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불어 닥친 '모임정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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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불어 닥친 '모임정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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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줄기' 살펴보니 '계파 뿌리'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여의도가 '모임정치'에 푹 빠졌다. 현재 국회에는 70여 개의 의원연구단체가 등록되어 있으며 국회에 등록되지 않고 각 정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단체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다. 이미 높은 학식을 자랑하는 의원님들이 왜 공부모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에 불어 닥친 모임정치를 해부해봤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온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창립총회의 축사에서 "나도 이제 포럼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디에 들어갈지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회 내 공부모임은 어느새 7선 중진의원에게도 필수가 됐다.

공부 모임 난립

현재 국회에는 70여 개의 의원연구단체가 등록되어 있으며 국회에 등록되지 않고 각 정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단체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서는 공부모임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근현대 역사교실'이란 당내 연구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 가입한 현역의원만 100명이 넘는다. 김 의원은 근현대 역사교실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한 고령화사회 연구모임인 '퓨처라이프 포럼'도 출범시켰다. 이 모임에는 야권의원들도 다수 참여해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

이에 질세라 충청권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국가경쟁력 강화모임'을 만들었다. 김무성 의원의 근현대 역사교실과 비교하면 참여하는 인원수는 적지만 유기준 최고위원이 총괄간사를 맡고 친박계의 핵심인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등이 가입해 무게감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 주도하는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이끄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등도 눈에 띄는 모임이다.

야권에서는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이 최대 규모의 모임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정의당, 통합진보당 의원들까지 총망라해 9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공부모임들이 국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공부모임들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나올 때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단순한 공부모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공부모임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끊이질 않는 것은 정치인들의 모임인 이상 순수한 공부모임으로 출발했더라도 언제라도 정치적인 색채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당권이나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세력화에 활동비까지 '일석이조'
모임 자진해체 선언, 자성론도 분출


올해는 특히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국회의장 선출까지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되어있다. 이를 위해 사실상 세 불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정권 초부터 차기 대권 도전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긴장관계에 있는 김무성 의원이 근현대 역사교실을 만들자마자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국가경쟁력 강화포럼을 만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부모임이 사실상 계파 간 세력싸움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부모임에 매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새민련 내 안철수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새정치국민연대'가 출범하자 안 대표의 친위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당내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모양새도 좋지 못하다.

하지만 공부모임을 만들면 정치세력화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모임을 이어가며 자기 사람을 챙길 수 있다. 또 특정의원 진영에 참여하기를 다소 껄끄러워하는 인사들도 공부모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는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일단 공부모임에 참여시킨 후 자주 얼굴을 마주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경우 5선 중진의원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경실모를 주도하며 이를 상당부분 보완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일정조건만 갖추면 국회에 연구단체로 등록할 수 있고, 소정의 활동비도 받을 수 있으니 정치인에게 이보다 좋은 모임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유력 정치인들은 이런 공부모임들을 운영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안국포럼'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2008년 1월부터 김광두, 신세돈, 김영세, 최외출, 안종범 등과 이른바 '5인 공부모임'을 만들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공부모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모임들은 실제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핵심이슈로 떠오르면서 출범한 경실모는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부문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담아내는 역할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는 존재로 변모했고,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 좋은 미래'는 한때 조기 원내대표선거를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모임에 대처하는 의원들의 방식은 다양하다. 계파를 뛰어넘어 각종 모임에 모두 가입해두는 의원도 있는 가하면 아예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잿밥에만 관심

하지만 자성론도 있다. 이런 모임이 결국 계파를 만든 다는 것이다. 민주당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모임인 '진보행동'은 지난해 자진해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총·대선에서 연패하자 계파청산이 필요하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모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상호 의원은 당시 "민주당은 계파정치를 해결하지 않고 혁신할 수 없다"며 "먼저 486 진보행동부터 해체하겠다. 더 이상 486이라는 과거 인연으로 모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에 난립하고 있는 각종 모임들은 결국 계파로 발전하게 될까?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국회의장 선출 등 빅 이벤트에서 각종 모임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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