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정국 '폭풍전야'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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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정국 '폭풍전야' 내막

일요시사 0 1107 0 0


▲이명박 전 대통령

6월 지방선거 전 '대형 게이트'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정계 인사가 대거 연루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게이트는 정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사건'은 하루아침에 공개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이 오래전부터 은밀히 작업해 온 결과물은 '적합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게이트' 조짐이 보이는 사건들은 대부분 MB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박근혜정부는 이것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감출 것인가.

세작.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게 알리는 사람을 뜻한다. 국가 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적국에 가장 먼저 파견되는 게 바로 세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국에 잠입한 세작이 수집한 정보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위력을 보인다.

비록 총칼을 들고 싸우진 않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심축은 박근혜정부. 현 집권세력과 반대되는 세력은 박근혜정부와 도처에서 국지전을 진행 중이다.


정보수집 완료
권력기관 장악


'이명박근혜'라는 시쳇말이 유행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이해됐다. 그러나 '이명박근혜'는 정치적 구호일 뿐 실상은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폭넓은 인적쇄신을 통해 이명박정부와 차별성을 두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5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감사원·국정원·검찰청·국세청·경찰청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 중 예외 없이 교체됐다. 이제 각 권력기관은 VIP(대통령)의 든든한 호위무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떠받치고 있다.

통상 5대 권력기관 장악은 정권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된다.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정적들을 손보거나 견제할 때 권력기관의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서 그렇지 MB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사정작업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정국을 들썩이게 할 권력형 비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이명박정부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의 비리·비위 혐의가 사정작업의 핵심이 된 것처럼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MB맨'들이 연루된 사건의 내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이양되면서 'MB맨'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은 어느덧 '친박'을 자처하며 각 권력기관에 은밀하게 제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세작'들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들을 통해 수집된 비리·비위 사실이 어느 시점에 공개될 것인지 여부다.

사법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수사 보안을 유지하려 해도 일정 시점이 되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경제교육협회 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 같은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MB정부 설립
공공기관 도마


지난 5일 경찰청은 감사원으로부터 정부보조금 271억원 가운데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경제교육협회의 A씨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경제교육협회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정부 보조금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파악하고 지난 1월13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 언론과 만난 감사원 관계자는 "횡령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크고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아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업과정에서 용역 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지급한 뒤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협회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감사원이 고발한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병행되는 등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 피혐의자로 특정된 인물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권력기관 장악한 정부 'MB 손보기' 박차
전정권 실세 연루 한경협 횡령 의혹 도마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B 측근과 연관된 보조금 수사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입장에선 한국경제교육협회의 부정과 관련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지난 2008년 12월 세워진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그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부 설계와 운영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후에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움직였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초대 고문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초대 회장은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모두는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경제교육 활성화를 통해 합리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산 총액은 0원.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정상 운영이 요원했던 조직이다. 그럼에도 당시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지난 5년간 모두 271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9년 10억7000만원, 2010년 80억4000만원, 2011년 75억원, 2012년 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특혜 시비가 일면서 보조금이 3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책정 보조금이 3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 돈의 70∼80%는 '아하, 경제'라는 교육용 신문 제작에 쓰였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각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매주 35만부의 '아하, 경제'를 배포하는 일을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아하, 경제'가 MB노믹스를 전파하는 기관지나 다름없었다"며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상황이다.


MB정부 시절
▲MB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KT, 포스코경영연구소 등 사실상 공기업 성격을 지닌 회원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회비를 납부해왔다.


수상한 비자금
혐의입증 난항


이번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석채 비자금' 수사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 편입과 사옥 매각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임직원 상여금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경영상 판단과 회사 차원의 경조사비 지출 등을 내세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수사팀을 재정비한 검찰은 한국경제교육협회와 관련한 자금 흐름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부터 KT 회장과 한국경제교육협회장을 겸임했다. 그런데 협회가 모금한 기부금 활용 및 지원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일자 자연스레 이 전 회장이 횡령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력이 있는 만큼 기소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 더 있다.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 부장은 협력업체와 공모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에서 3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김 부장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협력업체는 김 부장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일부 저축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았다.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등 8곳은 실제 거래가 없었음에도 서류를 위조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00여 차례에 걸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범행을 도운 김 부장이 받은 돈은 5000여만원에 불과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복잡한 범행 수법에도 불구하고 KT ENS와 각 은행들은 "김 부장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내부 도움 없인 불가능한 범죄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김 부장 등이 빼낸 3000억원 중 하나은행으로부터 나온 170억원은 사모펀드로 들어간 뒤 주식시장에 흘러들었다. 이중 50억원은 한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해당 사실을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받은 돈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여러 곳에 분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한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채 비자금 수사 와중에 
KT 3000억 사기 대출 터져
검은돈 정관계 흘러간 정황


이처럼 대출 규모가 크고 ▲범행이 반복적이며 ▲복수 금융사가 속을 정도로 서류가 정교하게 위조됐고 ▲최근까지 어느 누구도 범행을 눈치 채지 못한 데다 ▲김 부장이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 등을 근거로 일각에선 '이석채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의 상관인 김성만 전 KT ENS 대표이사는 소위 '영포 라인'으로 '이석채 체제'에서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 전 이사는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며, '이석채 비자금'의 한 창구로 의심돼왔다.


이석채 전 KT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업계에선 '황창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일부 '세작'들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내부 고발자와 정부 권력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수사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은 이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은 사실 여하에 따라 다가올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던 박 전 차관은 '원전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원전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6월과 벌금 14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의 댓가로 5000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박 전 차관에게 무죄를 내렸다. 단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원전정책을 수립할 때 한수원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명목으로 받은 700만원에 대해선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명박정부 실세인 박 전 차관 등이 개입된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원전 비리'는 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재판에 넘기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칼끝이 무뎌지는 한계를 드러내며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지 못했다.


박영준 거르고
낙하산 압박하나


파이시티 수사와 원전비리 수사로 각각 법정에 선 박 전 차관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죽은' 박 전 차관보다는 '산' 이 전 회장에게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권력기관의 다음 타깃은 전기·전력·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관련한 공기업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기업 압박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전달했거나 편의를 봐준 사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특정 기업과 관련한 투서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B사의 횡령과 관련한 수사는 최초 알려진 금액보다 횡령액이 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비자금 조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또 이명박정부 때 급성장한 C사는 최근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사와 C사의 경영진 모두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이 의심된 전력이 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는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증권가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뜬소문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붙잡힌 측근들이 정권의 '세작'으로 돌변해 언제 자신의 등 뒤를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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