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에볼라 공포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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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에볼라 공포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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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떨고 있는데, 최근 인천공항에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주의를 요하는 경고 문구가 한쪽에 비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1명만 감염돼도 나라 풍비박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로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실체 없는 괴담까지 덧붙여진 모양이다. 치사율이 50%를 넘나드는 에볼라바이러스. 만약 국내 감염자가 생긴다면 박근혜정부는 지난 '광우병 정국'에 맞먹는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이하 에볼라)라는 유령은 한반도 전역에 전에 없던 공포를 확산 중이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보건 인력'은 민간차원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을 포괄했다.

갑자기 파견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정부 이름'으로 '의료 인력(민간 포함)'을 파견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파장을 불러왔다. 관련 보도 직후 여론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한국질병관리본부는 에볼라에 대해 "감염 시 22∼90%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볼라는 1976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최초 확인됐다. 감염자는 602명, 사망자는 431명이었다. 생존율은 28.4%로 낮았다. 이후 1995년 콩고에서 또다시 에볼라가 창궐했다. 감염자는 315명, 사망자는 254명이었다. 생존율은 19.4%로 환자 10명 중 8명이 숨지는 '죽음의 병'이었다.

2000년대 들어 에볼라 감염 생존율은 꽤 증가했다. 2000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425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224명이 숨졌다. 생존율은 47.3%였다. 2007년 우간다와 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413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224명이 숨졌다. 생존율은 45.8%로 7년 전과 비교해 소폭 하향됐다.

이렇듯 에볼라 감염자의 생존 가능성은 일부 선입견과 달리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감염자 2명 중 1명은 여전히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2014년 현재(지난 14일 기준) WHO가 집계한 에볼라 환자(확진·추정·의심 모두 포함)는 모두 9216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4555명이었다.

에볼라는 치료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수일 내에 고열, 두통, 근육통, 설사, 딸꾹질 등의 증상이 생기고, 심한 경우 눈과 입에서 출혈을 동반한다. 증상 발생 후 7∼10일 이내에 간부전, 신부전, 중추신경계 손상, 실명, 쇼크, 범발성 혈관 내 응고병증(DIC)에 빠져 다발성 장기부전 등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에볼라는 자연 숙주(감염원)나 전파 경로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감염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쥐 또는 포유류가 숙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정체 미상의 숙주로부터 인간이 에볼라에 감염된 사례는 아프리카에서만 보고되고 있다. WHO는 감염자의 혈액이나 분비물(침 혹은 땀 등), 정액 등에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전염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로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자와 신체적 접촉이 있는 어느 누구든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 단 공기 중 전파에 의한 감염 사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질병관리본부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에볼라 환자 보호자(의료진 등)의 30%가 감염됐지만 가정생활 중 접촉한 사람 대부분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덧붙였다.

WHO는 에볼라 유행 기간 동안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후보군으로 의료진을 꼽았다. 환자가 썼던 린넨(환자복, 침구류 등)에 의해서도 에볼라는 감염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의료진 파견을 놓고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렇다. 아프리카로 파견된 의료진 A는 에볼라에 감염된 채 귀국한다. 그러나 우리 보건당국은 A의 감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귀가 조치한다. 잠복해 있던 에볼라는 여러 증상과 함께 A의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에볼라의 잠복기는 최소 2일에서 최대 21일까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우리 보건당국은 에볼라 유행지를 거쳐 입국한 사람 중 고열 등 이상증세를 보이는 의심 환자군을 특정 기간 격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의료진에게도 에볼라가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정부 아프리카에 국내 의료진 파견 결정
전염 우려 전 세계로 확산…위험한 선택?

정부는 지난 21일 외교부·복지부·국방부 국장급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의료진 파견을 최종 결정했다. 파견 예정일은 11월 말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간 의사 10명, 군 의료인력 10명 등 20명 수준의 의료진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 장관은 "에볼라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며 '국제공조' 차원에서 파견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에볼라 진료를 경험한 적 없는 우리 의료진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으로 가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차출 대상으로 우선 검토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직원 4명이 지난 22일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한 것은 국내 의료진 역시 에볼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징후로 해석됐다.

이들은 지난 8일 시에라리온에서 입국한 생후 17개월의 남자아이를 치료해온 것으로 보도됐다. 입국 당시 아이는 38도가 넘는 고열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이 아이에게서 에볼라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하지만 4명의 간호사는 의심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료기관이자 에볼라 지정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9월29일부터 에볼라 TF팀(위원장 이종복 진료부원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환자 격리 및 진료를 떠맡는다. 의료진이 느끼는 공포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D등급의 보호장비를 C등급으로 올리고 보호 장비 탈의교육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무작정 파견했다가는 국가적인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였다.

목숨 건 진료

질병관리본부가 이달 발표한 에볼라 피해현황에는 "최근 감염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포함돼 있다. 라이베리아에선 2∼3주마다 감염자가 2배씩 늘고 있다.

1970년대 박 대통령의 아버지는 독일과 베트남으로 간호사와 군의관을 각각 파견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번 아프리카 파견 결정에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일부 의료계의 지나친 선입견일까.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볼라 백신' 상황은?

WHO가 내년 1월부터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파델라 차이브 WHO 대변인은 "내년 1월까지 백신 2만개를 생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WHO 측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면 내년 초부터 아프리카에 백신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혈액 제재, 치료제, 백신 등 3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에볼라 백신 생산을 위한 협력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은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2억유로(한화 약 264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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