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천륜 ‘존속살인’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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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천륜 ‘존속살인’ 천태만상

일요시사 0 2822 0 0

‘동방예의지국' 무색… 5.5일에 한 번꼴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존속살인 증가율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평균 5.5일에 한 번꼴로 존속살인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을 노리거나 보험금 때문에 존속살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 혹은 ‘정신분열증’ 등으로 존속살인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쳔륜을 끊는 대한민국 존속살인 천태만상을 들여다 봤다.

천륜 끊는 존속살인 자식에 대한 기대치 높아 심화
사소한 갈등이 살인으로 연결되기도 해 문제 심각



지난달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에서 2009년 58건, 2010년 66견으로 2년 사이에 50.0%가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는 4.2%, 2010년 5.3%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한 수치다. 2009년 기준으로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존속살인율이 높은 이유를 외국에 비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방예의지국은 무슨?

특히 존속살해에서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비율을 보면 답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일어난 72건의 존속살해 중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경우가 37건으로 50%가 넘었고, 이는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가 가장 쉽게 희생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

또 교육열이 높고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와 자식 간에 분노가 쌓이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형법상 규정되어 있지 않은 비속살인까지 포함할 경우 존속살인과 같은 패륜 범죄는 2~3일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는 범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에 있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소한 말다툼 등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갈등에도 존속살인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보은에서는 대학생 임모(19)군이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흉기로 살해해 충격을 줬고, 같은 해 9월 경기도 성남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꾸짖는 70세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36)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7)씨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김씨 역시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것이 아니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 부부싸움으로 울고 있던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홧김에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목격자인 어머니까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재판부는 “부모를 살해한 점과 방법 또한 잔혹한 데다 강도가 든 것처럼 위장하는 등 죄가 실로 크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이 마땅하나 평소 의사소통이 단절된 아버지와 장애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가정 환경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김씨 측은 범행 당시 간헐적 폭발성 장애 또는 단기 정신병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최근 발생하는 존속살인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정성국 강원지방경찰청 검시관은 “‘살인사건 중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2008년도 존속살해 피의자를 분석한 결과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경우가 전체의 55.0%에 달했으며, 존속살해 건에서 정신분열이 존재할 가능성은 일반 살해 집단보다 약 40배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60대 여인 피살 사건의 경우도 이 같은 경우다. 범인은 피해자의 딸인 20대 여대생 K씨였고, K씨는 어머니와 말다툼 도중 부엌칼로 모친의 목과 머리를 포함해 온몸을 수십 번 찔러 살해했다.

수사 과정에서 K씨는 “엄마 얼굴이 괴물처럼 계속 바뀌었다”고 진술했으며, 조사 결과 모 대학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K씨는 몇 해 전 과대망상에 의한 정신분열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K씨의 진술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사팀에 발견된 모친의 시신은 참혹했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난도질 돼 있었고, 시신 옆에는 안구가 뽑혀 나돌 정도였다. 팔과 다리의 힘줄도 모두 절단돼 있었다고.

‘정신분열’ 조심해야

그런가 하면 존속살해 사건의 가해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과거에는 가해자의 연령대가 주로 30대에 몰려 있었는데 지금은 20~40대까지 다양하고 10대까지 존속살인에 가담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행동 통제력이 약한 10대의 범죄는 더 잔혹한 경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사건은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이모(14)군이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자 집안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숨지게 한 것. 경찰 조사 결과 평소 춤과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이군은 자신에게 아버지의 관심이 쏠리면서 학업에 대한 억압이 가중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족이 담당했던 인성교육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면서 가족 간의 축적된 갈등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가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존속살인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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