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욕먹는 세가지 이유

한국뉴스

강태선 욕먹는 세가지 이유

일요시사 0 2074 0 0

▲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사진=일요시사 DB>

했다 하면 뒷말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문지 폭행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이번엔 법인계열사를 '개인금고'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기순이익보다 높은 배당금을 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하도 욕을 많이 먹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블랙야크는 한국 아웃도어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토종 아웃도어 회사다. 1973년 동진사로 출발, 이후 75년 동진산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순수 기술로 자체 개발한 등산용품을 취급했다. 95년에는 블랙야크를 출시하고 계열사로 동진레저를 뒀다. 계열사는 2010년 독립법인으로 설립했고 현재 블랙야크 브랜드 외에 마모트, 동진레저는 마운티아와 카리모어를 운영하고 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동진레저의 지분 85%, 블랙야크의 지분 84.96%를 갖고 있다.

계열사 아우트로
오너가 지분 90%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와 국내 아웃도어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블랙야크에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총자산 31억원의 계열사에서 강 회장은 29억원을 대여했고, 계열사는 최근 청산됐다. 강 회장 '배불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계열사인 '아우트로'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2년 동안 29억원을 사용해 왔다. 아우트로는 미국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로 블랙야크 분할 전인 동진레저 시절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가 2007년 별도 회사로 독립했다. 강 회장이 지분 20%, 아들 준석씨가 30%, 두 딸인 주연·영순씨가 각각 지분 20%, 블랙야크가 지분 10%를 출자해 만든 오너 기업이다. 설립 당시 강 회장이 출자한 자금은 2000만원 남짓. 나머지 8000여만원은 강 회장의 자녀들과 블랙야크가 댔다. 대표는 큰딸 주연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상 지난해 말 기준 아우트로의 총 자산은 31억원이다. 이중 93%를 넘는 29억원이 '단기 대여금' 명목으로 강 회장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갔다. 회사 부채를 감안한 자본총계는 19억원에 불과하다. 해당 보고서상 아우트로의 현금성 자산은 9000만원에 불과하다. 판관비는 월 평균 4400만원. 9000만원은 약 두 달치 판관비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운영자금도 안 되는 규모다.

업계에서 오너가 법인 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총자산 대부분을 대여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계열사를 이용한 '개인 금고 채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항공사 직원 신문지 폭행 이후
하는 일마다…행보 둘러싸고 논란 일어

강 회장이 대여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자금력을 끌어 올렸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월 불거진 강 회장의 제주지사 출마 등 정계 진출 의혹과 블랙야크의 국내 저가 항공사 인수 소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모 매체는 블랙야크가 국내 대표 저가항공사와 세부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올해 초부터 해당 저가항공사 실사를 끝내고 세부 인수가격을 놓고 협의 중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항공사는 이스타와 티웨이 항공이 거론됐다. 보도에 블랙야크가 협상 중인 항공사는 본사가 김포공항 인근에 소재해 있으며 제주와 동남아 노선을 운행하는 국내 대표 저가항공사라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매체는 블랙야크가 이 항공사를 대략 400억원 선에 인수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항공사에서 두 배 가까운 가격을 고집해 협상은 답보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강 회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시장에서는 협상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의 제주지사 출마 의혹은 강 회장이 측근들에게 중국관광객 수요에 대해 '저가항공사를 운영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면 제주지사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면서 제기됐다. 강 회장이 1949년생으로 제주 서귀포 출신인 데다, 강경찬 당시 제주도교육감 후보 선대위 고문에 선정된 점도 의혹에 불을 지폈다. 강 회장은 또 제주도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주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 블랙야크는 '펄쩍' 뛰었다. 항공사 측에서 제안은 있었지만 거절했고 내부 TF구성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지사 출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근거없는 소문의 근원을 파악해 강력 대응을 할 예정이다"고 부인한 바 있다.

29억 빌리고
18억 배당 챙겨

강 회장과 아우트로를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 이익의 132%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아 챙겼다. 강 회장 일가는 올해 아우트로에서 총 17억608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아우트로의 당기순이익은 13억여원이다. 같은 기간 아우트로의 이익잉여금은 18억원으로 잉여금 대부분을 배당으로 챙긴 셈이다.

여기에 강 회장이 빌려간 자금과 배당액은 블랙야크에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우트로는 대부분의 매출을 블랙야크에서 올렸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아우트로의 전체 1년 매출액은 57억원이다. 하지만 아우트로가 블랙야크에서 올린 매출은 69억여원으로 회계상 오류가 발견된다.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뭐가 됐든 아우트로의 매출 대부분이 강 회장 일가 배불리기에 사용된 것이다.

재단 출범 다음날
폭행 사건 구설수

이런 상황에서 아우트로는 올해 상반기 청산됐다. 아우트로에서 영위하는 마모트 브랜드 사업을 블랙야크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가맹점·직영점 등을 개설해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트로 대부분의 매출이 블랙야크에서 발생했고 그 매출이 다시 강 회장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 데 사용된 점과, 대부분의 총 자산이 오너에게 대여된 점, 회사가 청산된 점을 보면 계열사가 오너 개인 금고로 사용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블랙야크 측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사업 재투자 명목으로 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 회장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배당에 대해서는 "강 회장은 지난해 블랙야크를 통해 배당을 전혀 받지 않는 등 여타 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으며 아우트로 청산과 관련해서는 "그간 아우트로에서 해오던 마모트 브랜드 사업이 규모가 커지면서 마모트와 블랙야크가 10년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의 아우트로와 관련한 이색 행보는 과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문지 폭행 사건을 재차 조명하면서 블랙야크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9월26일 29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과 '재단법인 블랙야크강태선장학재단'을 출범했다. 아웃도어기업의 정체성과 연관성이 있는 사업과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일반사회사업을 지원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을 운영한다는 게 주 목적이다. 매년 블랙야크 이익의 2%를 출연해 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것.

강 회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재단출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기적이고 새로운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는 사회적 기업으로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 재단을 출범하게 됐다"면서 "나눔재단을 통해 함께 돕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재단 출범 하루만인 지난해 9월27일 오후 3시, 강 회장에게 '신문지 폭행 회장님'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여수로 가는 오후 3시1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강 회장은 김포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강 회장은 당일 오후 6시 여수에서 열리는 생방송 '2013 슈퍼모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탑승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무리하게 탑승을 요구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아시아나 항공사 협력업체 직원을 신문지로 폭행했다.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맞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출동 도중 신고가 취소돼 현장에 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상한 계열사 운영 도마
사실상 '개인금고' 활용

아시아나 항공 측은 "해당 항공편은 탑승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항공편이라 탑승시각에 늦은 강 회장이 물리적으로 탑승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결국 다른 비행기편으로 여수에 도착했고 생방송 일정은 차질 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야크 측은 "항공사 착오로 셔틀버스가 미리 출발한 것으로 보고 회장 일행이 흥분해 벌어진 일"이라면서 "들고 있던 신문지를 직원 쪽으로 던졌을 뿐 폭행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사건이 알려진 뒤 강 회장과 블랙야크에 대한 비난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이후 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언론에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블랙야크 측은 "당시 현장에서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찌되었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태는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블랙야크, 마모트, 마운티아, 카리모어 등 같은 계열 브랜드 불매운동을 통해 오너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건의 현장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보도한 YTN은 그해 '방송기자클럽' BJC 보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월 초까지 집중되던 강 회장 신문지 폭행 사건을 다룬 기사들은 10월 중순 들어 거의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 주요 일간지에 블랙야크 광고가 많이 게재됐다. 블랙야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56억원이었던 광고비는 지난해 260억원으로 60%나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강 회장의 신문지 폭행 사건을 기억한다. 지난 4월 한국빅데이터연구소와 빅데이터 분석전문기업 타파크로스가 최근 1년간 블랙야크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결과, 명산, 봄맞이, 히말라얀에 이어 강태선, 항공사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위에는 용역지원, 10위에는 신문지 폭행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강 회장은 지난 8월25일부터 2박3일 동안 부여 롯데 리조트에서 블랙야크 및 블랙야크 키즈회사 임직원 및 전국 대리점주 약 500여명이 참석한 상품설명회를 개최하고 올 추동 시즌 트렌드를 미리 선보이며 "초심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 회장은 "하반기에는 아웃도어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제품 개발에 무게를 뒀다"며 "글로벌 NO.1 브랜드로 가는 최고의 길은 본사와 점주, 고객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장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초심 강조후
끝없는 추락

강 회장의 이 같은 철학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아우트로를 '개인 금고'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초심을 강요하기 전에 본인이 직면한 의혹부터 명확히 해결하는 게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라며 "논란을 안고 간다면 소비자들은 반드시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문지 폭행 사건부터 이번 아우트로 건까지 지난 1년간 강 회장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며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는 우스갯 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