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당한’ 삼성물산 협력사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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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당한’ 삼성물산 협력사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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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던 트라팰리스 부실시공 의혹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삼성물산의 우수협력 업체였던 원진건업이 ‘삼성 횡포’를 들고 일어났다. 지난 35년간 삼성의 동반자로 함께 일해 왔지만 막대한 손해를 입고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불법 부실자재 시공과 구조적 비리, 빚 탕감 의혹 등이 새나왔다. 삼성물산은 터무니없는 소리라 일축해 양측의 진실공방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3대 건설사 중 하나인 삼성물산이 협력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호전문업체인 원진건업은 지난 21일 이 같은 이유로 삼성물산을 공정위에 제소하고, 삼성 측의 횡포와 비리를 문제 삼아 법정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진건업은 1977년부터 삼성물산의 협력업체로 지정돼 지난 35년간 삼성물산의 각종 공사에 참여한 곳. 류봉식 원진건업 대표가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의혹1] 
부실시공 있었나

우선 삼성물산이 시공한 ‘트라팰리스’에 불법 부실자재가 투입 됐는지 여부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트라팰리스’는 삼성물산이 2009년 2월 완공한 20개동 3700여세대 초고층(31∼39층) 주상복합아파트. 당시 원진건업은 타 업체들과 함께 공구를 나누어 창호공사를 진행했다.

35년 동반자 우수 협력업체 토사구팽
열 받은 대표가 횡포·비리 문제 삼아

류 대표는 “탕정 트라팰리스 3개 공구 현장 중 자사 공구를 제외한 모든 공구에서 입주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는 불법적인 부실자재를 투입해 시공했다”고 폭로했다.

원진건업이 공개한 탕정 트라팰리스 신축공사 외부 AL창호공사 시방서에 따르면, 알루미늄 창호의 최소 두께는 2.0㎜가 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시방서와 금형 비교표를 보면, 원진건업의 창호 두께는 2.0㎜인 반면, 당시 공사에 참여한 N 협력사의 창호 두께는 1.6㎜에 불과했다.

류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삼성 현장관리자들과 타 업체간의 커넥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입고자재 검수 시 도면과 시방서의 기준대로 자재준비를 한 자사의 자재는 원칙대로 검수했고, 타 업체들은 도면 시방서보다 30% 이상 기준 미달자재를 현장 입고했음에도 사용 승인하여 시공케 했다”며 “부속자재 역시 한 개의 단가가 세배 이상 차이 나는 저급 제품들을 타 업체가 사용했는데도 자재검수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이어 “현장 관리자들이 하청업체들에게 원자재와 부자재 검수 봐주기를 전제한 뒤 자신들의 뜻에 맞추려는 특정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라며 “최저 입찰가로 현장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 단가로 하겠다는 하도급 업체들에게 공구를 나눠주는 식이라, (규정을 준수하려는) 자사의 수주를 방해하며 싫어하게 됐고, 이런 이유로 타사의 입찰 단가들이 싸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이에 ‘부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해당사안에 대해 재점검한 결과 타 협력업체들 또한 구조적으로 적합한 자재를 사용했고, 모두 우수한 시공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원자재 두께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에서 어느 선까지 차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애초에 명시했던 부분”이라며 “(삼성과 타 업체간) 특혜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의혹2] 
구조적 비리?

류 대표는 이 같이 들쑥날쑥한 자재 시공이 가능했던 배경에 현장 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대 초부터 삼성물산 현장에서 실행예산대비 이익이 나면 현장 직원들에게 포상금이 지급되는 제도가 있었고, 삼성물산이 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의 불량 창호시공을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려는 삼성물산 직원들과 하청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기준에 미달되는 자재 사용이 용인된 것”이라며 “삼성물산 자체감사에서 트라팰리스 창호가 오시공 됐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삼성 측은 관련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부실·저급 자재 투입 ‘진실공방’
현장 관계자-하도급 업체 커넥션?

류 대표는 이어 “당시 삼성건설 외주팀이 탕정현장 부실을 전체적으로 파악했고, 자사 시공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그 조사결과로 삼성의 임원과 소장을 위시한 일부 직원들이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지만 삼성 측에서는 재 시공비, 입주자들 이주비, 삼성물산 대외 이미지 등 엄청난 후폭풍을 인지하고 지금까지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장에서 공로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익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준공 준수율 등을 종합적 판단하는 제도”라며 “트라팰리스 전체 창호 시공 중 40%가 시방서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시방서는 법적 기준도 아니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건설업계에서는 그러나 실제로 건물이 지어지는 공사현장에서는 도면 못지않게 시방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방서도 하나의 계약인데 규격에 맞게 공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시방서의 내용이 향후 시공에 대한 분쟁 발생 시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부적합 자재 사용과 이익의 상관관계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일부 건설 현장에서는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를 부풀리는가 하면 자재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시방서와 설계도면에 나와 있는 규격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눈속임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며 “또 이를 감리하는 회사에는 무마용으로 뇌물을 상납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수행하다보니 건축 공사를 일컬어 부실덩어리의 집합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의혹3] 
자금 수수께끼

원진건업은 결국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약 57억여원의 누계적자가 났고, 2008년도 한해에만 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류 대표는 “공사를 당연히 시방서대로 하다 보니 타 업체에 비해 손실이 급격히 늘어났고, 원리원칙 준수라는 덫에 걸려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1998년부터 삼성건설 외에 거의 공사를 하지 않던 자사는 삼성의 공사를 수주할수록 적자가 발생해 부도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중반 원진건업이 지불불능 상태가 되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삼성물산 외주 팀장이 비밀리에 찾아와 채무탕감을 제의했다고 류 대표는 전했다.

인센티브도 도마…부실 알고도 조치 안해
5년간 수의계약 조건으로 21억 탕감 제안

원진건업에 따르면, 삼성 관계자가 제시한 합의조건은 향후 5년간 삼성물산의 창호공사 부문을 원진건업에 수의계약 형태로 주며 경영상태 원상복구, 원진의 김포 공장부지와 공장 담보로 삼성물산이 원진 채권자에게 채권액 절반 가량 지급, 경영 상태 회복과 동시에 빚을 갚으라는 내용이다.

류 대표는 “채권자 수십명이 미래의 공사를 보고 이 제안에 동의했고, 본인 역시 삼성에서 한 약속이기에 의심 없이 믿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원진건업이 약속한 5년 기간 동안 수주한 삼성물산의 공사는 ‘수의’가 아닌 ‘입찰’이었으며, 2009년 계약금액 5000만원 1건, 2010년 계약금액 2억원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1건이 전부였다고 했다.

담보를 잡혀가며 삼성물산 공사를 진행한 원진건업은 2012년 1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물산 협력업체’에서 제외됐다.

류 대표는 “큰 적자를 본 뒤 개인 재산까지 모두 담보로 설정해 올인 했고 버텼으나, 원상복구는커녕 협력업체 등록마저 취소했다”며 “또한 삼성은 원진건업 부도 전에 부도가 났다고 허위 공문서를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발송해 업계에서 아예 퇴출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원진건업은 지난해 3월 말 회사 휴업계를 내고 문을 닫게 됐다. 류 대표는 이후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공정위에 제소하고,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등 삼성 측과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원진건업은 2008∼2010년간 총 36건의 공사에 입찰해 4건을 수주했고, 그러던 중 2012년 협력사 등록 평가 신용도, 매출액, 경영상황, 전물건설업 순위 등의 상황을 고려해 협력회사 등록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금지원과 관련해서는 “원진건업이 2008년 경영상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에 지원을 요청했고, 협력업체와의 상생과 우수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해당기업에 자금 등을 지원해 도운 것”이라며 “해당기업과 5년간 독점을 보장하겠다는 수의계약 약속은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수 협력업체와 관계가 이렇게 되어 안타깝다”면서도 “(원진건업 대표가) 수개월 째 이에 대한 일방적인 문제 제기를 해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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