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바그룹‘맏며느리의 반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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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그룹‘맏며느리의 반란’ 내막

일요시사 0 4351 0 0

파이프와 탄소섬유 등 산업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화이바그룹이 때 아닌 ‘맏며느리의 반란’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화이바그룹 조용준 회장의 아들 한국카본 조문수 대표의 아내 이명화 부사장이 남편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동서와 시매부 등의 뒷조사를 하다가 조 회장에게 발각, 검찰에 기소된 것. 그렇지 않아도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집안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맏며느리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막장 드라마의 재현에 네티즌들은 현실판 ‘욕망의 불꽃’ 이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남편 도우려 동서와 시매부 뒷조사 
현실판 ‘욕망의 불꽃?’ 막장드라마 재현 네티즌 시끌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기석 부장검사)는 동서와 시매부의 인터넷 개인정보를 빼내 사생활을 캐려 한 혐의(정보통신망침해 및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과련 법률위반) 등으로 한국화이바 조용준(87) 회장의 맏며느리 한국카본 이명화(48) 부사장을 지난 7일 불구속 기소했다.

맏며느리의 반란

이 부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남편인 한국카본 조문수(53) 대표를 돕기 위해서였다. 조 대표가 회장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그룹 승계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남편의 경쟁자인 시동생 한국화이바 조계찬 사장 등을 견제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른 것.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의 둘째 사위인 이모씨와 조계찬 사장의 아내인 박모씨의 뒷조사를 해 조 회장에게 알려 신임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이 부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이씨와 박씨의 뒷조사였다. 

2009년 10월 지인인 모 세무회계법인 사무장 백모씨에게 부탁,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씨와 박씨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와 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을 시도하도록 했다. 

또 서울 연희동 모 은행 지점의 직원 원모씨로부터 시댁 식구들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해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사장의 계획은 엉뚱한 곳에서 불발됐다.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질책과 함께 환불을 요구받은 심부름센터가 시매부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외부로 알려진 것. 이 같은 사실은 조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조 회장은 맏며느리인 이씨는 물론 조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6명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조 대표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됐으나, 이 부사장과 심부름센터 대표 김모씨와 백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명의자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넘긴 은행 직원 원씨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바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답변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따로 답변 지침이 내려온 것도 없고, 이번 일은 한국카본 쪽 일이라서 이쪽에서 대답할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화이바와 한국카본의 대표번호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카본 측 입장은 대표번호로 전화해 한국카본으로 돌려 통화하라는 한국화이바 홍보팀의 설명이었다. 

어렵게 연결된 한국카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명화 부사장은 현재 출근하고 있으며 부사장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한국화이바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수년 전 시작됐으며, 조 회장과 조 대표의 경영 이념의 차이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글로벌 경영과 사업 다각화’ 의지가 강한 반면, 조 회장은 ‘한눈 팔아선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런 갈등이 발단이 돼 조 대표가 조 회장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조 대표가 그룹 경영권에서 차츰 멀어지게 됐고, 차남인 조계찬 사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지난해 조 회장의 승인 없이 자신의 아들에게 한국화이바의 지분을 줬고, 사실을 알게 된 조 회장은 무효 소송을, 조 대표는 맞소송을 내며 부자 관계가 악화됐다. 이후 조 회장은 조 대표에게 줬던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경영권을 거둬들이고 차남인 조계찬 사장에게 한국화이바의 지분율을 늘려주는 등 다른 계열사의 지분까지 조금씩 늘려주자 그룹 경영권이 차남인 조계찬 사장에게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한국화이바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말 11.18%에 불과했던 조계찬 사장의 지분이 2005년 말에는 23.1%까지 늘어났고, 2009년 말부터 현재 조 대표의 지분율은 24.88%, 조계찬 사장은 23.85%로 조 사장이 조 대표를 바짝 따라붙었다. 

한편, 한국화이바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맏며느리의 반란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막장 드라마의 재현’이라며 “현실판 <욕망의 불꽃>이 따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연상한 것.

경영권 분쟁 왜?

특히 극 중에서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 분)와 셋째 며느리 윤나영(신은경 분)의 관계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방송 내용 중 윤나영은 남애리와의 경영권 분쟁 끝에 남애리의 불륜을 이용해 시아버지 눈 밖에 나도록 계획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첫사랑인 박덕성(이세창 분)에게 카메라와 녹음기 등을 건네주며 불륜관계를 담아오도록 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설정의 현실 재현에 한 네티즌은 “드라마 속 신은경이 현실에 강림했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욕망의 불꽃>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면서 “돈 앞에선 가족이고 우애고 없는 것이냐”는 비판과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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