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호남신당론 실체 전격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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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호남신당론 실체 전격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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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사진=일요시사 DB>

"우리가 친노 들러리나 서는 거수기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7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이른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진앙지는 바로 비노(비노무현)계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장악되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호남의 여론”이라고 말했고,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도 “집권이 불가능한 사람들과 한 지붕에 살기보단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 다 작심한 듯 친노(친노무현)계를 겨냥해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친노 겨냥
분당 협박

비노계는 호남의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이유로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장악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지만 친노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호남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인 것이 친노와 호남의 사이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호남인들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호남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친노가 주축이 되어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역풍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내 9석에 불과하던 민주당에게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다. 이때 쌓인 앙금은 아직까지도 호남인들의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사진=일요시사 DB>

올 7월에 치러진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물론 서 전 의원이 당시 패배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친노인사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도 분명히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친노가 내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니 호남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운 친노
당 장악 반대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호남신당론에 대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진영의 실체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호남의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깨진다’는 말은 비노주자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호남지역에서 실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야기다. 지금 새정치연합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 당권까지 친노가 가져가면 호남은 친노 거수기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호남의 민심을 전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당 지도부가 호남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특정인을 전략 공천해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면서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호남의 민심이반은 가속화됐지만 새정치연합은 흔들리는 호남민심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했다.

비노 거물들 너도나도 호남으로
친노가 당권 잡으면 당 깨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예산폭탄을 앞세우며 호남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어느새 새정치연합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10%p 정도밖에 나질 않는다.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호남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호남 전반에 퍼지고 있고 이는 곧 호남신당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호남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 1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호남 신당론의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호남에는 유독 비노계 의원들이 많은데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다가오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텃밭 공천만큼은 쇄신을 부르짖으며 혁신 공천 경쟁을 벌여왔다. 중진의원일수록 쇄신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독 호남 중진의원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대거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사진=일요시사 DB>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고 호남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이들이 뭉쳐 호남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호남신당론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다만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호남신당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전남 강진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중앙당과 1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도록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황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기존 정당법의 경우 수도권과 특별·광역시에 반드시 시·도 당을 두도록 하고 있어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결사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일부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호남 신당 창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12명 중 6명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신당 준비 시작?
사전 정지작업

호남신당론과 맞물려 비노진영 거물인사들이 부쩍 호남에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이다.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전북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고, 당권 도전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호남 개혁정치 복원이라는 의미심장한 목표를 내세우고 광주에서 ‘호남의 희망’이라는 정치연구소를 열었다.

박주선 의원도 최근 무려 한달 동안 전남 순천과 해남, 광주, 전북 전주 등을 돌며 순회 초청 강연회를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 뒤 난데없이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은둔생활을 시작했고 비노그룹은 강진까지 찾아가 손 전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차일피일 복당을 늦추고 있는 것도 수상한 정황이다. 과거에는 호남에서 설사 무소속으로 당선됐더라도 복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고, 복당하지 않으면 차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친노에 등 돌린 호남민심 "배신이야"
호남신당, 당장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호남 지역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벌써 반년 가까이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지역에서 약화된 새정치연합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이 호남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호남은 타 지역과는 달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 간 1대1 구조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만약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격돌한다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 <사진=일요시사 DB>
현재 호남에 걸려있는 의석수는 30석 정도인데 신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 제3당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소한 제3당
마지막 카드

호남신당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명분이다. 호남신당 출범에 대한 타당한 정치적 명분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당은 당내 계파싸움의 산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명분을 얻지 못하면 호남인들의 선택을 받는다 해도 호남을 중앙정치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호남신당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정책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대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비노진영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호남신당론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과연 정치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호남신당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호남민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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