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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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집중해부

일요시사 0 1132 0 0
▲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시스>

간판만 '직속' 실제론 '빈속'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대통령 직속으로 16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반이 넘는 위원회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못했고, 업무보고를 몇 차례 했던 위원회도 실제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위원회 대다수가 정부조직관리지침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간판을 달고, 실제로는 ‘맹탕’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민낯을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반영한다. 정부마다 위원회의 수와 명칭이 달랐던 이유도 각 정부가 구상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판만 걸어 놓고 실제 활동 및 성과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근혜정부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제 역할 못하는
위원회가 태반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청와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 16개 중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우주위원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9개 위원회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 태반 이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까지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는 물론, 대면 업무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국민대통합위원회(1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1회) ▲지역발전위원회(2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2회) ▲청년위원회(2회) ▲통일준비위원회(2회) 등은 1∼2차례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문화융성위원회가 4차례 업무보고로 횟수가 가장 많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업무보고가 한 차례에 그쳤다는 점이다. ‘국민통합’은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정치쇄신’ ‘일자리·경제민주화’와 함께 3대 국정지표로 제시했던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업무보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길 잃고 헤매는 위원회 '수두룩'
정부조직관리지침도 대다수 무시 

대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대통합 종합계획 수립’ ‘작은 실천 큰 보람 운동 전개’ ‘국민과의 현장 소통 강화’ 등을 주요 성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세월호, 영남 인사 편중,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 갈등의 골이 깊은 쟁점들에 대해서 침묵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라는 출범 취지는 ‘말잔치’에 불과했다. 

 

   
  이는 실권 없는 위원장 인선의 결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김대중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야권 출신 인사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구색 맞추기 인사인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에게 ‘위원장’이라는 지위는 있지만, ‘실권’은 없다”며 “실세가 아닌 인사가 위원장으로 있으며 ‘국민통합’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위원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취재진의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바쁘시니까…”라고 아쉬움도 표출했다.

정부 출범 위원회
유명무실 마찬가지

국민대통합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서 출범시킨 청년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도 상황은 유사하다. 청년위원회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 상담을 위해 ‘찾아가는 청년버스’ ‘청춘순례’를 운영 및 시행하는 등 몇 차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부 미시적 성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올 초부터 야심차게 내세운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할 위원회지만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내세운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무역투자진흥회를 만들어 7차례나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과 대비된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출발 자체가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며 “위원 면면만 보더라도 통일에 대한 보수·진보진영의 견해를 좁히고,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꼬집었다.

9개 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0'
업무보고 했던 위원회도 성과 미미

이처럼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박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만들어진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별 관심을 안 가지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위원회는 현 정권에서 만들어 놓고도 유명무실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들 위원회는 정부조직관리지침도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 ‘위촉직의 40%를 여성으로 한다’는 지침을 지킨 곳은 16개 위원회 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 곳뿐이다. ‘특정 직업군이 25%를 넘지 않아야한다’는 지침을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표적인 예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경우 15명의 민간위원 중 남자는 10명(66.6%)이고, 법조인은 7명(46%)이다. 가장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앞장서 정부의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말과 행동 따로
존재 이유 의문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말 따로 행동 따로 하고 있다”며 “모범을 지켜야 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데 어느 정부 위원회가 지침을 따르겠느냐. 이럴 거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역주행을 멈추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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