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브로커일 가능성 높아...김정기 전 총영사 조사

일각에서는 ‘북한 간첩설’, ‘중국 스파이설’등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덩씨가 중국 상하이 한인 교포사회의 이권에 개입하는 브로커로 활약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8일 상하이 한인 사회에 따르면 덩씨는 중국 정부 인맥을 배경으로 지난 수년 전부터 상하이 한인 사회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유력인사를 소개해 주거나 업무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 또한 지난해부터는 한국 정부 관련 업무로 영역확대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덩씨가 각종 이권사업을 통해 중간에서 챙기는 금액은 한 건당 한화 기준으로 수천만원 안팎이었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덩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업가 K씨는 "몇년 전 사업상 문제가 발생해 재판이 열리게 됐을 때 덩씨의 도움을 받으려다 말았던 적이 있다"면서 "덩씨가 한인 사회와 정부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이권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K씨는 현재 상하이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개인사업가 A씨도 "처음 상하이에 와서 사업을 하는데 중국 정부 관련 일로 어려움이 많아 덩씨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덩씨가 한인 사회를 활동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20대 초반 한국으로 유학해 한국말을 배웠고 중국으로 돌아와서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며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만 몇 시간씩 부를 정도로 한국어 유창했다는 것.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던 그녀가 어느 순간 중국 정부의 권력층과 줄이 닫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로비를 시작해 상하이 한인사회를 주무르는 브로커가 됐다는 추론이다.

그녀가 브로커로 나선 시점은 남편 J씨의 주장대로 덩씨의 외삼촌이 상하이의 당서기로 왔다는 2007년께로 추정되고 있으며, 덩씨가 친분을 맺고 있다는 중국 정부 인사는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분명하다는 것.

또한 덩씨는 브로커로서 역할을 수행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일부 한인들에게는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관계가 틀어지면 상대방이 겁을 먹고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는 타깃으로 정한 상대방에 대해 통화내역, 위치이동 상황 등에서 문제점을 파악한 후 협박하는가 하면 세무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게 하거나 전화로 공갈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덩씨를 상하이에서는 그녀의 배후에 유력 인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하이총영사관의 불륜, 기밀 누출 의혹 사건은 덩씨가 한국 비자발급 업무에서 이권을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총영사관의 한국 비자는 지정 여행사와 중국 정부 산하의 지정기관이 신청하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발급되는데 덩씨는 비자발급 신청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지정되고 싶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는 지난해 11월 자신과 관련해 상하이총영사관의 영사 2명이 귀환한 후 한인 사회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이른바 '상하이스캔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김정기 전(前) 상하이 총영사가 총리실 조사를 받았다.

한편, 국무총리실 공지곡무관리관실은 지난 8일 오후 김정기 전 총영사에 대해 약 3~4시간 가량 자료유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정기 전 총영사는 조사에서 상하이 스캔들의 중심에 서있는 덩모(33)씨에게 유출된 자료 중 일부가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료라고 인정했지만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스캔들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