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대부업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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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류' 대부업계는 지금…

일요시사 0 1103 0 0


구렁이 담 넘듯 '음지서 양지로'


[일요시사=경제2팀] 그동안 금융권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화됐다. 금기로 여겨졌던 대부업체들이 제도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와 3위 업체 웰컴론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이 제2금융권을 장악할 경우 불법 사금융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업체의 사상 첫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에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지난해부터 대부업체들이 제도권 진입을 위해 바짝 뛰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대대적인 작업을 벌였다.

결국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예금보험공사는 가교저축은행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러시앤캐시, 예신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를 각각 선정했다.

 

금융권 본격 진입

 

특히 국내 1위 대부업체인 A&P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왔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2008년부터 최윤 회장의 지시로 저축은행 인수에 도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교저축은행 인수도 열 차례 도전 끝에 성공했다.

대부업체가 가교저축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러시앤캐시, 웰컴론 등 대부업체들은 수신기능을 통한 자금조달과 금융권 진입을 위해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대부업 양성화 방안'은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부업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대부업을 금융감독원의 공적감독대상에 포함하고, 일정한 자본금과 인적 요건을 갖춰 무자격 대부업체의 난립을 막겠다고 밝혔다. '음지'의 사채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부업체에 문호를 열어줬다.

국내 대부업 시장규모는 연간 40조원이다. 4만여개의 합법, 불법 대부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 대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에게 한국 대부업 시장은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업계 1, 2위인 러시앤캐쉬와 산와머니의 총 자산규모는 2조8000억원, 점유율은 38.9%에 이른다. 무방비로 뚫린 셈이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대부업을 규제해왔다. 일본에서도 서민들이 대부업체를 통해 고이자로 돈을 빌려 쓰고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다 자살하거나 야반도주한 사건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40%대로 낮추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 일본은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갈 곳이 없어진 일본계 대부업체는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을 노렸다. 1999년 4월 일본계 대부업체인 A&P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을 시작으로 산와머니, 원캐싱, 바로크레디트, 유아이크레디트, 스타크레디트, 밀리언캐쉬 등이 국내 대부시장으로 들어왔다.

 

러시앤캐시 등 저축은행 인수 추진
제도권 진입 초읽기…지각변동 예고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9.6%, 산와대부는 30.3%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수치다. 삼성그룹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4분기 14.02%를 기록했다. 대부업체 이익률이 삼성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에서 급성장하면서, 대거 이동할 기세다. 또한 일본 정부의 금리상한 대폭인하(연 15~20%) 조치가 취해지면서 일본 대부업계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번 대부업 양성화 방안으로 일본계 대부업체는 국내 저축은행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1위의 대부업체인 아이후루를 비롯해 다케후지, 프로미스 등 일본 대부업계의 '빅3'가 한국시장 진출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진출 시기를 엿보고 있는 '아이후루'는 일본증시 상장업체로 증자 등을 통해 무이자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후루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대부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부업체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부시장은 일본계인 A&P파이낸셜그룹과 산와머니 등이 양분하고 있고, 모두 20여 곳의 일본계 대부업체가 우리나라 대부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며 "일본 대부업체들이 야쿠자 자금과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야쿠자 유입설


일본에서 야쿠자의 경제적 역할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야쿠자와 관련된 합법적 기업만 해도 1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011년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조직이 부산의 폭력 조직 칠성파와 연계를 맺고 국내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일본 대부업체 중에 야쿠자 자금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일본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쓰면서 많은 자금이 저금리로 유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야쿠자들이 그런 저금리로 돈을 들여와 고금리로 대출해 폭리를 취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부업계 담합 의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업체의 이자율 담합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국내 대부업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대형 대부업체들이 영세업체보다 자금 조달금리가 낮음에도 대부분 법정최고 이자율(39%) 수준인 38%의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큰 영업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체 21개 업체 중 4개 업체만이 평균 대부금리가 38% 이하였으며 35% 이하는 한 군데도 없었다"며 "이 같은 담합 때문에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 금리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권조사를 통해 이자율 경쟁이 시작된다면 대부 금리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부의 긍정적인 이미지만 강조할 뿐 소비자에게 불리한 대출조건은 교묘하게 감추는 대출광고도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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