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여제자 성추행 교수 구속 ‘후폭풍’

한국뉴스


 

대구가톨릭대 여제자 성추행 교수 구속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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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또 하나의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지난해 12월 해당 교수가 구속되기 전인 2009년, 같은 학과 다른 여학생 또한 성추행 당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 더욱이 피해 여학생은 당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에 이 같은 내용을 상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측이 해당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제2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랑과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꼽는 가톨릭대의 불미스러운 여제자 성추행 사건 뒷이야기를 심층 취재했다. 

여제자 성추행 교수, 지난해 8월 사직서 내고 ‘사퇴’
교수 사퇴로 마무리? 경찰 추가조사로 결국은 ‘구속’

대학 교수의 제자 성추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대학들이 이 같은 사건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발생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교수의 이름으로 
제자 몸 ‘슬쩍 터치’

지난해 대구가톨릭대학교(이하 가톨릭대)에서 발생한 여제자 성추행 사건도 다르지 않다. 가톨릭대 A학과 전 학과장 김모(57)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초다. 당시 대학 측은 하필 입시철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져 학생 모집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하지만 김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김 교수는 실습이 많은 학과의 특성을 이용, 주로 연구실에서 성추행을 시도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해당 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20·여)씨의 손과 엉덩이,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방법으로 성추행했다. 이 같은 성추행은 3월부터 8월까지 계속됐고,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해 8월 학교 측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김 교수가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학교 측의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퇴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사직서를 받고 끝낼 일이 아니라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김 교수를 경찰에 고소, 정식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김 교수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말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김 교수의 혐의 사실을 확인한 경찰에 구속됐다. 

교수 사퇴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김 교수 성추행 사건은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 같은 사실은 더 큰 논란과 후폭풍을 몰고 왔다. 

A씨가 성추행 당하기 1년 전 이미 같은 학과 B씨가 성추행 당한 사실이 있고, 2009년 당시 B씨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에 이 같은 내용을 상담했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9년 당시 가톨릭대 측이 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아 제2의 피해자인 A씨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2009년에 확실히 대처했다면 2010년 같은 학과에서 같은 성추행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1295848763-60.jpg 이와 관련 대학 측은 “2009년 같은 교수에 의한 또 다른 성추행이 있었던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기자는 가톨릭대를 직접 찾아 학교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가톨릭대 박승길 홍보실장은 “2009년 같은 학과 학생의 상담이 있었고, 일 년 뒤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 같은 문제제기는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상담실의 원칙상 학교 측에서는 모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와 비밀보장을 우선으로 하는 상담 원칙상 피해자가 비공개상담을 원하고 상담실에 신고 접수를 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 회부는 물론 위원장과 총장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2009년 당시 B씨의 상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한 어떠한 내용의 상담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고, 학교 측에서 사실을 몰랐다면 B씨가 비공개상담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다른 피해자 
2009년 상담하고 휴학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가톨릭대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2009년 당시 B씨를 상담한 카운슬러가 퇴사하고 지난해 10월 새로운 카운슬러가 부임해 있었다.

새로운 카운슬러는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의 경우 비공개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같은 경우에는 윤리위원회나 학교 관계자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상담의 목적일 수 있지만 상담 자체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상담 자료는 통상 4년간 보관하지만 비밀보장의 원칙상 공개해서도 안 되고 상담 내용에 대해 누설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는 실제 가톨릭대의 ‘성희롱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을 살펴봤다. 상담은 전화나 방문, 이메일 상담이 모두 가능하고 ‘공식적 해결’과 ‘비공식적 해결’로 그 처리 방법이 나뉘어있다. 

상담자가 ‘공식적 해결’을 원할 경우, 상담센터에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 및 접수하면 교내 성윤리위원회의 사건조사를 진행하고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사건에 대해 총장은 부서전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09년 또 다른 피해학생 교내 상담실 상담했지만 학교 측 묵인  
당시 사건 인지하고 제대로 대처했다면 제2의 피해학생 ‘없었을 것’ 

반면 상담자가 ‘비공식적 해결’을 원할 경우에 상담실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조항에 따라 성윤리위원회에 알려서는 안 되며 다만 상담자가 원하는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와 중재처리를 도울 수는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개인적인 중재는 도울 수 있다는 것. 

박승길 홍보실장 역시 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는 2009년 피해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센터 측에서 가해교수에게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정상 ‘성희롱 사건의 처리 절차’가 이렇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개인 비밀보장도 중요하지만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사안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징계를 원치 않는다고 해서 학교 측에 가해자를 알리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담실을 찾은 피해자가 자신의 신변이 노출되거나 가해자에게 자신의 상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비공개 해결을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이 같이 약한 감정을 이용해 성추행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가톨릭대 성추행 사건만 보더라도, 2009년 피해자인 B씨는 신변노출이 두려워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고, 교내 상담실을 찾아 상담만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학교는 물론 경찰에도 적극적으로 알렸고, “교수가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개인 비밀보장
큰 피해 될 수도

결국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학교 측은 “피해학생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 빠른 시일 내에 사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피해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B씨는 결국 2009년 휴학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과 조교는 “교수가 사퇴하고 나서야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명의 피해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추가 피해학생이 있는지는 드러난 게 없다”면서 “학과 특성상 여학생이 많아 남조교인 나와 속 깊은 얘기가 오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명의 학생 중 한 명은 2009년 12월 휴학했고, 다른 한 명은 재학 중”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피해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해자가 학교에 남을 수도, 학교를 떠날 수도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담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희롱 특히, 교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이 공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는 철저히 하되, 학교 측에 가해자를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한 사람이 피해를 감수함으로써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박승길 홍보실장은 “2009년 2010년의 사건을 떠나서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학교 측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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