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 이중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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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 이중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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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정권 옹호 방송은 '편애', 정권 비판 방송엔 '재갈'?


[일요시사=정치팀]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심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권 비판 내용을 실은 방송에 대해선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방송에 대해선 '문제없음' 결정을 잇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징계 근거로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들고 있지만, 이 잣대가 사안마다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균형을 잃은 방심위의 편파 심의 실태를 <일요시사>에서 점검해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6일 발표한 '2013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현직 기자들은 4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언론환경이 나빠지거나 제자리걸음 상태인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언론활동 수행 자유도가 3.06에서 2.88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5점 척도) 박근혜정부 출범 1년도 채 안 돼 언론자유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정부보다 더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언론장악의 첨병?

전문가들은 이명박정부에선 공영방송사 낙하산, 반대·비판 기자 해직 방식으로 언론장악을 시도했고,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규제'를 통해 언론장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전면에는 방송통신심의위가 있다.

방심위는 누리집에서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창달과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은 물론 방심위 내부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방심위의 '수상한 심의'는 수차례 반복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8일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이하 심의소위)에서 KBS <미디어인사이드>의 지난해 12월8일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이라는 주제의 보도에 대해 '의견진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의견진술은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대상이 되는 법정제재(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및 경고)에 앞선 조치다.

당시 <미디어인사이드>는 "종북이라는 표현에 대해 언론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지만, 심의소위는 야권 추천 심의위원 2명(김택곤·장낙인 위원)의 '정치 심의 보이콧' 속 여권 추천 위원 3명(권혁부 소위원장, 엄광석·박성희 위원)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며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심의소위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지난해 11월25일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독도 문제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 인터뷰가 부적절했다(공정성·객관성 위반)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이상의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이날 심의에서도 야권 추천위원 2명은 정치 심의라며 보이콧을 선언, 여권 추천 위원들 3명만이 심의를 진행했다. 

양병삼 CBS 제작부장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에 대해 박 신부 발언의 정확한 진의와 핵심을 알고자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며, 오히려 공세적 질문으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반박은 가볍게 무시됐다. 
비록 여권 추천위원 3명이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 등 제재 수위를 다르게 제시해 전체회의에서 최종결정이 내려질 예정이지만, 전체회의 인적 구성도 여권 추천위원 6명, 야권 추천위원 3명이어서 중징계는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편파·표적 심의 증가
4년 전 비해 언론자유도 후퇴

특히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징계 결정은 수년째 언론인 영향력 1위를 달리고 있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9>의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청구 관련 보도(12월5일 방송)에 대한 '관련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 처분이다. 당시 방송에서 <뉴스9>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교수를 출연시켜 장시간 반대·비판론을 내보낸 것이 문제가 됐다.

이외에도 최근 KBS <추적 60분>이 방송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 전말'도 방심위는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방심위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국정원·검찰의 무리한 수사 및 기소에 대한 1심 판결 무죄 결과도 보도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7월에는 RTV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제1부)>도 특정자료만을 근거로 역사 편향적 해석의 방송을 했다며 각각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RTV는 "방심위의 징계는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허용치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법원에 역사 논란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방심위의 수상한 심의의 화룡점정은 지난해 8월22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카이스트 석좌교수 시절인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방송에 대한 '권고' 처분이다. 당시 방심위는 해당 방송이 예능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의 진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뒤늦은 처분을 내려 '안철수 죽이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종북몰이, 막말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일부 종편방송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사례가 많다. 일례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소속 3명의 지자체장을 '종북'으로 매도한 TV조선 <뉴스쇼 판> 발언에 대해선 지난 12월18일 심의소위가 명예훼손 '문제없음', 공정성·객관성 조항 위반에 대해선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제재인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을 전하며 채 전 총장의 반론을 받지 않은 TV조선에 대해서도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추천위원은 "방심위가 '여6 대 야3' 구도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논의하고 합의하려고 해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여권 측 위원들이) 요지부동"이라며 "야권 추천 위원들은 끝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내부 불만 폭발

방심위의 공정성·일관성이 사라진 잇따른 심의결과에 방심위 내부 불만도 폭발했다. 방심위 노조는 지난 7일 편파 정치 심의를 일삼은 '권혁부·엄광석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여권 추천위원들의 자의적이고 일관성 없는 심의로 국민과 우리가 안녕하지 못하다. 자의적이고 비일관적인 심의를 일삼고 있는 권혁부 소위원장, 엄광석 위원의 행태에 우리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낀다"며 "권 소위원장과 엄 위원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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