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휴일 기습 대야합'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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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안철수 '휴일 기습 대야합'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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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 직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뭉치면 '공생' 흩어지면 '공멸'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통합신당 창당'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통으로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도 공동으로 실천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폭탄 선언'에 정치권은 순식간에 대격변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6·4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서 김 대표와 안 의원이 '통합 카드'를 빼내든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지난 2일 오전 9시20분께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40분 뒤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위원장이 국회에서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가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뒤이어 9시30분께는 새정치연합 측에서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통으로 약속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공동으로 실천하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기자회견에서는 뜻밖의 충격적 내용이 발표됐다. 
 
통합신당 추진
신의 한수?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대선 때의 거짓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안철수-김한길'은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정초하기 위해 양측의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선 ▲이른 시일 내 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 실현 ▲(통합)신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약속을 이행하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타파하기 위한 정치개혁 지속적 추진 ▲지난 대선의 불법 선거개입 등에 대한 진상규명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민생중심주의 노선 견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통일 지향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한 두 사람의 이와 같은 선언은 3·1절 휴일을 전후한 3일 간 양측 내부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합의와 관련해 "오늘 새벽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통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전날인 1일 오전 8시30분~11시, 오후8시30분~2일 새벽 0시40분께 두 차례에 걸쳐서 긴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 사람이 이처럼 극비리에 신속하게 논의해 전격 발표한 것은 그간 안 의원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구태 정당'이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의 등장으로) 3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차기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대선에서도 새누리당에 전패할 수도 있다는 양측의 위기감에서 나온 합의"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지방선거→차기 총·대선'에서 통합신당으로 여권에 싹쓸이 승리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새정치연합 통합신당 창당 전격 합의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공약 실현으로 의기투합

반면 일각에서는 정치생명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김 대표와 안 위원장 간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자고로 홀아비의 사정은 과부가 알아주는 법"이라며 "새정치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정계에 뛰어든 안 의원이 구인난 등 현실정치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김 대표도 친노(친노무현계) 세력의 역공, 무기력한 제1야당 비판 등 안팎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두 사람이 정치적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끝에 나온 '신의 한수'다”라고 말했다.
당장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나온 이번 폭탄 선언으로 야권발 정계재편이 현실화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아울러 기초선거 무공천을 택한 야권과 무공천 대신 상향식 공천을 선택한 새누리당 간 '대선공약 이행' '정치 개혁' 등을 놓고 치열한 프레임 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 직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내부 동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어 화학적 결합이 순조로울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1시간여 앞두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만장일치 동의를 받았을 뿐 지도부외 소속 의원들과 권리당원, 대의원들에게는 회견을 불과 5분여 남기고 문자 등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도 회견 1시간 전 여의도 신동해빌딩에 위치한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신당 창당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과 대선후보로 경쟁했던 문재인 의원은 "양측이 통합에 합의하고 선언한 것을 환영한다"고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안철수 세력의 민주당 진입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친노세력에게 직접적인 견제와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친노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문 의원과 안 의원이 불가피하게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만큼 통합신당 내 두 진영 간 세력다툼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친노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언제부터 민주당이 당대표 1인에게 당 해산, 합당, 신당 창당의 권한을 모두줬나"라며 "이런 중차대한 일을 당원과 의원단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미리 상의하지 못해 양해를 구한다'는 문자만 보내고 끝낸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안 세력
내부 반발?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향후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야권 후보들과 함께 공통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 속 새누리당이 공천을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약속을 지키기 않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를 경계해왔던 새누리당은 통합신당 추진 파장을 축소시키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50℃의 물을 섞으면 100℃가 될 것 같은가"라며 "지극히 어불성설이자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선 "민주당은 불과 얼마 전까지 공천 유지로 회귀하더니 안 의원의 협박에 다시 무공천으로 유턴했다"며 "안 의원의 협박에 굴복한 것으로, 이는 민주당이 국민 기만을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생명 위기 '김·안' 공감대 형성?
야권발 정계재편 현실화…정국 혼돈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했는데 여당만 공천한다는 것은 대선공약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무공천을 실시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대의"라고 일침을 가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한길-안철수 통합과정 주요일지

▲ 1/24
-김한길·안철수 오찬 회동


: "두 사람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구태정치를 반복하는 현 집권세력에 대

해 국민들이 심판하실 것이라는데 공감"
▲ 2/20
-양측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초선거 공천폐지 촉구 공동기자회견


▲ 2/24
-새정치연합 기초선거 무공천 발표


▲ 2/26
-안철수 의원, 민주당 김한길 대표 방문해 기초선거 무공천 동참 촉구


▲ 2/28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절대다수가 무공천 의견 제시


▲ 2/28 밤
-민주당 김한길 대표, 안철수 의원에게 전화해서 무공천 원칙 통보하며 통합제


▲ 3/1 아침 8:30
-김한길·안철수 회동


▲ 3/1 밤 8:30~새벽
-김한길·안철수 2차 회동


▲ 3/2 새벽 0시40분
-양측 통합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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