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카드' 정홍원 총리 전격 유임 파장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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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카드' 정홍원 총리 전격 유임 파장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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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돌려막기 안 되니 틀어막기 "국민은 바보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악수'를 뒀다.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잇달아 낙마하자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두 달 전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결정을 한 것이다. 일국의 재상 자리를 일명 '수첩인사'라 불리는 좁은 인력풀 내 돌려막기로 일관하다 안 되니 쓸모없어 버린 카드를 다시 주어 틀어막은 격이다. 돌고 돌아 다시 나온 '도로 정홍원 총리' 카드는 정국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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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지난 4월27일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지 60일 만에 사의가 반려되고 재신임을 받은 것이다. 그 사이 새 총리 후보자가 2명(안대희·문창극)이나 지명됐지만, 언론검증 단계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했다.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박근혜 대통령이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 유임'이라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인사난맥에 더 이상 발목이 잡혀 있다가는 국정표류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 번 더 인사잡음이 생길 경우에는 자칫 코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결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쓸모가 다해 버린 '낡은 카드' 재활용으로 현재의 국정 난맥상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그동안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과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를 유임시키고, 잇단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키는 한편,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김기춘 책임론'에 대한 완충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단 한 명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 총리의 유임은 국민을 기만하는 '오기 인사'의 극치로 돌려막기를 하다 안 되니 틀어막기를 하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4월27일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 이후에 사의를 수리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돌고 돌아 사표 낸 정홍원 총리 유임
'세월호 참사' 이어 '총리 인사도 참사'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개조, 인적쇄신이 시작부터 잇달아 실패로 끝나자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60일 만에 이를 뒤집었다. 

정 총리는 청와대의 유임 결정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에 앞장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백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인사가 아무도 없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외치는 국가개조에 진정성을 느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관계자는 "할 말을 잃게 하는 인사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총리를 다시 기용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이끌겠다는 데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한 부담은 줄였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우를 범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높은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해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눈물의 약속'을 직접적인 일언반구의 사과나 설명도 없이 지키지 못한 셈이 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초부터 사상 초유의 무능·무책임을 잇달아 드러낸 박 대통령이 조기에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정 총리 유임은 국민을 무시하고, 세월호 교훈을 잊은 기가 막힌 인사"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 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보선까지
땜질용 총리?

정 총리 유임을 놓고 야권 일각에서는 7·30재보선을 고려한 임시 처방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두 차례의 낙마 사태 끝에 결국 새 인물 찾기를 보류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서 인사난맥상으로 트집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람 빠진 타이어로 자동차가 과연 갈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유임 결정 이유로 "7·30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홍원 유임' 카드가 재보선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터져 나올 정도로 비토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26일 정 총리 유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때 말한 게 뭐가 되느냐"며 "인물이 그리 없나"라고 비판했다.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며 "책임지고 떠나려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책임지지 않는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한다"며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
부글부글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정 총리 유임 결정으로 여당 내 비주류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 조짐도 보이는 데다 7·30재보선, 차기 총선 등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 정치인들은 국민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주류 대표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은 원리원칙대로 올바르게 추진하려고 하는데 소수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독선으로 흘러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총리가 3명이나 낙마한 것도 이들 소수 권력의 독선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참사가 '만만회' 혹은 '4인방' 등 비선라인의 작품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꼬집은 것으로,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인방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함께 오랫동안 박 대통령 비서진으로 함께했던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낡은 카드' 재활용, 국정 난맥상 돌파 의문
바닥 드러낸 '수첩인사…레임덕 자충수?

반면 새누리당 친박 주류 인사들은 정 총리 유임 결정을 두둔하며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정 총리 유임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새누리당은 중단 없는 국정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친박 대표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면서도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국정책임자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두둔했다.

신뢰 잃은 정부
레임덕 자충수?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은 이미 표류가 아니라 거의 침몰 수준에 이르렀다"며 "제대로 된 총리 한 명 지명하지도 못하는 정부가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찌어찌 정권이 굴러는 가겠지만, 집권 2년 동안 한 것 없이 공약, 약속을 번번이 깨뜨리며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정부에 남은 길은 조기 레임덕뿐"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창극·정홍원의 공통점…'오직 박근혜를 위하여~!'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4월27일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이 60일 만에 뒤집어졌다. 2명의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각종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유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 총리는 유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유임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수락한 것이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정 총리와 유사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문 전 후보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라며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퇴한 총리 후보자나, 사퇴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임된 것을 받아들이는 총리 후보자나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이 오직 '대통령님'만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임명권을 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에 대통령을 임명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이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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