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엇갈린' 정치적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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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엇갈린' 정치적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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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공동대표 <사진=일요시사 DB>












추락하는 안철수, 비상하는 문재인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안철수-문재인'의 정치적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며 첫 인연을 악연으로 맺은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한 지붕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엇갈린 이들의 인연은 한 식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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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12~16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1위(21.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2위(14.2%), 안철수 공동대표가 3위(12.3%)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 이후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의원이 안 대표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조사대상 : 전국 성인남녀 2535명, 조사방식 :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유무선 RDD 병행,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1.9%p, 응답률 : 9.2%).

외면 받는 '안'

18대 대선의 패장인 문 의원이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야권 대권후보 1위까지 오른 것은 경쟁상대인 안 대표의 날개 없는 추락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들어온 안 대표는 정치입문 1년 만에 제1야당 공동대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지속적인 헛발질로 꾸준히 지지율을 까먹었다. 여권으로부터 "안철수의 새정치는 철수 정치냐"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그가 던진 정치적 승부수는 번번이 철회됐다.

"100년 가는 정당(신당)을 만들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패배주의적 발상이고 야합이다"(2014년 1월)라는 확고한 발언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했던 구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는 지난 3월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귀결됐다.

통합과정에서 5대5로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던 안 대표는 지난 4월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을 안팎의 거센 비판에 밀려 철회하며 또 한 번 약속을 뒤집었다.

대신 '개혁공천' 카드로 리더십의 상처를 돌파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광주시장 후보(윤장현) 낙하산 전략공천의 배후로 지목되며 '지분 챙기기' 구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던 안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들이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면서 안 대표의 새정치는 빛이 바랬다.

특히 민주화의 상징적 도시이자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에 내리 꽃은 전략공천은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의 한 방송사 현관에서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시민 수십명과 맞닥뜨려 달걀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했고, 차안에서 50여분간 갇혀있기도 했다.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가 더 걱정된다는 점이다. 어렵게 전력공천한 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 광주시장, 이용섭 전 의원 간 무소속단일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구주류로 밀려난 친노(친노무현)세력이 호시탐탐 재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말뿐인 50%의 지분을 가진 안 대표가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의 역습을 안정적으로 방어할지도 미지수다.

이러는 사이 안 대표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고, 그의 곁에 모여들었던 정치인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안-반복된 헛발질에 야권 차기 대권주자 선두 반납
문-반사이익 속 박 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며 재부상

반면 문 의원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국이다. 문 의원은 안 대표 추락의 반사이익과 함께 세월호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SNS를 통해 참사를 야기한 정부의 무능과 무능력을 질타했던 문 의원은 지난 20일 '특별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성명에서 그는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실망감만 줬다"며 "바뀌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국정철학, 국정운영 기조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무너졌다"며 "대통령이 사과를 하는 이면에서 심각한 불통과 억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식적 대청·대여 기조로 정권심판론이 아닌 세월호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지난 대선후보이자, 당내 구주류의 구심격인 문 의원의 정권심판론 제기에 곤혹스러운 눈치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당의 기조는 정권심판론보다는 세월호심판론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분이 이렇게 당의 기조에 대치되는 마이웨이 행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에서 '박근혜 대항마'로서 입지를 다지는 한편, 당내 차기 대권 경쟁자인 안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목받는 '문'

두 사람의 엇갈린 관계는 향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 의원은 "역할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안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도 대권이라는 점에서 추후 두 사람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하거나, 안 대표가 전략공천 한 윤 후보가 떨어지거나 한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문 의원은 다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안철수, 앙금만 남긴 단독회동 역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첫 만남은 지난 2012년 11월6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백범기념관에서 이뤄졌다. 18대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던 당시 이들은 첫 단독회동을 갖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곧바로 단일화 룰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악연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며 다급해진 이들은 같은 달 18일과 22일 두 번째, 세 번째 회동을 차례로 갖고 단일화에 대한 담판을 지으려 했으나,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세 번째 회동 직후 안 후보가 돌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자연스레 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당시 두 사람 사이의 패인 갈등의 골은 후보직을 사퇴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돕지 않고 2주가량 잠행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대선 투표일을 2주가량 앞두고 이들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에 떠밀려 극적으로 다시 손을 잡았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은 안 후보의 투표 직후 미국 출국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연합이라는 한 배를 타게 됐다. 하지만 창당대회 직전 이뤄진 다섯 번째 단독회동을 앞두고 안 후보의 국정자문역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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