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대신증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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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그럴싸한 대신증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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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노조 vs 가짜노조 '스파이전'


[일요시사=경제1팀] 대신증권이 뒤숭숭하다. 창립 53년 만에 처음 노조가 결성됐는데, 곧바로 견제하는 또 다른 노조가 생겨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내부는 갈라진 모양새. 회사 안팎에선 기막힌 음모론이 고개를 든 상황이다.


창립 이후 53년간 이어진 대신증권의 무노조가 깨진 것은 지난달 25일. 대신증권 직원들은 노조 설립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 대신증권 지부(이하 대신지부)를 결성했다.

대신증권은 1962년 설립 이후 무노조 경영원칙을 이어왔다.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란 기치 아래 사측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신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도(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IMF 때도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노사 관계가 좋은 기업으로 분류됐다.


한 지붕 두 가족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는 게 대신지부 측의 주장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고 했다. 대신지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 여파로 인해 상당수 직원들이 퇴사했다"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회사의 영업 압박이 갈수록 심해져 노조를 설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신증권은 2012년 3월 말 기준 2372명이었던 직원이 지난해 9월 말 2167명으로 줄었다. 1년6개월 동안 205명(8.64%)의 감축이 이뤄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전략적 성과관리를 내세워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해고 하고 있다"며 "경영진을 비롯한 오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반응은 좋았다. 앞다퉈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신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체 4분의 1인 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가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가입 인원이 늘었다.

이도 잠시. 대신지부가 생긴 지 9일 만에 또 다른 노조가 생기면서 대신증권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기업단위 대신증권 노동조합(이하 대신노조)이 설립된 것. 이로써 대신증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복수노조 체제를 갖추게 됐다.


처음 노조 생겼는데 곧바로 또다른 노조
물타기용?…후발 설립 배경에 강한 의문


대신노조 측은 "대립과 투쟁보다는 노사의 화합과 상생, 합리적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별 단위노조를 결성했다"며 "대신노조는 대신지부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내부는 갈라진 모양새. 어느 노조 쪽에도 선뜻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대신지부로선 대신노조가 반가울 리 없다. 후발노조의 등장으로 기존 대신지부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노조 결속력의 상징인 단체교섭권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벌써부터 '노노 갈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신그룹 이어룡 회장
▲대신그룹 이어룡 회장


대신증권 안팎에선 대신노조 설립 배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대신지부 '물타기용'으로 만들어진 사측 세력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대신지부도 "기존 조직을 흔들기 위한 조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게 보통 복수노조는 기존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생긴다. 대신노조의 경우 대신지부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도 전에 설립됐다는 점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노조 구성원도 석연치 않다. 정경엽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대신노조는 운영진이 그동안 인사팀과 총무팀에 근무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신입사원 연수와 자산관리 등을 맡아 사측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신지부 측은 "대신노조는 인사부, 총무부 출신으로 구성돼 사측의 개입으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회장 동생도 조합원
염탐? 대놓고 반기?


같은 맥락에서 시선은 특정 인물에 쏠린다. 바로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동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동생 이모 부장은 대신지부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부장이 오너 일가란 이유로 대신지부에서 '염탐꾼' 노릇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 회장과 사측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도 아니면 아무런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노조 문제와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며 "특정 인사들의 가입 여부도 확인하거나 언급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집안일밖에 몰랐던 이 회장이 2004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 고 양회문 전 회장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다. 이 회장은 경영은 뒷전, 일단 후계작업부터 서둘렀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양홍석 부사장은 해외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바로 경영수업에 들어갔고, 2008년 입사 1년6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벌그룹 자녀들의 빠른 승진을 두고 보통 '초고속'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쯤 되면 '초광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사측 세력?


물론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험부족에 따른 리더십 부재가 의심된다는 지적. 이때부터 회사 사정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어찌 보면 창립 53년 만에 노조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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