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기문 총장에 자꾸 떼쓸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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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 반기문 총장에 자꾸 떼쓸 텐가?

일요시사 0 1117 0 0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때아닌 '대선 대망론'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대망론의 시발점은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 토론회장에서였다.

이후로 한 여론조사 기관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반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을 누르고 당당히 1위로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유수의 국내 언론들도 반 총장과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내며 '반기문 대망론'에 아예 대놓고 기름을 들이붓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연일 반 총장이 자당 후보로 나서지 않겠느냐며 밑밥(?)까지 까는 등 '모시기 과열' 양상마저 보이자, 반 총장이 직접 나서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기문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는데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사실 반 총장의 '대선출마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한 차례 불거졌었다. 그만큼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반 총장의 인기도와 '세계의 CEO'라는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 무엇보다도 당선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분명 군침을 흘릴법도 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정당의 존재가치인 '집권'을 위한 자당의 명분을 위한 작업일 뿐이며, 한국 정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물론, 반 총장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일이며, 오히려 현재 UN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독이 될 수 있다. UN사무총장은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을 관리하는 안방마님과 같은 존재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등에 업은 반 총장에게 '대선출마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경우, UN 내의 반 총장 반대세력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국회 외통위의 한 중진 의원도 "유엔에도 반 총장 반대세력이 있다. 대선출마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반 총장이 일하는 데 굉장한 걸림돌이 된다"고 우려했다. 야권 일각에서도 반 총장을 국내 정치의 도마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반기문 대망론'은 안철수 의원을 통한 데자뷰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안철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2012 대선 때 엄청난 정치권의 러브콜 제의에 의해 여의도가에 발을 들여놓은 케이스였다. 대선에서 그는 박근혜 당시 후보와의 1:1 지지율 조사에서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는 등 야권 최고의 대선주자로 인기몰이를 했던 인물이다.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대학교수'였던 안철수를 대선판으로 불러 들였지만,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의 최종후보 조율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냈고,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패했다. 이듬해 안철수는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 정가로 입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안 후보는 자연스레 당시 문 후보의 패인을 둘러싼 책임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총선 출마 때도 '소 잡던 칼로 닭 잡으려 한다'며 공격당한 바 있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고건 전 총리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고 전 총리는 대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대권주자 0순위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인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대선 바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사무총장이라는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시점에서 그를 대선주자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고, 시기상 현실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201 8년 2월까지임을 감안한다면 아직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 있다. 후보 경선 등 준비기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시기상으로 일러도 너무 이르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언론은 반 총장이 UN사무총장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켜보면 될 일이다. 본인이 한사코 싫다는데 떼를 써서는 안 된다. 물가까지는 말을 데려갈 수는 있으나 억지로 물까지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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