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방사능 공포' 소문과 진실
일본 수산물 안전? 위험?…생선요리 먹을 때마다 '찜찜'
[일요시사=사회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일본 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흐르면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식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통 수산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방사능 오염 실태 및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식물에 의한 ‘내부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따금씩 구내식당에서 생선튀김과 동태찌개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손님이 급감했지만 요즘엔 다시 되살아난 분위기다. 술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산 맥주는 여전히 뜨거운 인기다. 방사능 위험성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방사능 내부 피폭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방사능 피폭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방사능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외부 피폭과 달리 내부 피폭은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다.
‘먹거나 말거나’
정부 미온적 태도
방사능 외부 피폭은 사람의 신체 외부에 있는 방사선원으로부터 방출된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이 경우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은 신체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 및 안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연간 피폭한도는 1000시버트다. 1000시버트는 1밀리시버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방사선 종사자의 연평균 허용선량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20밀리시버트다. 자연 상태에서 쬐는 방사능은 2.4밀리시버트 정도다. 유럽을 비행기로 여행한다고 해도 0.07밀리시버트의 방사능밖에 쬐지 않는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을 촬영할 때의 피폭량은 0.1∼0.3밀리시버트고 CT 촬영을 할 때는 이 수치가 늘어나 8∼1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된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체에 올 수 있는 영향은 확률적 영향(지발성)과 결정적 영향(급성)이 있다.
확률적 영향은 저선량을 장시간 피폭당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영향으로 선량에 발생확률이 비례한다. 증상은 악성종양(암)과 더불어 백혈병, 수명단축, 겉늙음현상(가령현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올 수 있다.
0부터 250밀리시버트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250밀리시버트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00밀리시버트 정도가 되면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외적인 증상은 없다. 1000밀리시버트 부터는 위험수준이다. 특히 1500밀리시버트부터는 방사선숙취 현상이 일어난다.
이 수치가 4000밀리시버트를 넘어가면 생명이 지장이 있다. 4000밀리시버트는 반치사선량으로, 전신조사 시 30일 이내에 50%가 사망하는 선량이다. 조혈기장해를 일으키는 선량으로 볼 수 있다.
700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되면 최소 2∼3주 내 100% 사망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타난다. 1만밀리시버트를 넘는 경우는 위장관사가, 10만밀리시버트부터는 중추신경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사선을 쬐는 도중 세포손상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피폭보다 위험한 게 내부피폭이다. 방사선피폭 가운데 체내에 흡수된, 혹은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알파선, 베타선 등 입자선에 의한 선량이 감마선 등 전자파에 비해서 크게 되는 점이 외부피폭의 경우와 다르다. 한마디로 체내에 유입되는 방사성 핵종으로부터의 피폭이다.
일본 아이돌 토키오의 리더 야마구치 타츠야는 후쿠시마를 응원하는 캠페인으로 ‘후쿠시마 사랑해’라는 광고를 촬영하고 ‘동일본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1년 동안 그 지역 농산물을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방송 도중 받은 전신 스캔에서 ‘세슘 137에 내부 피폭 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부피폭은 괴담이 아니었던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안감 고조
피폭 실태·정보 제대로 파악 못해 우왕좌왕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로 흡수되면, 갖가지 방사성 원소가 각기 다른 곳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세슘은 우리 몸의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킨다. 요오드와 스트론튬은 각각 갑상선과 뼈에 모여 장애를 일으키고, 플루토늄은 폐를 집중적으로 손상시킨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직접 방사능을 쬐는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같은 양이라고 하면 내부 피폭의 노출이 장기적이다. 외부 피폭은 피난과 특수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내부 피폭은 방법이 없다. 몸 속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문제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1주일 정도지만 플루토늄은 수백년이 걸린다. 사실상 체외 배출은 불가능하다. 특히나 노약자는 매우 위험하다. 세포의 손상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 대개 원자력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반면에 의학계에서는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피폭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전사고 이후
계속되는 후폭풍
호흡기를 통한 외부 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훨씬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90% 정도가 우유, 육류, 버섯, 과일, 채소 등 식품으로 인한 내부 피폭이었다. 외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지만, 내부 피폭은 다양한 경로로 고스란히 체내에 축적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복구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65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모른 체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일본 당국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주간 아사히>는 이바라키와 지바현 등 일본 간토 지방에 속한 15개 기초 지자체의 어린이 및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꼴로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람들의 체내 세슘 비율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검출된 세슘은 134, 137이다. 세슘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알려진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음식물 섭취 등을 거쳐 아이들의 체내로 들어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변 검사를 진행한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에 있는 조소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주간 아사히> 인터뷰에서 “8살 된 아이의 소변에서 세슘 1베크럴이 검출됐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하루 몇 시간씩 세슘을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내부 피폭에는 허용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선 직접 노출보다
체내 흡수가 더 문제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것은 방사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야가시키 가쓰마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후쿠시마와 간토 지방의 아이들에게서 코피나 하혈 등이 발견되고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원인도 내부 피폭”이라며 “파괴된 유전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직이 잘못 연결되면 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사 히다 순타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히다는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은 군가 기밀로 숨겨왔고, 의사와 피폭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히다는 “미국에서 내부 피폭을 연구한 이들도 정부의 탄압을 받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연구하고 있었다”며 “그 뒤 미국과 독일에서 동료들과 방사능 피폭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그는 “지금도 후쿠시마 폭발 뒤 피폭은 계속되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흙이 오염돼 여기에서 나온 각종 음식물은 몸 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점차 아무런 이유없이 설사가 계속되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 되는 일이 후쿠시마부터 시작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다. 마치 방사능 함구령이 떨어진 것처럼 조용하다. 일부 언론은 ‘방사능 괴담’이라며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살아있는 지식인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로 유명한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는 <JTBC>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일본산 어류는 잡히는 곳과 출하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8개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준치를 강조한다.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탈핵전문가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강연장에서 “‘의학적인’ 안전 기준치란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도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제로(0)가 가장 안전한 것이다. 식품에 허용되는 방사능 기준치란 원전의 이해 당사자들, 정부나 기업 등의 ‘관리’ 수치일 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 올렸으면서 식품 기준치는 1/4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종전에는 기준치를 370베크렐로 잡았다가 최근에 100베크렐로 낮춘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기준치의 모호성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약 30개국, 250명 정도의 정부 관료 및 관계자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이 단체는 각국의 원자력 산업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관련 산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방사능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리스크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반면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만든 단체인 ECRR(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는 ICRP에 대항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의 ‘AI’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에서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AI’는 avian(새)과 influenza(유행병)의 합성어다. 주로 야생 조류 또는 가금류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엔자를 말하며, 드물게는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에서 발생한 AI의 종류는 신종 H7N9형으로 며칠 전 상하이에선 30대 의사와 70대 환자가 감염돼 숨졌다. 베트남 사망자는 H5N1형에 의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H5N8형인데 집오리, 가창오리는 물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큰기러기조차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I 사태의 발병원인으로 야생 철새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류단체에서는 철새가 오히려 농장오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고병원성 AI에 648명이 감염돼 3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신종 AI(H7N9형)에 걸린 환자는 177명으로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전국 확산 가능성
감염돼 숨지기도
이처럼 AI의 사망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위험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고열과 콧물 등이 있지만 정도가 더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고병원성 AI A형 H5N1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는 감염된 수일 이후 폐렴이 나타났다가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사망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감염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번 국내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관계자 등에게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AI의 avian(조류의)은 1870년대 생겨난 말로, 새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근 avi에 형용사어미 -an이 덧붙은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유행성 감기가 창궐했던 1743년 ‘유행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influenza에서 차양된 말이다.
이 용어를 더 추적하면 influence(영향) 또는 influentia(영향을 미치는 것:중세라틴어)에 이른다. 19세기 중반 이래에는 종종 ‘독감’의 뜻으로 쓰였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