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저주’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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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청계천 저주’ 진실은?

일요시사 0 1041 0 0

사건사고 펑펑…굿이라도 해야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강북의 알짜배기 땅으로 통하는 청계천 주변이 뒤숭숭하다. 청계천 인근에 터를 잡은 굴지의 기업들이 각종 구설에 오르고 있어서다. 이른바 ‘청계천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여의도 중앙로 주변 회사들의 잇단 부도로 나돌았던 ‘여의도 저주’에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갑오년 새해가 밝았지만 몇몇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을 전망이다. 총수의 구속, 세무조사, 일감 몰아주기, 갑의 횡포 논란 등으로 불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도심 내 청계천 주변에 위치한 회사들이 그 중심에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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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청계천을 따라 위치한 회사 중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과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그룹 등 대기업 두 곳은 총수가 수감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리를 비운지 벌써 1년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펀드자금 중 약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에 나섰지만 2심에서도 1심에서의 형을 그대로 선고 받았다. 최 회장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SK그룹 측은 그룹 전반적으로 오너 공백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SK그룹은 리더십 부재로 인해 의사결정 등이 미뤄지거나 늦어지면서 각종 사업 차질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혐의는 조금 다르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8월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기 위해 한화 계열사의 돈 3500억원을 가져다 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지난 4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배임행위 적용과 배임액 산정이 일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졌다.

현재 김 회장은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서울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1년이 넘도록 장기화되는 ‘오너 공백’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일단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선 눈에 띄는 부침은 없다. 다만 오너십 부재가 건설, 생명 등 각 계열사 경영 리더십에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경영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뒷받침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새해에도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정부가 경제민주화 후속 고삐를 늦출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이들 두 기업의  고속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줄기 따라 터 잡은 굴지의 대기업들 구설
갑 횡포에 기업 몰락까지…잔혹사 도미노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과 청계천 주변 다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은 갑의 횡포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특약점 쪼개기, 방문판매 사원 빼가기, 매출 압박 등 특약점주에 대한 갑질이 드러나며 구설에 올랐다. ‘아니다’로 일축하던 아모레퍼시픽 측은 특약점주들에게 가했던 막말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더 큰 고초를 겪어야 했다.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전 사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과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하락했고, 추락한 이미지는 쇄신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피해점주와의 협상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회사 안팎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에 사옥 개발로 2013년 2월 청계천 주변으로 이전 하고 난 뒤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청계천 쪽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에서도 지난해 말 선박부품 납품을 미끼로 수십억 원의 뒷돈을 챙긴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로부터 모두 35억여원을 챙겼다.

납품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300여만원짜리 사이클머신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내가 갖고 싶어한다고 김연아 선수가 사용하던 목걸이까지 사달라고 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갑의 횡포 서막을 열었던 남양유업 역시 청계천 주변에 위치해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끊임없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하는 통화 녹취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다. ‘배째라’ 대응으로 일관하던 남양유업은 여론이 악화되면서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남양의 주가가 떨어지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여기서 일단락되나 싶더니 남양유업은 최근까지도 자사 제품을 띄우고 경쟁사 제품은 깎아내리는 이중플레이로 잇단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붕괴직전에 놓인 동양그룹은 청계천 징크스에 정점을 찍는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벼랑 끝에 섰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만기를 앞둔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SOS 지원’을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하면서 우려했던 위기가 몰아닥쳤다.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 계열사 다섯 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5만 여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뿌려졌고, 현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결국 현 회장은 구속 위기에 놓였고, 동양그룹은 공중분해가 불가피한 처지가 됐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잇따라 고초를 겪자,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터의 저주’가 아니냐는 풍수설까지 화제로 등장했다.

사옥 이전 검토

재계 한 관계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화를 당한 사옥이 청계천 중심으로 몰려있는 것이 이상하긴 하다”며 “청계천 주변에 위치한 모회사는 현재 건물을 장기임대해서 쓰고 있는데, 건물 이사 후 각종 구설에 휩싸이면서 사옥 이전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양만열 동방대학원대학교 풍지리학 교수는 “건물의 쾌기와 향이 기업의 오너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항상 고통이 따르고 힘들다”면서도 “무조건 적으로 기업의 위기를 터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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