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략공천? 이 무슨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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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략공천? 이 무슨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일요시사 0 1614 0 0
▲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사진=일요시사 DB>












  

7·30재보선이 4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간 15곳에 이르는 각 지역별 대진표 작성을 두고 눈치작전이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는 그동안 총선 및 재보궐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상향식 공천', '공천 개혁'을 부르짖어 왔지만, 항상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천잡음을 내 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극근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대변인이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당내 수십 명의 의원들과 지역위원장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샀다.

금 대변인은 해당지역구에 이렇다할 연고도 없는 상황인데, 명분도 없이 출마한다는 내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새민련은 3일,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후보로 앉히며 내부 공천 잡음을 정리했다.

여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새누리당은 경기 평택을 경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인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탈락시켰다.

임 전 실장의 탈락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친박 학살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자 그를 수원정 지역에 전략공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에서 한 인사에 대한 경선경선을 막아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다른 지역으로 돌리겠다는 모양새다.

동작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새민련의 금 대변인처럼 임 전 실장 역시 평택이나 수원과는 연고가 없을뿐더러 심지어 거주했던 적도 없다.

연고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계파가 다르다고 해서 공천을 좌지우지하거나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정치권의 다른 사례는 상당히 많다.

새민련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역시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 김포 후보를 염두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 4선을 지내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에 출마했던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광주 광산을에 공천신청서를 냈다.

서울지역의 전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최근 영남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전직 재선 구청장과 경선할 수 없다"며 자진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렇듯 이른바 '정치 거물'들로 불리는 인사들이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구에 기웃거리는 모습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자 해당지역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의 입장에서야 당장 국회 의석수 한 석이 중요하겠지만, 이 같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식의 전략공천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도 자신의 지역에 어느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하는지 살펴보고, 어느 후보가 자신의 지역을 위해 땀흘려 일할 수 있는지를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유권자들이 전략공천을 받은 인사들을 철저히 외면할 때 당에서도 전략공천을 하지 않게 됨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역사는 돌고 돈다. 전략공천의 폐해가 결국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만큼 이번 7·30재보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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