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한예종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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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한예종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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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마당발' 정치인 딱 걸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자신이 알고 있는 교수 인맥을 동원해 자녀를 특정 대학교에 입학시키거나 지인을 교수로 임용하게끔 압력을 행사한 '입시·임용 비리'가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특히 검찰은 이 부당한 거래에 금품이 오갔거나 정·관계 유력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여러 사람 목 날아갈 '사학 스캔들'에 '문화계 마당발'이 떨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입시 비리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한예종 입시 비리 관련 수사를 의뢰받아 관련 자료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흉한 소문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특별감사에서 한예종 무용원 소속 교수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한예종 무용원 서초동 캠퍼스 교수 사무실과 행정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조만간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은 한예종 일부 교수들의 비리 여부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이번 입시청탁에 정·관계 유력인사가 연관됐다는 제보를 받아 사건을 특수1부로 배당했다. 지난해부터 소문이 흉흉했던 한예종 입시 비리가 '사학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특수대학인 한예종은 그간 여러 사학 비리와 연루되며 홍역을 앓아왔다. 지난해 12월23일 감사원은 한예종의 A교수가 불법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A교수는 자신의 7가지 연구과제에 대한 연구비 9억1600만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연구보조원의 인건비 5843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한예종 총장에게 A교수의 파면을 권고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예종 측은 "학교가 검찰로부터 수사개시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예종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이미 예견됐다는 평이다. 그간 입시는 물론이고 교수 임용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에 분노한 투서가 많았을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 한예종 비리가 수년 동안 지속된 점을 비춰봤을 때 이를 눈감아준 고위층 인사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2년 4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이 가르친 음대 입시생 학부모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입시생을 부정 입학시킨 한예종 음악원 소속 이모 전 교수 등 4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교수는 2011년도 한예종 음악원 입학 실기시험 당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22살 B씨를 부정입학 시켰다. 이후 이 전 교수는 B씨 학부모에게 B씨를 레슨하는 과정에서 빌려준 악기를 1억8000만원에 판매하는 등 합격 사례비 명목으로 모두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 이 전 교수는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B씨를 상대로 시간당 15만원을 받고, 40여회 걸쳐 불법 과외를 하는 등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한예종 음악원 입시생 13명을 상대로 4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 전 교수는 2004년에도 입시생을 상대로 한 불법 레슨이 도마에 올라 학교 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과 입시 평가 교수 1년 제외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교수는 지난 2007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연습실을 부인 명의로 바꿔 불법 레슨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용원 교수 입시비리 정황 포착
"정·관계 유력인사도 관련" 제보
특수부로 사건배당…수사 급물살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 전 교수는 B씨 학부모를 만나 "아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살아야 한다"며 "악기는 악기사에서 구입한 것으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문서위조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전 교수는 일부 제자들에게 자신이 지정한 특정 악기사에서 고가의 악기를 구입할 것을 강요한 뒤 제자들이 악기를 구입하면 악기사 사장으로부터 악기대금의 10%를 받아 1300만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그런데 이 전 교수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입시 비리를 다른 평가 교수들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예종의 뿌리 깊은 입시 비리가 이 전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 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수험생들과 5촌 이내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수험생들을 지도한 경력이 있는 교수들은 심사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입시비리 근절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예종은 2012년 신입생 선발 중 '순수 정원 외 외국인 전형'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인 학생을 적합자로 선발하는 등 또 다시 불법을 저질렀다. 여기에 이번 검찰 수사까지 맞으며 입시 비리의 온상이란 오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예종과 관련한 비리는 입시뿐만이 아니다.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아 공개한 한예종 관련 문건에 따르면 2011년 1학기 무용원 한국무용 전임교수 공채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등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채행위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0월 홍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해당 의혹을 지피며 "공채 1차 기초심사에서 K원장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38명의 지원자 중 O·X로 33명을 탈락시킨 날림심사였다"고 폭로했다.

이어 홍 의원은 "K원장이 다른 위원들의 채점표를 확인하려고 하는 등 불공정한 심사가 진행돼 5명이 선발됐다"고 강조했다.

또 홍 의원은 "2차 전공심사는 지원자 1명에게만 특혜를 베푼 불공정한 심사였다"며 "특정인에게만 제한시간 20분을 3분 넘긴 23분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에도 어김없이 교수 임용 비리 정황이 발견됐다. 2012년 현대무용 전임교수 공채 1차 기초심사는 전형적인 '밀실공채'였으며, 17명의 지원자 중 2차 심사 대상자로 단 1명이 선발되는 등 특혜 시비가 일었다.

당시 학교 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투서가 접수되자 교수 공채를 없던 일로 하면서 논란을 비껴갔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해묵은 입시 비리의 연결 고리가 드러날 전망이다.

K원장 주변 위험

교육계 안팎에서는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한예종이 정권 입장에선 눈엣가시로 보일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를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학교에 있고, 문화계와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야당 정치인이 수사망에 오를 수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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