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애정촌 자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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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SBS 예능 ‘애정촌 자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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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최종 선택 앞두고 극단적 선택, 왜?

[일요시사=사회팀] 사랑을 찾아 나섰던 한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SBS 리얼리티 맞선 프로그램 <짝>에 출연 중이던 29살 전모씨.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녀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최종 선택을 앞둔 마지막 밤, 대체 전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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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전씨는 SBS <짝> 출연자 중 한명이었다. <짝>은 출연자들이 합숙하면서 짝을 찾는 리얼 연애 프로그램. 10∼12명의 싱글남녀 출연자들은 ‘애정촌’이라 불리는 숙소에서 6박7일 동안 짝을 찾아나간다. 방송에서는 이들이 서로 호감 가는 짝을 찾는 과정이 상세히 다뤄진다.

제작 과정 문제는?

전씨는 지난 5일 새벽 촬영지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펜션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종 짝을 선택하는 마무리 촬영을 앞둔 마지막 밤이었다.
서귀포 경찰에 따르면 사망 전날인 4일. 외부에서 데이트를 즐긴 두 커플 외에 전씨를 포함한 나머지는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씨는 이날 15시께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20시에 거실에서 약간의 반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23시께 어머니와 통화하며 그날의 일과에 대해서 얘기했고 자정 넘어 5일 0시30분까지 모든 출연진이 테라스에 머물렀다. 이후 전씨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며 1시30분께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간 뒤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제작진에 화장실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전씨는 이미 헤어드라이어 줄로 샤워기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한 전씨의 수첩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그냥 그거 말곤 할 말이 없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라고 적었다. 전씨는 또 “애정촌에 와있는 동안 제작진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지금 너무 힘들다. 여기서 짝이 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삶에 의욕이 없다”고 썼다. 경찰 관계자는 “일기장에는 <짝>과 관련된 이야기, 호감 가는 사람에 대해 쓴 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짝 찾던 솔로녀 촬영 마지막 날 조용히 목매
그녀에게 무슨 일이…프로그램 탓? 개인 탓?

유서까지 남겨진 자살사건이지만, 사건이 알려진 후 전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전씨를 자살에 이르게 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다. <짝>이란 프로그램 특성 탓에 나올 수 있는 의혹이다.
< 짝> 출연자들은 애정촌에 있는 기간 동안 외출과 사적인 생활을 완벽히 통제당한 채 카메라에 노출된다. 출연자들 방에 각각 소형 카메라가 2∼3대 정도 설치돼 있고, 거실에도 3∼4대의 카메라가 24시간 그들을 촬영한다.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곳은 화장실뿐이다.
이 때문에 이성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심적 고통을 겪더라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울거나 웃거나 속상해 하는 모든 과정들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다. 전씨의 경우 녹화 초기에 3명의 남성 출연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는 등 큰 인기를 얻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거 <짝>에 출연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출연했던 한 남성 출연자는 “너무 갑갑해서 차를 끌고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앞뒤로 제작진의 차가 가로막아서 붙잡혔다”는 후기 글을 올렸고, 또 다른 출연자는 “방송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연자들 간의 지나친 경쟁이나 갈등으로 몰아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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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물론 자신의 방송분을 선택해서 나가게 하는 권리는 출연자들에게 없다. 실제 <짝> 출연자들은 출연에 앞서 녹화되는 모든 내용을 방송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정촌에서의 생활 수칙인 ‘짝 12강령’에는 ‘애정촌의 생활은 모두 촬영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가감 없이 방송한다’고 적시 돼 있다.
전씨도 사망하기 전 출연진과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러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측근은 “다른 출연자는 30분 (인터뷰)하는 거, 자기한테는 1시간 한다고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걱정을 했나보다”라며 “그 친구 캐릭터를 ‘비운’으로 했는지..”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측근과 나눈 SNS 대화에는 전씨가 “지금 저녁 먹는데 둘이 밖에서 이벤트한 거... 녹음해서 다 같이 있는데서 틀어놓는데 나 표정 관리 안 되고 진짜 짜증나 미치겠다 진짜”라고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다른 지인들과 나눈 SNS 메시지에는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것 같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등 촬영 중에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해 병원을 다녀 온 사실도 밝혀졌다.

2라운드 공방조짐

이 밖에도 전씨는 촬영 전 신청을 취소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에는 “제작진 쪽에서 이미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팅도 마쳐서 중도에 나가는 건 어렵다고 연락했다”고 적혀있다.
전씨의 어머니는 이러한 의문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음을 시사했다. 모친은 경찰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자세한 내용은 곧 터트리겠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실제 전씨는 사망 직전 모친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방송이 나가면 한국에서 못 살 것 같다”는 요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난해 9월 결혼 상대를 정해 상견례를 했으나 결별한 뒤 <짝>에 출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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