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비서관, 감싸는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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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기꾼 비서관, 감싸는 의원님

일요시사 0 759 0 0


피해자는 '가정파탄' 의원실은 '모르쇠'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가 대학동기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를 벌인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B씨가 대학동기 두 명에게 받아 챙긴 돈은 모두 1억4천만원에 달한다. B씨는 이 돈을 모두 경륜 등으로 탕진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각된 이후에도 B씨는 아무렇지 않게 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져 더 경악스럽다. 사기꾼 비서관과 그를 감싼 의원님의 사연을 파헤쳐봤다.

피해자 C씨의 악몽은 정확히 2년 전인 지난 2012년 1월 시작됐다. 민주당 A의원의 현역 비서관 B씨는 C씨의 대학동기로 오랜 친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B씨가 모 인사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고향에 내려오면서 성사됐다.

취업 알선?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 B씨는 C씨와 또 다른 대학동기 D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현역 비서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두 사람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모 자동차 회사의 생산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대신 1인당 7천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만 된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결국 두 사람은 B씨에게 돈을 주기로 한다. 한명은 차명계좌로 다른 한명은 현금으로 B씨에게 돈을 전달했다. 대학시절 친구였고 현직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C씨는 B씨의 말만 믿고 14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딸린 식구가 있어 퇴직이 망설여졌지만 B씨는 자신만 믿으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의 취업 약속은 조금씩 미뤄졌다. 조급함이 밀려왔지만 B씨는 항상 좀 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회사를 퇴직한 C씨는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왔다. 가정은 파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10개월 남짓이 지나 지난 2012년 11월 C씨와 D씨는 B씨를 강하게 추궁하며 지급한 돈을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C씨와 D씨에게 받은 돈을 경륜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두 사람은 현역 비서관인 B씨에게 한 마디로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C씨와 D씨가 원금을 받아내는 데는 그 후로도 1년이 더 걸렸다. 두 사람이 B씨를 고발하자 결국 B씨는 C씨와 D씨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조건으로 원금을 모두 되돌려줬다. 일단 돈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합의서도 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C씨와 D씨는 직장도 잃고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퇴직과 많은 나이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원금은 받아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서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B씨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은 B씨를 다시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써준 합의서 때문에 B씨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았다. 검찰에 기소는 됐지만 불구속 기소였다.

취업 청탁 대가로 1억 4천만원 받아
퇴직 여부 오락가락, 거짓말로 감싸기?

현역 국회의원 비서관이 1억4천만원이란 거액의 돈을 받고 취업을 알선하려던, 또는 취업사기를 친 무거운 범죄였지만 합의서가 족쇄로 작용했다. B씨는 오는 2월2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해당 의원실에 직접 B씨를 해임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해당의원에게 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의원의 홈페이지 등에 이 같은 억울한 사연의 글을 올리면 글은 모두 삭제됐고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직접 C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의원은 정치개혁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논하는 주요 직책을 맡은 의원의 비서관이 뒤에서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취업사기를 벌인 것이다.

C씨는 또 다른 의문도 제기했다. 마치 다른 보좌진들이 B씨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내용이 해당 의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이 같은 내용을 실제로 의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고, 전달이 됐음에도 B씨를 해임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당사자와 통화를 요청했다. 그러자 "(B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본인이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하자 의원실 관계자는 갑자기 "(B씨가) 얼마 전 퇴직했다"며 말을 바꿨다. 정확히 언제 퇴직했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다른 보좌진과 통화를 했다. 이 보좌진은 "(B씨가) 몇일 전에 퇴직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언제냐는 질문엔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일정 때문에 자주 의원실을 비웠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결한 보좌진은 "(B씨가) 오늘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고작 9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료가 언제 퇴직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보좌진마다 대답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일요시사>는 해당사건에 대한 A의원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A의원실은 "해당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E보좌관인데 정치개혁특위 때문에 바빠 자주 자리를 비워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E보좌관의 개인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A의원실은 "E보좌관이 좋은 일도 아닌데 개인연락처를 알려주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고 전해왔다.

취업 사기?

<일요시사>는 또 당사자인 B씨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자 B씨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A의원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취재기자는 국회 사무처에 B씨의 재직여부를 조회했다. 그런데 A의원실의 설명과는 달리 해임됐다는 다음날까지도 B씨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1억4천만원을 편취한 인물이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개월째 B씨를 방치하고, 또 거짓말로 감싸기까지 하는 A의원실의 행태는 누구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정치개혁특위 활동으로 바쁘다는 A의원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치개혁은 지위를 남용하는 구태청산이 아닐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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