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있는 ‘금감원 괴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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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있는 ‘금감원 괴담’ 왜?

일요시사 0 1009 0 0


조사만 받으면…피검자 잇단 자살

[일요시사=경제1팀] 부실대출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은행 직원이 자살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동양그룹 법정관리 관련 감사를 받던 전 사장이, 지난해 5월에는 불법 대출 의혹을 받던 은행 간부가, 2010년에는 KB금융지주 종합 검사 도중 한 팀장이 자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부당대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던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 김모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지난 8일 오후 6시께 양주시 장흥면의 한 추모공원에서 김씨의 차량에 불이 나 차량에 타고 있던 김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오후 4시께 일산 자택을 나서면서 가족에게 유언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긴 점으로 미뤄 자살을 위한 차량 방화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부인과 딸에게 '영원히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딸이 119 상황실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요청했다.

검사 전면 중단

김씨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도쿄지점장 근무시절 불거진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우리은행이 자체 파악해 금감원에 보고한 부당대출 의심 규모는 600억원 가량. 하지만 금감원은 김씨의 자살 직후 부당대출과 관련한 검사를 중단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

국내은행 도쿄지점 관계자가 금감원의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비자금 의혹으로 한일 양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던 도쿄지점의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직원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고객 명의를 도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업체 2곳에 1700억여원을 부당대출해준 것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 금감원이 동양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하면서 ㈜동양 건재부문 대표이사를 지낸 김정득 전 사장이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 5층짜리 건물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술병과 A4지 11장 분량의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당시 금감원은 김 전 사장에 대한 조사가 직접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김 전 사장의 출석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실제 서면·대면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조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에는 관광버스 담보 불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의 특별감사가 착수되자 새전주신협 강모 지점장이 운암댐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강씨가 특별감사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부실대출 의혹 은행 직원 극단적인 선택
벌써 5번째…무리한 강압조사 논란 일어

지난 2010년 2월에는 국민은행 전산개발팀장 노모씨의 자살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추정되는 자살 원인은 두 가지. 국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끝난 직후였다는 점에서 무리한 검사가 원인이라는 것과, 4개월 전부터 새로운 전산망 구축 작업을 하면서 누적된 극심한 스트레스가 자살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은행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부제 등을 포함한 은행의 총체적 문제와 차세대 전산 개발, 금감원 종합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강도 높은 검사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 일정에 차질을 줘 심적부담이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금감원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었던 대상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금감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무리한 검사가 자살의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측은 자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리한 조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발생한 도쿄지점 직원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르게 조사한 것은 없고 아직 정확한 것은 없다. 향후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며 조사를 중단했다.

김 전 ㈜동양 사장과 관련해서는 "직접적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조사과정에서의 압박감을 자살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추정"이라고 해명했으며 국민은행 전산팀장 사건과 관련해서는 "노씨를 직접 소환해 조사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으며 무리한 조사를 할 이유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대상자가 되면 자료제출과 면담을 이유로 수차례 검사장에 불려가고 그럴 때마다 3∼4시간 동안 수검을 받고, 자료제출을 위해 밤샘작업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며 "엄청난 중압감에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제도적 정비 필요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피검자의 권익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사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있다"며 "조사 문답실 내에 CCTV를 설치해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금감원 조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일주일 이상 문답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장시간 문답 시에는 적절한 휴식시간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약한 검사권이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검사를 불러온다는 얘기도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불법과 비리를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계좌추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자료제출에 의존하거나, 금융회사 임원들과의 서면 문답이나 질의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뭇매를 맞는 곳은 금감원이다. 사전에 검사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추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면 피검 대상자는 차일피일 시간 끌기에만 급급하다"며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지원 등의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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