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장악한 '친박 정피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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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장악한 '친박 정피아' 실태

일요시사 0 2209 0 0
▲ 박근혜 대통령

'박피아' 천국 된 신의 직장 "부(끄)럽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의 정점에 친박(친박근혜)계 정피아(정치+마피아)들이 대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더니 그 자리를 '친박 정피아(이하 박피아)'가 메우는 형국이다. 연내 교체를 앞두고 있는 150여개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를 놓고도 벌써부터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피아의 공공기관 장악 실태를 점검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지난 5일 공개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 2'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132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 등의 자리에 205명의 박피아들이 선임됐다. 앞서 민 의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 1'(2013년 1월~2014년 3월)에서 집권 1년 동안 84개 공공기관에 114명의 박피아가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6개월 사이 박피아의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이 급증한 셈이다.

박피아 낙하산 급증

이에 따라 연내 교체될 예정인 150여개 공공기관 고위직에도 박피아가 대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이하 알리오)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총 304개 공공기관 중 35곳이 사실상 기관장 공석 상태다.

강원랜드, 국방기술품질원, 국제방송교류재단 등 15곳은 아예 기관장이 없다. 한국가스기술공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등 20곳은 기관장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기관장이 정해지지 않아 전 기관장이 어정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거래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8곳은 연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각 공공기관의 감사, 이사 등 고위직 자리는 100여개 이상 비어 있거나 조만간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총 150여개의 공공기관 고위직 자리가 연내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48개 관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간평가 결과가 10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방만경영 해소 실적이 미흡한 기관장이 추가로 교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50여개+α' 공공기관 고위직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고위직 박피아 장악
'능력'보다 '친박 끈'이 우선?

문제는 올해 들어 공공기관에 박피아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교체가 예정된 자리에 박피아들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 중 10여개 기관(강원랜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에서 선임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두 박피아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후보로 23명이 지원했지만,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친박계 함승희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성주그릅 회장이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됐고, 대선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자니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된 MCM 김성주 회장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된 방송인 자니윤씨 <사진=뉴시스>

친박계 곽성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임명, 박완수 전 창원시장의 인천공항공사 사장 내정도 박피아의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능력보다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공공기관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권에 끈이 있는 정치권 인사나 교수 등 학계그룹이 관피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는 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능력을 통한 인사제도를 추진하겠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정부에서 없어져야 한다" 등의 대선과 인수위 시절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조치다. 박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음이 또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물론 모든 박피아 낙하산들이 능력을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의 요직을 박피아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정권보다 심각

심지어 공공기관 박피아의 현주소는 노골적, 전면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권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고위직에 능력보다 끈이 우선되는 인사를 하면서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병두 의원은 "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추진이 박피아의 공기업 파티로 귀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전면 파기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을 위해서는 박피아 근절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사 속 기사> 공공기관 '박피아' 인사 현황 분석

지난 3월~9월까지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로 임명된 박피아는 총 66개 기관 94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15명은 기관장(15.8%), 10명은 감사(10.5%), 69명(73.7%)은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출신(44명, 47.9%), 대선캠프·인수위 출신(31명, 33%), 친박단체 활동 및 지지선언 그룹(18명, 19.1%) 등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로 범위를 넓혀 보면, 총 132개 공공기관에 205명의 박피아가 투입됐다.

직위별로는 이사가 119명(59.6%)으로 가장 많으며 기관장(60명, 28.2%), 감사(26명, 12.2%) 순이다. 출신 그룹별로는 새누리당 출신이 92명(44.9%)으로 가장 많고, 대선캠프·인수위 출신(78명, 31.2%), 친박단체 활동 및 지지선언(35명, 17.1%) 순으로 임명됐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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