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유통적체'…"더 쌓아둘 곳 없다"

한국뉴스


 

닭고기 '유통적체'…"더 쌓아둘 곳 없다"

일요시사 0 1479 0 0


닭고기 가공업체 "소비부진으로 닭 적체에…20~30% 매출 하락"

[이지경제=이호영 기자] 'AI' 직격탄에 출하 지연과 가격하락으로 손실을 입고 있는 양계 농가는 물론 전국 각종 닭고기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닭고기 가공업체들은 소비 부진에 따른 닭의 유통적체와 매출 하락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닭 사육과 생산, 유통 전반을 다루는 닭고기 종합 사업체인 이 업체들은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도계장에서 도계돼 유통되는 닭(육계만)은 연간 6억수 정도로, 통상 국내 닭고기 시장은 하루 150만마리가 유통되며 계절적으로 편차가 다소 커 적을 때는 120만 마리, 많을 때는 180만~200만 마리 가량이 유통된다.

 

닭고기 가공시장 상위 업체들은 모두 통닭과 육가공, 부분육, 염장육 등 전체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업계 점유율 1, 2위 하림과 계열사 올품은 "매출이 한달도 안돼 20% 하락했다"고 전했고 점유율 3위 동우도 한달새 30~40% 가량 매출이 하락했고 4위(점유율 6.4%가량) 마니커도 "매출 하락이 두 자릿수"라고 밝혔다.

 

연간 닭 7,000만수 가량을 유통시키는 올품의 경우 "저희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매출 하락폭이 너무 크다. AI 여파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상위 업체들은 매출 하락도 문제지만 신선제품인 닭이 소비되지 않은 채 쌓이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가에서 출하한 닭고기 물량이 이동제한으로 묶여 있다가 쏟아져나온 닭은 묶여 있던 물량부터 도계하고 있지만 문제는 한꺼번에 풀린 물량은 넣어둘 창고가 부족할 정도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제품인 닭은 재고를 계속 쌓아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냉동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하고, "팔리는 물량은 줄어든 가운데 그만큼 손실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이 돌입한 소비촉진 할인행사는 닭고기 가공업체들에게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가공업체들의 물량 수요가 가장 급격히 줄어들었던 곳도 바로 이들 대형마트쪽이었기 때문. AI 발발 기간 동안 가공업체들의 대형마트쪽 유통 물량은 약 80~9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했다.

 

실제 하나로마트만 보더라도 농식품부가 전국 1,000여개 하나로마트 가금육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9일 기준으로 신선 닭고기 하루 판매액이 전월보다 59.4% 감소(오리고기 판매액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대형마트들이 벌이는 행사는 소비를 다시 회복시키려는 행사로 저희 납품단가나 직접적인 매출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크게 줄었던 소비 물량을 회복시킨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또 "매출이 줄어도 고정비는 계속 지출되는 상황에서 그 비용 자체가 감당이 안 되던 저희 업체들에는 고무적인 소식임에는 분명하다. 매출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적자이고 최소 어느 정도 팔려야 하는 물량 소진 차원에서 반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닭고기 가공업체들은 "물론 타격은 크다. 하지만 3개월간 질질 끌던 예전 AI 상황보다 빨리 끝나는 듯 싶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 방역도 현저히 나아져 체계적으로 대응해 수월한 느낌이다. 한달이 채 안 됐지만 다소 진정 국면인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국내 닭의 약 50% 가량을 소비 중인 닭고기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번 'AI재난'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50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닭고기 프랜차이즈업계 1위 제너시스 BBQ도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닭고기 프랜차이즈업계 인지도 5위 정도로 연간 1,000만 마리 정도를 소비 중인 네네치킨은 "아직까지 'AI 대란'에 별로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투마리치킨 등은 AI 발발 후 10일이 지난 시점에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이외에 군소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프랜차이즈업계에 AI 영향은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프랜차이즈협회에 등록된 크고 작은 치킨 브랜드만 약 280개 가량이고 동네 자영업자들까지 합치면 브랜드는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지역 배달 치킨업체들은 사정이 다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발생 지역은 매출 하락은 현저하다. 진천에 이어 음성에서도 AI가 발생했던 충북지역 청주시내 배달 치킨업계는 '소치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10~20% 가량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그 사이 청주시내 족발이나 보쌈, 피자, 자장면 업체들은 10~30%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이 업체들은 "치킨업체 매출 저조는 AI 때문이라기보다는 최근 보쌈이나 족발 가격과 엇비슷하게 올랐던 치킨 가격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주 지역 배달 치킨업계는 비싸진 치킨 가격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올림픽 특수를 감안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매출의 원인으로 AI를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주시내 한 치킨집은 "통상 큰 행사 등이 있으면 크게 매출이 늘곤 한다. 올림픽은 보통 50% 이상 오른다. 재작년 런던올림픽 때도 20% 올랐는데 이번 올림픽 때는 잠잠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