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무성 체제’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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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김무성 체제’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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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친김시대’…살아있는 권력과 충돌할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던 새누리당이 변하고 있다. 지난달 김무성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친박(친박근혜) 색채가 빠지고 친김(친김무성) 중심의 당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도 1위에 올라 미래권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친박시대’가 가고 이제는 ‘친김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불과한 만큼 현재 권력과 한몸인 친박의 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무성 체제 새누리당의 빛과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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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7·14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보름 만에 열린 미니총선급 7·30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끌며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재보선 이후 실시한 주요 당직 인사에서는 측근들과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용하며 친정체제도 갖췄다. 이와 같은 김 대표의 위상 강화는 필연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과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권력의 성장
현재권력과 충돌?

특히 김 대표는 재보선에서 그간 새누리당이 전매특허처럼 사용해온 ‘박근혜 마케팅’ 선거 전략에서 탈피해 ‘보수혁신’ ‘경제살리기’ ‘지역일꾼론’ 등을 전면에 내걸고 압승을 이끌어내며 당의 자생력을 키우기도 했다.

김 대표가 지난 6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지난 6·4지방선거에서의 ‘박근혜 마케팅’은 부끄러웠다. ‘아직도 대통령을 팔아야 되느냐’는 자책도 했다. 이제 당이 자생력을 갖고 홀로서기를 할 때가 됐다”는 발언을 실천한 것이다.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는 “수평적 당·청관계 확립”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는 당대표” 등 박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발언들을 공공연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막상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에는 7·30재보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일정 속 청와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김 대표는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국회로 불러 호통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국방장관을 집권여당 대표가 휴일(8월3일)에 불러 호통을 친 것은 최근 위상이 높아진 김 대표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 6일 당 최고중진역석회의에서는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실종자 수색 등 사고 수습에 매진하고 있는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을 향해 ‘이제 그만 복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집권여당 대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부처장관을 질책하거나 업무복귀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인데 김 대표가 월권행위를 한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 주요 당직 비박 약진
‘친박당→친김당’ 급변화 조짐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 7일 주요 당직 인선을 통해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며 김무성 친정체제를 공고화했다. 핵심요직인 사무총장에는 자신의 측근이자 비박계인 이군현 의원(3선), 제1사무부총장에는 중동고 후배인 강석호 의원(재선), 인재영입위원장에는 경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권오을 전 의원 등 측근들을 전격 기용했다.

사무총장급 직책인 전략기획본부장에 임명된 이진복 의원(재선), 홍보기획본부장에 임명된 정미경 의원(재선)도 비박계 인사로 김 대표와 연이 깊다. 중하위 당직 역시 비박계인 김 대표의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다. 반면 친박 핵심인사인 서청원계로 분류되는 노철래·이우현 의원은 한직에 해당하는 중앙연수원장과 대외협력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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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 나누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뉴시스>

재보선에서 ‘선거혁명’을 일으키며 당선된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임하기는 했지만, 김 대표의 선택이라기보다 이 최고위원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김 대표가 친박 색채를 빼고 친김체제를 강화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자기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당 장악력을 높인 김 대표가 미래권력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행보
자신감의 표현?

이와 같은 김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재보선 승리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여권은 물론, 대권잠룡이 많은 야권후보들을 포함한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는 여권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7.9%를 기록, 김문수 전 경기지사(10.3%)를 7.6%p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야를 아우른 조사에서도 16.2%를 기록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15.4%), 문재인 의원(15.3%) 등 유력주자들을 제쳤다(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방식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2.0%p).

친정체제 구축…‘대권 야망’ 표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도 1위 등극

하지만 차기 총선정국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큰 틀에서 협조하는 입장을 취하며 드러내 놓고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박 대통령 집권초반인 만큼 각을 세울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한 핵심측근 인사는 “김 대표의 존재는 그 자체로 청와대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 집권초반인 지금 굳이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박 대통령과 척을 질 이유는 없다”며 “당 장악력을 높이면서 중량감을 키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어색한 동거가 끝까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다시 한 번 정부 실정이 대두되거나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미래권력을 꿈꾸는 김 대표로서는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권력 간 충돌은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친박 행정부
친김당 견제?

집권여당이 김 대표 체제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자 박 대통령도 ‘황우여 장관’ 카드를 꺼내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의 직전 당대표를 지낸 그를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임명한 것은 ‘당은 청와대 아래다’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앞서 황 장관이 당대표를 맡았던 시기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최경환 의원이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임명된 터여서 행정부를 친박 인사로 채워 친김 체제의 당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무성’이라는 미래권력이 등장하면서 박 대통령 권력에 힘이 빠질 것을 우려한 청와대 실세들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결국 박 대통령은 당·청관계에 있어 청와대 우위의 기존 방식을 고수할 공산이 크고, 김 대표는 본인이 수차례 공언한 대로 수평적 당·청관계를 지향하면서 청와대와 긴장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관건은 김 대표가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유연하게 관계 설정을 해나가느냐다. 그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 “정당의 존립이유는 정권 창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관점에서 박근혜정부도 보수 재집권의 도구에 불과한 셈이다. 보수 재집권을 노리는 김 대표가 현재권력과 어떤 관계를 취하며 미래권력을 향해 갈지 주목된다.


<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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