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농락' TS탈모샴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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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농락' TS탈모샴푸의 비밀

일요시사 0 18970 0 0


▲ 탈모닷컴(주) 홈페이지 팝업창


'미 FDA 승인' 믿고 썼는데…이럴수가 '뒤통수'

[일요시사= 경제2팀]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탈모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알려진 탈모샴푸 제품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샴푸는 FDA 승인 받은 제품이 아닌 등록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측은 'FDA 승인'이라고 광고한 적이 없다며 허위광고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오해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TS샴푸(탈모스탑샴푸)를 구입한 이씨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존에 쓰던 탈모샴푸들과 전혀 다른 점을 전혀 못 느꼈기 때문이다.

이씨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좀 더 비싼 돈을 주고 TS샴푸를 구입했는데 개선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FDA에서 승인을 받았을 정도면 당연히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기존의 샴푸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미승인 제품"

최근 탈모전문기업 탈모닷컴(주)의 'TS샴푸'가 미국 식품의약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FDA는 대표적인 미국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으로 이곳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국내보다 복잡하고 엄격한 규정을 거쳐야 한다. 공신력 높은 미국 FDA 승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탈모환자들 사이에서는 TS샴푸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TS샴푸는 FDA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각종 언론에 소개됐다. 다수 매체는 "TS샴푸가 미국 FDA의 승인을 통과해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실제로 현재 G마켓, 옥션, 소셜커머스 티몬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 미국 FDA 홈페이지에서 TS샴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자 미승인 제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자는 미국 FDA 홈페이지에서 TS샴푸에 대한 정보를 조회했으나 해당 제품은 FDA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FDA 홈페이지를 통해 코드조회에 TS샴푸 정보를 입력하자 'UNAPPOVED DRUG OTHER'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FDA에 등록만 했을 뿐 FDA 승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TS샴푸 제조사 탈모닷컴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제품이 미국 FDA에 등록됐다고 홍보했다. 게다가 TS샴푸 '미FDA 등록-의약외품허가-특허등록'이라는 팝업창도 띄웠다. 소비자들이 볼 때 마치 TS샴푸가 FDA에 승인을 받은 것처럼 오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제품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A의 승인을 받으려면 복잡한 임상단계와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다가 승인완료까지의 기간도 최소 3년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FDA 등록은 비교적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FDA등록은 복잡한 검사를 거쳐 효과를 인증한 제품이 아닌 미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등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FDA 승인을 받으려면 동물실험도 하고 여러 가지 검증을 거쳐야 해서 굉장히 오랜기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제품이 FDA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FDA에 등록하는 것은 제품에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승인받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쉽다"며 "FDA 등록만 해도 사람들은 FDA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이용해 많은 건강식품 및 화장품업체들이 FDA에 등록해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FDA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등록만 해놓고 수익을 올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FDA 등록을 도와주는 무역업체에 FDA등록을 의뢰해보았다. 한 무역업체 직원은 "당연히 FDA 승인과 등록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FDA승인받는 일에 비하면 FDA등록은 굉장히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FDA에 등록하는 것은 제품을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지만 꼭 미국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FDA등록을 통해 광고효과를 볼 수 있다"며 "FDA에 등록하기 원하는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TS샴푸 FDA 광고 알고보니…소비자 현혹
승인 아닌 단순 등록 "오해, 주의 요구"

TS샴푸 판매업체인 탈모닷컴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인이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허위광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기영 탈모닷컴 대표는 "탈모스탑샴푸는 미국 FDA에 일반의약품으로 등록된 상태"라며 "미국 FDA 등록도 ‘등록이 승인된 것’이기 때문에 승인이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FDA승인 보도에 대해 정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 (FDA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적이 없는데 일부 기자들이 오버해서 쓴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이것 가지고 왜 그렇게 난리들인지 모르겠다. 효과가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소비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지난달 탈모닷컴은 TS샴푸에 대해 해명했다. 탈모닷컴은 공지사항을 통해 "탈모샴푸가 어디에서 승인을 받고 안 받고가 그리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물론 TS샴푸가 국내 식약처에 탈모방지 및 양모로 허가를 받긴 했지만 사실 이는 광고를 위함이지 효과와는 그리 크게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어 "탈모방지샴푸는 효과로 말해야 하는데 그런 서류를 따지는 게 맞는지 궁금해진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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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샴푸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소개된 기사들. 

기자들이 오버

그러나 소비자들이 TS샴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대부분 FDA 승인의 여부다. 공신력을 갖춘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맹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FDA 등록'에 대한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FDA승인과 등록의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며 "FDA 등록이라는 문구 자체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업체는 책임보다는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FDA 등록 광고에 대한 주의를 요구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FDA 등록 광고는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FDA 등록과 승인 차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 해당 제품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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