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 ‘무용론’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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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정조사 ‘무용론’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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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척 시늉만 하다 끝날 판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294명 사망 10명 실종. 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록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0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10명의 실종자들은 차가운 진도 앞바다 어딘가에 잠겨 있다. 정부의 구조와 실종자 수습이 완벽히 실패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세월호 국조도 파행을 거듭하며 정부의 구조 실패와 마찬가지로 하는 척 시늉만 하다 ‘세월호의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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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이하 세월호 국조)가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기관보고까지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이제 남은 것은 오는 8월4~8일 열리는 청문회와 성과정리 정도다. 지난 6월2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90일간의 기간을 두고 야심차게 출발한 세월호 국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파행, 공전을 반복한 세월호 국조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소득 없는 국조
 
지난 11일 세월호 국조특위는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청와대 비서실 등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주요기관들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그러나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 내역이 새롭게 공개된 것 외에는 제기된 의혹과 진상규명을 위해 밝혀낸 것은 별로 없다. 
 
▲사고 당시 청와대가 보고받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이후 7시간 가까이 행방이 묘연했다는 것 ▲배가 거의 뒤집어진 상황에서야 구조 지시가 처음 내려졌다는 것 등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사상 최악의 인재로 기록될 세월호 국조가 이렇게 부실하게 진행된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히고 있다. 첫째, 관련 정부기관들이 자료제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각종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관련기관들은 버티기로 일관하다 보고 몇 시간 전 무더기로 자료를 넘겨 특위 위원들이 자료를 분석할 시간을 주지 않는 꼼수를 부렸다. 심지어 청와대는 국조특위가 요청한 269건의 자료 중 13건만 제출해 불성실한 국조 피감 기관의 극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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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여야의 정쟁으로 세월호 국조는 파행으로 점철됐다. 세월호 국조 초반에는 보고대상기관을 지정하는 데만 열흘이 넘게 걸렸고,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의 일부 발언을 문제 삼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조를 중단하겠다며 시간을 낭비했다. 
 
셋째, 수사권이 없는 국조의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이다. 수사권 없이 조사권만 가진 국조는 자료제출이나 출석을 거부해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도 별다른 성과를 못 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외에도 희생자 유족들은 새누리당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들의 구성 자체가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심재철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장에 대해 일부 유가족들은 “심 위원장은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에서도 위원장을 맡았는데, 17개월 동안 성과 없이 끝낸 장본인”이라며 “이런 사람이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은 진상규명 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고 있다. 
 
심 위원장은 지난 11일 마지막 기관보고에서는 유가족 오모씨가 답답한 국조특위 위원들의 행태에 반발해 소리를 지르자 퇴장을 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희생자 유족들과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들로부터 ‘자질 미달’이라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1일 국무조정실 기관보고 중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터져서 박 대통령이 책임자에게 전화해 ‘AI가 확산 안 되게 동원할 수 있는 것을 다 동원해 막으라’고 했다면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은 전부 다 대통령에게 있냐”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류’에 비유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구조도 진실규명도 모두 시늉만?
희생자 유족·생존 학생들 절규 외면하는 국회
 
조 의원은 앞서 지난 2일에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도중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당신 뭡니까” “유가족이면 잘 계세요”라며 언성을 높여 비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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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정조사는 그냥 쇼”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유가족들과 야당은 이들을 새누리당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으로 선임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제대로 된 국조를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결국 세월호 국조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려 달라”는 희생자 유족들과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의 피맺힌 절규는 무시됐고, 오히려 이들의 분노만 키운 셈이다. 
 
이처럼 국조 무용론이 불거지자 국회에서는 대안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 희생자 유족들은 세월호 국조특위 기관보고가 끝난 후 “반드시 강제성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이번 국조처럼 힘없고, 성과없는 진상규명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 광화문과 국회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 30여명은 안산에서 국회까지 1박2일 거리행진을 벌이며 희생자 유족들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국회 본회의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야당은 희생자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사권만 갖는 진상조사위만으로는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며 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그럴 경우 “현재의 형사사법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표면적으로는 사법체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사권이 주어졌을 경우 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이 주어진 전례도 없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수사에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희생자 유족 우롱?
 
반면 야당은 반드시 수사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자체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독립된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검찰의 행태를 보면 이번 사건을 성역 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진상조사위 구성, 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서도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특별법이 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회 세월호 국조특위가 아픔을 어루만지기는커녕 희생자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며 우롱하고 있다”며 “정부의 구조도, 국회의 진실규명도 모두 하는 척 시늉만 하다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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