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낙마 청와대 수석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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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낙마 청와대 수석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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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사진=뉴시스>

비리 용의자에 나랏일 맡기다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돌연 사퇴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관가 주변에선 송 전 수석이 경찰 조사를 받은 '개인비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국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어진 권력에 비례해 역대 정권마다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기도 하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지난 20일 돌연 사직서를 냈다. 대통령이 해외로 떠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평소 청와대 업무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던 그이기에 갑작스런 사임은 여러 뒷말을 남겼다.

믿었던 너마저

최초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함구했다. 짧게 '학교로 돌아간다'고만 했다. 공교롭게도 송 전 수석이 서울교육대 총장 시절 이른바 '1+3유학제도'를 불법 운영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수석이 돌아간다고 했던 학교가 혹시 그 '학교(구치소의 은어)'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9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로부터 3일 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교육문화수석 내정 사실을 알렸다. 경찰 수사 대상을 요직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것인데 이로써 청와대는 다시 한 번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냈다.

지난 23일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박범훈 전 중앙대학교 총장의 입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 전 총장은 송 전 수석과 나란히 불법으로 '1+3유학제도'를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송 전 수석과 박 전 총장 등 전국 15개 대학 전·현직총장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6개 대학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송 전 수석에 대한 계좌추적까지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송광용 돌연 사퇴…현 정부 들어 줄줄이 낙마
 또 인사검증 구멍…역대 정권마다 망신 되풀이


송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의 사법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안은 다르지만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됐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수석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총 333일간 구금됐다.

1심은 김 전 수석이 2010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무마 및 규제 완화 청탁의 대가로 박씨에게 1억5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과 150만원 상당의 골프채 2개를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박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4월 확정됐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 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직제상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대통령의 '수족'이란 점에서 실제 위상은 장관급 이상이다.

김 전 수석이 옥고를 치른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 수석은 주어진 권력에 비례해 역대 정권마다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다.

지난 2009년 3월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 공무원이 줄줄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는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었다. 박 전 수석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4년 12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등을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은 박 전 수석에게 징역 3년6월의 형을 확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박 전 수석이 지난 2005년 1월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박 전 수석은 노무현정부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지명 5일 만에 물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해당부서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정찬용 현 인재아카데미 이사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부실인사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대비된다.

이명박정부 때는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종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지난 2012년 불거진 '박희태 돈봉투' 사건의 기획자로 의심받았다. 당시 복수 언론은 "김 전 수석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희태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당 간부들에게 2000만원을 건네려 하고, 고승덕 당시 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전달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의혹은 사건 당사자인 고 의원이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김 전 수석과 관련한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수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있던 2011년 12월1일 새누리당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 공모씨가 체포됐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한 수사 경과를 최 전 의원에게 일러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은 김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했다.

김 전 수석의 사임 시점은 기밀누설 직후로 확인된다. '돈봉투 사건'은 불과 두 달 뒤 발생했다. 박 전 수석이 상품권을 받고 사퇴한 것과 전체적인 흐름이 다르지 않다.

정권의 방패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두 명이 청와대 수석이 전격 경질됐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5월 '윤창중 성추문' 사태에 연루돼 황급히 옷을 벗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 역시 지난 8월 교체됐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선거법위반 적용을 막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곽 전 수석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몸통으로 의심됐다.

늘 정권의 방패막이로 쓰이다 청와대를 떠난 수석들. 하지만 궁극적으로 청와대 수석들의 일탈은 그들을 임명하고 관리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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