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쥐락펴락 막후실세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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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추적> 박근혜정권 쥐락펴락 막후실세 실체

일요시사 0 2245 0 0

▲ (사진 왼쪽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박지만씨, 정홍원 국무총리

2인자 용납하지 않는 대통령…"진정한 넘버2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정권의 '진정한 넘버2'는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용인술로 유명하지만 이상하게도 정권 출범 직후부터 막후실세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근혜 정권의 막후실세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용인술로 유명하다. 이 부분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척 닮아 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충성을 다했던 인물일지라도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자신의 입지에 도전하면 가차없이 숙청했다.

막후실세설
실체 있나?

지난 2007년 대선후보경선을 거치며 친박계 좌장이라고 불리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과 멀어지게 된 것도 이 같은 용인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이후 막후실세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6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만만회’라는 비선라인이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인사참사가 발생하자 이들을 박 대통령에 추천한 비선라인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봤다.

‘박근혜 정권의 진정한 2인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무척 민감한 이야기라며 난색을 표했다. 철저한 무기명 조사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씩 입을 열었다. 무기명 설문조사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빼 달라”며 답변을 거부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2인자는 정홍원 국무총리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정 총리를 2인자로 지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권의 2인자로 보기에는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는 평가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인사들은 “만약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성사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정 총리는 존재감이 너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약속했던 ‘책임총리’ 공약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초 박 대통령은 총리에게 장관 후보 추천권을 보장해주겠다고 공약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넘버2를 가늠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대통령의 인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를 꼽았다. 그러나 정 총리는 “장관후보는커녕 청와대 비서관 한 명 꽂아 줄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각종 인선 과정에서 정 총리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넘버2 정홍원 "존재감 약해"
박지만, 정윤회 "소문 무성하지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 총리가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인사권 행사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정 총리는 전형적인 정무형 인사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만약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좌충우돌한다면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과 정 총리의 궁합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인사들이 정 총리를 제치고 2인자로 꼽은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인사들은 김 실장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핵심 친박 인사의 선거캠프에 참여했었던 한 인사는 확인되지 않는 떠도는 이야기임을 전제한 후 “선거 승리 후 부시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측근인사들이 거론됐는데, 어느날 전혀 엉뚱한 사람이 부시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그 사람을 추천한 사람이 청와대 쪽 인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고작 광역단체 부시장 자리를 신경 쓸 것 같지도 않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핵심 친박 광역단체장의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입방아에 오른 배후인사가 김 실장이었다. 부시장 자리는 보통 시장의 최측근들이 차지하는 자리인데 그런 인사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김 실장의 파워가 세긴 세구나 하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실장을 박근혜정권의 2인자로 지목한 인사들은 “아무래도 박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과 비교해봐도 김 실장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김 실장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을 주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김 실장이 주재한 만찬에는 친박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등 원내대표단 10여명이 참석해 김 실장과 향후 정국 운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에 가는 것은 대통령 초청에나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비서실장 초청으로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것도 어색하고, 대통령 주재에나 있을 법한 인사정책 난맥상에 대한 해법모색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과거 논평에서 김 실장에 대해 “왕이 아니면서 왕보다 더한 권력을 지녔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이후 최대 권력자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대한민국 정부 직제표에도 없는 ‘부통령’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며 김 실장에게 ‘기춘대원군’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새정치연합은 “기춘대원군이 사실상 자신의 직할체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대통령은 야구장과 행사장, 해외순방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김기춘 2인자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근혜정권에 2인자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 같은 의견을 개진한 한 인사는 “김 실장이 정권의 2인자라고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전달자에 불과하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뿐”이라며 “김 실장이 과연 박 대통령과 대립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만한 힘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속칭 ‘찌라시(정보지)’에 단골손님처럼 오르내리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 초기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던 정윤회씨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특히 정윤회씨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 소문은 많이 돌았지만 실제로 정씨를 만났다거나, 새누리당 내에서 간접적으로라도 정씨의 영향력을 느꼈다는 인사는 없었다. 다만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정씨가 추천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던 것만큼은 맞다고 했다.

이미 오래전 정치권을 떠난 정씨가 아직도 막후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근거는 현재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정씨의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 1998년 박 대통령의 정치입문을 도우면서 이들 세 사람을 등용해 공식 참모진을 꾸렸다. 박 대통령은 이후 한 번도 참모진을 교체하지 않고 이들 세 사람을 청와대 요직에 기용했다. 정씨가 이들 세 사람을 통해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씨는 자신에 대한 막후실세 의혹이 불거지자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 접촉한 건 당선 후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했는데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이 당선 후 전화를 해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증’한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경환, 황우여 "실세는 맞지만…"
김기춘 압도적 득표 "진정한 넘버2?"


이외에도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장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이들을 2인자로 지목한 사람은 없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서청원 의원의 경우 만약 지난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 대표가 됐다면 단숨에 정권의 2인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극단적으로 말해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니냐?”며 “당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마 이번 임기가 끝나면 정계를 은퇴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나 황우여 장관도 정권의 실세이긴 하지만 2인자라고 보긴 힘들다는 평가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경우는 정권의 2인자라기보단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서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라고 판단해 설문 문항에서 제외시켰다.

기춘대원군
국정농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막후에서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인물이 정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막후실세설이 끊이지 않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고 박 대통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막후에서 ‘그림자 권력’이 움직이고 있다면 이는 곧 부정부패와 연결될 수 있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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