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대란 현장] 고객들 "국민은행 못 믿겠다" 불신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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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대란 현장] 고객들 "국민은행 못 믿겠다" 불신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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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고객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국민은행 명동영업부에서 개인정보 유출 확인과 카드 재발급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명동 영업부에는 고객정보 유출 확인과 카드 재발급을 위해 오전에만 150여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국민은행 명동영업부 오전에만 고객 150여명 방문…직원 조차 "회사는 카드 재발급 안해도 된다 하지만..." 불안

[이지경제=최고야 기자] 직장인 황지영씨(33세, 가명)는 최근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보면서 이들 카드사에 신용카드가 없어 한동안은 안심했었다. 

하지만 국민카드의 계열사인 국민은행 고객 정보까지 빠져 나갔다는 소식에 불안해졌다. 황씨는 지난 2011년부터 국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는데다가 국민은행 체크카드로 항상 결제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황씨는 국민카드 홈페이지에서 고객정보유출 여부를 ‘휴대폰 인증’을 통해 확인하려 했지만 ‘주민등록번호 오류’로 확인할 수 없었다. 국민카드 콜센터에 계속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황씨는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대기 인원 30여명을 기다린 후 ‘성명,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주거상황, 카드결제계좌, 카드결제일 등 8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씨는 2011년 국민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 당시 계열사 정보공유 동의 여부 관련해 거절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거절하면 계좌와 카드를 만들 수 없다”고 답한 국민은행 직원이 원망스럽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를 주로 쓰는 가정주부 김선희씨(34세, 가명)도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카드 콜센터에 여러 번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집 앞 국민은행에서 1시간을 기다린 후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재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카드 당장 해지하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김씨는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해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 국민은행 고객들 “은행 믿을 수 없다” 불신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국민은행 명동 영업부에도 황씨와 김씨처럼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대기인원만 36명이었다. 이미 11시 이전에 110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다. 21일 영업을 시작한지 2시간만에 150여명의 고객이 고객정보 유출 확인을 위해 방문한 것이다.

이날 국민은행을 찾은 고객들 대부분은 번호표를 뽑으면서 안내를 도와주는 국민은행 직원에게 “불안하다”는 심경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되면 어떻게 되나”, “금융사기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직원은 언론사 기사를 복사한 자료를 건네주면서 “국민은행에서 유출된 정보가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 카드 정보가 유출이 되지 않았고 유출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는 없다”면서 “만약 불안하면 재발급을 받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나도 정보가 유출됐는데 앞으로 피해 당할 일이 없어 재발급을 받지 않았다”면서 “만일 피해를 입게 되면 국민카드에서 다 보상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고객들은 “지금 아니더라도 몇 년 후에 피해를 입게 되면 어떡하나”라고 재차 물었고, 국민은행 직원은 “그것도 시기 상관없이 모두 피해 보상 해준다”고 고객을 안심시켰다. 

또한 “나중에 금전 피해를 당하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때 가서 국민은행이 발뺌하면 우리가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객의 질문에는 국민은행 직원은 “향후 금전 피해를 당하게 되면 국민카드 측에서 모두 다 알게 되니 걱정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국민은행 곳곳에 벽에 붙은 안내문과 TV 브라운관에서 ‘피해 당할 일은 없다’라는 안내에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보였다. 

부인과 함께 국민은행을 찾은 70대 김상엽씨(가명)는 “26년간 국민은행과 계속 거래해왔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돼 배신감을 느낀다”며 “은행에서 카드 재발급 안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믿나”라고 말했다.

또 이진영씨(30대, 가명)도 “안내문에 괜찮다고 나오지만 절대 믿을 수 없다”면서 “다들 이런 일 생기면 문제없다고 하는데 고객정보 유출한 다음에 그 소리를 하니 기가 막힌다”고 분개했다. 

◆ 국민은행 직원 “회사에서는 재발급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국민은행 창구 직원들도 몰려드는 고객에게 고객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해주고 카드 재발급 신청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창구 직원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하다보니 목소리도 이미 갈라져 있었다.

국민은행 창구 직원은 “주말이 지나 출근하고 나니 개인 정보유출 문제가 크게 확산돼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법을 빠르게 숙지해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두 당혹스러워 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부터 개인정보유출 확인과 카드 재발급을 받기 시작했는데 어제 대기 인원만 100명이 넘었다”며 “고객에게 이번 사태 관련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지만 모든 고객들이 ‘은행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는 국민은행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업체 직원이 돈욕심에 USB로 개인정보를 빼내면서 생긴 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은행 영업점은 고객이 정보유출여부에 대해 확인하면 유출된 개인정보 항목을 적어 ‘고객님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안내장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정보유출내역을 확인한 고객이 카드 재발급 여부에 대해 묻자 직원은 “다른 카드사와 달리 국민은행은 비밀번호,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 번호 등이 유출되지 않아 위조, 변조 등 피해를 입을 일은 없다”면서 “고객이 원한다면 재발급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재발급 신청이 폭주해 재발급 카드를 받기까지 최소 10일 이상 걸리는데 사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직원들도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국민은행 직원들도 “피해 당할 일 없다”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직원 이전에 고객으로서 느끼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은행 한 직원은 “직원들도 모두 개인정보가 노출됐는데 고객 대응하느라 본인 카드 재발급 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금융당국이나 회사에서는 재발급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국민은행은 계열사인 국민카드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1년 분사되던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1,157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커지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과 함께 지난 2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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