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어학원 살인음모 의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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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어학원 살인음모 의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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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줄테니 사람 하나 처리해'


[일요시사=사회팀] 자신의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 유명 외국어학원 대표가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파고다어학원 박모 대표는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살인예비음모였다. 박 대표와 고 전 회장의 피말리는 경영권 다툼은 끝내 파국을 맞았다.

국내 유명 외국어학원인 파고다어학원의 박모 대표가 청부살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세부적인 수사 진행 사항을 함구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파고다어학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복수 언론은 경찰의 말을 인용, 박 대표가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파고다어학원 본사 20층 사무실에 수사팀을 파견, 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회장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일부 문서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확한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성공한 경영인?


파고다어학원 설립자인 고 전 회장은 오랜 기간 박 대표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때문에 회장 일가의 재산 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번 압수수색의 원인이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다. 경찰은 고소 사건이 아닌 인지수사로 사건을 내사해왔으며, 박 대표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첩보는 지난해 10월 입수했다고 밝혔다.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박 대표의 살인미수교사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지목한 해당 언론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박 대표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언뜻 들으면 비슷한 말 같지만 형법상 '살인미수교사' 혐의와 '살인예비음모' 혐의는 다르다.

타인을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면 교사자는 살인죄(살인교사)로 처벌받는다. 살인을 저지르려 했으나 실패한 경우는 살인미수죄(살인미수교사)가 된다.




또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고, 실제 범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토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거부했다면 교사자에 한해서만 살인예비음모 혐의가 적용된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은 살인이나 살인미수와 같은 실제 범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 대표는 살인을 직접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살인을 지시한 사람은 운전기사 A씨로 알려진다.

박 대표는 지난해 고 전 회장의 측근을 살해하기 위해 자신의 운전기사였던 A씨에게 5억원 가량의 돈을 준 의혹을 사고 있다. 박 대표는 본인의 비위 사실 등을 수집한 고 전 회장의 측근 B씨를 제거하기 위한 명목으로 A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피혐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A씨에 대한 조사에서 "B씨를 '처리하라(살해하라)'는 지시를 박 대표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인물로 박 대표를 의심하고 있다. 조만간 박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A씨와 대질 심문을 받게 된다.

지난달 박 대표는 회사돈 1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횡령)하고, 각종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수백억원대 손실(배임)을 끼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이중 횡령 혐의만 인정해 박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5년 3월과 같은 해 11월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회사 매출이 10% 이상 증가하면 자신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해 회사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회장 부부 재산권 다툼 중 살인청부 의혹
부인이 운전사에 남편 측근 살해사주 혐의


박 대표는 성과급 집행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이사들에게는 매출 변화폭이 적은 출판 부문 등으로 지급을 한정했고, 본인은 매출 증가폭이 큰 성인학원 부문을 선택해 성과급을 산정했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듬해 1월 파고다어학원 명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10억원을 출금,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했다.

이 같은 범죄 사실은 지난 2012년 12월 고 전 회장 측이 박 대표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고 전 회장 본인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고 전 회장 측은 "박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파고다타워종로' 명의로 관철동 일대 토지를 매입한 뒤 이사회 결의 없이 '파고다어학원'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231억8600만원을 대출하는 등 모두 275억원 규모의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 1월 재판부는 박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회장 측은 반발했고, 박 대표 역시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지난 1979년 박 대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고 전 회장은 2012년 3월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미 4차례에 걸친 조정은 모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위자료 산정을 놓고 양측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95년 고 전 회장은 자신의 큰 아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14좌 완등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며 외국을 오고갔다. 이후 파고다어학원의 경영권은 박 대표에게 넘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고 전 회장 모르게 회사의 주식 지분을 딸들에게 이전하면서 2004년 무렵부터 남편과 갈등을 겪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 전 회장은 "내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사이 통장과 인감을 아내에게 맡겨 뒀더니 재산을 빼돌려서 재판까지 가게 됐다"고 억울해했다.


비정한 살인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에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으로 선정되는 등 사교육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 있었던 판결 직후에도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등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청부살인 의혹과 함께 박 대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현재 박 대표는 때때로 학원에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외부와의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 매출 규모만 500억∼600억원대로 알려진 파고다어학원은 정상 운영 중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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