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2003년 포천 여중생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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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은 미제사건> ⑥2003년 포천 여중생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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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15세 소녀가 죽었는데 범인은 없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끊이지 않는 잔혹범죄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사건 중 미제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초반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고 있다. 미제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지옥 같은 고통을 느낀다. <일요시사>는 서서히 잊혀 진 미스터리 사건들을 재조명 해본다. 그 여섯 번째 이야기는 ‘경기도 포천 여중생 실종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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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에 교복이 참 잘 어울렸던 현아. 매일 아침 밝은 미소로 현관문을 나서던 딸아이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현아는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며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사라졌다.
    
시체로 돌아온 딸
 
2003년 11월5일,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에 살던 엄현아(당시·15)양은 같은 지역에 있는 동남중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당일 오후 4시, 여느날처럼 엄양은 학교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친구 4명과 함께 친구 집으로 향했다. 엄양이 친구들과 함께 놀다 친구집을 나선 것은 오후 6시. 곧 친구들과 엄양은 각자의 집을 향해 갈라졌고 6시20분경, 엄양은 엄마와 전화통화를 한다.
 
“응 엄마 곧 들어갈게.” 
 
그러나 그 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엄양은 오후 9시가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휴대폰의 연락도 두절됐다. 단 몇 시간 만에, 학교에서 돌아온다던 엄양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곧, 엄양의 어머니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학교와 엄양의 집 사이의 거리는 고작 800m. 여중생이었던 엄양의 보폭을 고려하더라도 1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엄양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가족은 엄양을 찾기 위해 나섰다. 엄양을 찾고자 배부된 전단지 15만장, 경찰이 조회한 포천시 통화내역 2만3000건, 실종 지역 인근에서 조사받은 차량 2300대. 경찰과 가족들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양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엄양이 실종된 지 23일째 되던 11월28일,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자양동 일대에서 가방, 양말, 교복넥타이, 장갑, 노트 등의 유류품이 발견됐다.
 
친구집에 간다고 나가 행방불명
배수로 벌거벗겨진 상태로 발견
 
이 유류품은 모두 엄양의 것으로 밝혀졌다. 유류품이 발견된 지역은 집에서 7.4km 떨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실종 47일째인 12월22일, 의정부시 도로공사 근처 쓰레기더미에서 엄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와 운동화가 발견됐다. 유류품들은 마치 경찰의 수사를 농락하듯이 쓰레기더미 가장 위쪽에 보란듯 놓여 있었다.
 
이 시점에서, 엄양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 겨울에, 장기실종된 상황에서 유류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엄양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다. 엄양의 가족도 그랬다. 그러나 엄양의 생사를 떠나서 수사는 계속되어야만 했다. 엄양의 실종수사는 결국 해를 넘기고 실종 91일째인 2004년 2월3일, 사건을 담당하던 포천경찰서는 엄양의 수사전담반을 2개반으로 확대했다. 
 
경찰은 가능한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엄양을 찾고자했다. 군인이었던 엄양의 아버지의 협조요청에 군부대 장병 50여명까지 동원돼 실종 장소와 인근 야산 등을 샅샅이 수사했다. 그리고 2004년 2월8일, 끊임없는 수사 끝에 결국 시신을 찾았다. 시체는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의 한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엄양은 벌거벗겨진 상태로 상당히 부패되어 있었고 배수로의 앞은 29인치 TV의 포장박스로 허술하게 막혀있었다.
 
  
 
엄양의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는 유류품 발견현장에서 2km, 엄양의 자택에서는 6km 떨어진 장소였다. 친구들과 놀다 집으로 향하던 여중생을 납치해 죽인 후 배수로에 유기한 범인은 필연적으로 차량을 비롯한 교통수단을 사용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경찰은 곧 배수로 인근 지역을 지난 차량을 조사했으나 사건과의 접점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엄양이 벌거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는 것에서 경찰은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했다고 추정했으나 부검결과 정액은 검출되지 않았다. 성폭행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성폭행-살해 추정했으나 증거 없어
중압감 이기지 못한 수사반장 자살
 
이 사실은 곧 엄양의 사체에서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걸 의미했다. 우여곡절 끝에 엄양의 시신을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이후에도 수사는 이어졌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가 전무해 진척을 이루지는 못했다. 엄양의 시체가 발견된 지 8개월이 지난 2003년 10월16일, 사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수사반장 윤 경사는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이후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는 종료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엄양을 무참히 살해한 후 배수로에 유기한 범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6가지 의문점
 
이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여섯 가지다.
 
첫째, 엄양의 시체. 엄양의 시체는 발견 당시 부패가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부검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양의 사인은 알려진 바 없다.
 
둘째, 발견되지 않은 유류품. 엄양의 가방, 휴대전화, 신발, 학용품 등 거의 모든 유류품이 발견됐으나, 엄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교복과 속옷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셋째, 관계없는 단서. 엄양의 시체가 발견된 배수로에서 7m가량 떨어진 지점에 콘돔과 정액이 묻은 휴지조각이 발견됐으나,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넷째, 시체 발견 당시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조잡하게 발려 있었다. 그러나 엄양은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었다. 

다섯째, 화성 연쇄살인사건. 배수로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관계성이 있는가 하는 관측도 나왔으나, 직접적인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여섯째, 유일한 용의자. 2004년 2월10일,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에 거주하는 남자 3명이 여중생 2명을 납치 후 다시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중 박모(당시·24)씨를 대상으로 엄양 사건과 연관성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아낼 수 없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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