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정 폭행 사태로 본 정치권 폭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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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정 폭행 사태로 본 정치권 폭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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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경기 성남시에서 난동이 벌어졌다. 이숙정 성남시의원이 주민자치센터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시의원 이숙정이도 모르느냐”며 폭언과 폭행을 가했던 것.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폭언·폭력에 대한 시선이 매서워지고 있다. 막말정치는 기본에 국회에서 난투극이 벌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매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도 되풀이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의원 이름 모른다고 주민센터서 난동 부려 
폭언·폭력으로 얼룩진 정치권 ‘말보다 주먹’

정치가 폭언과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막말정치가 판을 치고 국회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민의의 전당’은 ‘폭력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막말은 이제 일상이다. 최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모략 대가의 야바위 정치를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냐”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공격했고,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에서는 ‘막말’ 쏟아지고

정치권 스스로 ‘막말정치’를 막아보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정치언어 순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일치를 위한 정치 포럼’의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막말을 하면 환호성을 지른다고 해서 자기편의 광기만 바라보는 것은 구태정치”라면서 “같은 비판과 독설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깔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도 결국 ‘말’일 뿐 말보다 먼저 나가는 손, 발을 막지 못하고 있다. 18대 국회 들어 굵직한 폭력사태만 네 번이나 벌어진 것. 지난 2008년 험난한 원구성 과정을 겪은 여야는 12월 한미 FTA를 두고 충돌했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에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

하지만 이는 ‘난장판 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09년 3월에는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 점거 농성을 벌였고, 이를 뚫기 위한 민주당과 ‘몸’으로 대화한 것. 이 충돌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팔을 다쳤고,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허리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7월 여야는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두고 다시 맞붙었다. 이번 결전의 장소는 본회의장이었다. 여야가 동시에 본희의장을 점거하는가 하면 본회의장이 의원들의 난투극으로 얼룩졌다. 미디어법을 둔 여야의 충돌은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으로 계속 불씨를 살려 헌법재판소까지 찾게 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정치 복원’을 강조하며 다소 잠잠해지는가 싶던 국회에서의 폭언과 폭력은 지난해 12월 어김없이 여야 정치인들 사이로 찾아들었다.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놓고 ‘좋은 말’ 대신 ‘주먹’으로 승부를 겨루게 된 것이다. 여야 의원들로 시작된 몸싸움은 의원 보좌관들과 주요 당직자들까지 가세하며 난장판으로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강기정 의원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곁에 있던 경위에게 폭행을 가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1박2일간의 집단 난투극은 김성회 의원이 2주 진단을 받고, 강기정 의원이 입 안쪽에 여덟 바늘을 꿰맸으며, 최영희 의원의 손가락이 부러지고, 김유정 의원이 다리를 다쳐 한동안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됐으며, 김유정 의원실 관계자의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지는 유혈사태 후에야 마무리됐다. 또한 싸움터가 된 본회의장의 책상과 의자, 유리벽 등 각종 기물이 파손돼 3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09년 1월에는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 반대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쓰러뜨린 ‘공중부양’ 사건 등 적지 않은 국회 폭력사태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 폭력사태가 있고난 후면 여야 당 지도부는 어김없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08년 한미 FTA 비준동의안 단독 처리로 인한 폭력사태 후에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폭력사태를 근절하도록 국회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지난 2009년 미디어 관계법 처리 후에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 선진화를 부르짖었다.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를 둘러싼 충돌 후에도 12일만에 퇴원한 강기정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일방 강행 처리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회의장 진입을 물리적으로 제지, 표결권을 침해했다며 다른 당 당직자들을 공무집행 방해 협의로 고소하거나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2차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두 주먹은 상대방을 향해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자초했다. 
 
팔 다리는 사람 치고
  
지난 연말 벌어진 국회 폭력사태 이후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22명이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의원직까지 내걸었다.

민주당 의원 24명도 “예산안 날치기는 다수의 폭력에 의한 국회 유린 행위로, 국회에서 다수당의 물리력을 동원한 횡포와 폭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대화와 타협에 의한 의회 민주주의를 바로 살리기 위해 앞장서겠다”며 국회 자정운동에 가세했다.  철석같은 약속을 한 여야 의원들, 그러나 이들이 되풀이돼 온 국회 폭력사태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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