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 ‘화법’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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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화법’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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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의’ ‘복지’ 키워드 논란 에둘러 피해
대권 목표 정한 잠룡들…더 날카롭게, 공격적으로

정치인의 화법은 화려하다. 곧바로 본론으로 치고 들어오거나,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데 ‘선수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각각의 정치 스타일에 따라 화법을 달리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단문단답’의 화법을 즐긴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설득형 화법’을 구사하고,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직설화법’을 즐기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화법은 정치인들의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정치는 99% 말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 직설화법으로 전달 안 되더라도 상황 전체를 모아보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는 게 정치인의 화법”이라지만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정치인의 정치적 특성과 향후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주자로 불리는 이들은 어떻게 말할까.

입은 제각각이지만…

정치인마다 말하는 방식은 모두 제각각이다. 이 중 박근혜 전 대표는 ‘단답화법’으로 유명하다. 정치 사안을 한두 마디로 축약해 던지는 화법으로 정중동 행보의 마침표를 찍은 것. 박 전 대표가 입 밖에 낸 말은 한두 마디에 지나지 않지만 장고 끝에 나온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백 마디 말을 했을 때보다 다채롭다.

이러한 ‘단답화법’은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계속돼 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을 압박하자 “박정희가 아닌 박근혜와 이야기하라”는 말로 굵고 짧게 받아쳤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커터칼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옮겨졌다 깨어나며 “대전은요?”라고 물었던 일은 아직까지도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이 한 마디로 지방선거의 판세가 박 전 대표의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로 거절했다. 같은 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경선룰 중재안을 꺼낸 강재섭 전 대표에게 “고스톱도 규칙이 있다”며 선을 그었고, 당시 당 최고위원이었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명박 후보를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당내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자 “오만의 극치”라고 대응했던 일도 ‘박근혜 어록’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의 99%는 말로 이뤄진다고 할 정도로 정치에서 ‘말’이 가지는 중요도는 크다”면서 “이러한 말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라거나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실패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간결하고 ‘할 말만 하는’ 화법이 대중에게 좀 더 명확한 어조로 받아들여졌음을 짚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도 박 전 대표의 화법을 ‘영리한 화법’이라고 표현하며 “압축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응축시켜 짧은 단어 몇 개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언어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최 소장은 “(갖은 설화를 겪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화법 때문에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의 화법이 주목받고 많은 이들이 호감을 표시했을 것”이라면서도 “너무 짧고 드라이한 부분이 있다”며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필요한 시점에서는 구체적이고 따뜻하게 내용을 전할 수 있는 화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직설화법’이 돋보이는 정치인이다. 입심이 세다는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그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거침없는 유 원장의 화법에 대해 최 소장은 “젊은 층에게는 톡톡 튀고 가슴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불안정하고 자극적이며 선동적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려면 화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장년층까지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날을 세운 듯한 화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이슈’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김 지사는 정치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분명한 어조의 발언으로 주의를 집중시키고는 한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알렸으며, 최근에는 완급을 조절하며 노련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 소장은 그러나 “김 지사는 과거 오랜 노동운동으로 호소력 짙은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을 얻었다”면서도 “신중하고 진중한 면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상을 줄 수 있게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화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설득형 화법’을 사용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말에 힘을 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 출신인 손 대표의 ‘설득형 화법’은 신뢰감은 줄 수 있지만 애매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어 ‘분명한 태도를 취하라’는 비판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

말 속에 뼈 심어야

실제 손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후 정치 사안에서 모호한 화법으로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1야당의 수장으로 야성을 키워가고 있어 영수회담과 국회 등원 문제와 관련,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등 확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앵커 출신인 정 최고위원은 잘 다듬어진 목소리와 호소력 있는 어투 등 ‘말하기 연습’이 되어 있는 정치인이다. 

최 소장은 “손 대표는 논리는 충분한데 핵심을 찌르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부족하고, 정 최고위원은 감성적인 언어 전달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화법을 사용하는 오 시장에 대해서도 “필요한 시기에 힘, 생동력이 느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말에 진정성이 묻어나야 하며, 입이 아닌 가슴으로 얘기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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