼2010년 3년 연속 흑자를 내며 선전하기도 했다.

현재도 쌍용건설은 8개국 16개 현장에서 3조원(29억 달러)가량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책사업인 랑카위 개발 프로젝트 1호인 ‘세인트레지스 호텔 랑카위&컨벤션센터’ 사업을 단독 수주해 시공 중이다.

해외에서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쌍용건설은 연이은 매각 실패와 극심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두번째 워크아웃은 무산되고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상장폐지 위기를 걱정하는 지경에 몰렸다.

쌍용건설 몰락이 가져올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그룹 계열 건설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쌍용건설은 국내외 현장만 130여 곳이 넘고 협력 업체도 1400여개에 달한다. 피해액도 상당하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만 2450억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31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부활 꿈 무산

출자전환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현재 쌍용건설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477명에 달한다. 여기에 쌍용건설의 국내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국가적 손실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 회장의 ‘쌍용건설 되찾기’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가 써내려온 ‘7전8기’ 부활의 날개도 함께 꺾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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