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모드’ 박근혜 '침묵모드' 급선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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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모드’ 박근혜 '침묵모드' 급선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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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 꽉! “MB와 모종의 밀약 있었나?”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입을 닫았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론에 맞서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신공항 추진을 강조,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이 점쳐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차례 발언이 있은 후 “할 말이 없다”며 특유의 정중동 행보로 돌아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게감 있는 정치 행보와 이보다 더 무거운 입으로 유명한 박근혜 전 대표가 오랜만에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발표가 나면 얘기하겠다”며 벼르고 별렀던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겁게 연 입
다시 자물쇠 ‘철컹’

지난달 30일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결론이 났다. 박 전 대표는 다음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성철 초대총장 취임식을 찾아 “국민과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 입장에서도 계속 추진할 일”이라며 신공항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대표의 강도 높은 발언은 정치권의 관심과 견제를 받았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 그가 내보인 ‘정치적 행보’였다. 이후 박 전 대표는 다시 말을 잃었다.

그는 지난 4일 ‘ITS(지능형교통체계) 기반 지능형 자동차 부품시험장 기공식’과 ‘대구 R&D(연구개발) 특구 출범식’을 찾기 위해 지역구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빗발치는 질문 공세에도 끝끝내 신공항 관련 발언은 더해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특별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오늘 (얘기) 안 해요”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것도 아마 이해할 것”이라고 해 충돌을 피해간 것처럼 박 전 대표도 이번 사안으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든지, 정면충돌 할 수 있다는 등의 정치적 해석을 비껴가려 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잦은 대구행
간접화법 활용?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4일에 이어 오는 23일 지역구 방문 일정을 잡는 등 지역구로 향하는 발길을 늘려 민심을 챙겨나가고 있다.

더불어 지난 4일 두 개 행사장에서 지역 발전을 강조, 신공항 백지화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ITS(지능형교통체계) 기반 지능형 자동차 부품시험장 기공식 축사에서 “ITS기반 자동차부품 시험장 시설을 기업이 공동 활용해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대구 달성의 투자 유치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시험장이 스마트 부품의 탄생지가 돼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에 무게, MB와 맞대결?
신공항 발언 후 잦아진 대구행 ‘민심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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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R&D(연구개발) 특구 출범식에서도 “대구와 대전, 광주를 잇는 삼각 테크노벨트를 구축해 각각을 교육과학기술특구로 지정하면 지역도 살고 대한민국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힘을 모으면 대구 R&D 특구는 세계적 특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대구·경북은 섬유·전자공단 같은 산업 지구로서 기능이 대부분이었는데 대구 R&D 특구를 통해 지식과 인력 공급을 강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면 대구·경북의 경쟁력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쟁력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친박계 의원 외에도 친이계 이명규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가 안팎에서는 사뭇 억제된 박 전 대표의 로우키 행보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평소 화법을 분석, 세종시 수정 논란 등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후 이에 대한 강조만을 했던 것처럼 침묵을 통해 자신의 ‘한마디’에 더욱 큰 무게감을 싣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부를 띄울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단 링 위에 올라가면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부터 이전과는 달라진다”며 “이 대통령과 확연한 대립각을 세우고 차기 대권행보를 본격화하기에는 이르다고 여기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박근혜 압박
대세론에 올무 놓나

신공항 백지화 사태와 관련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세종시 정국과는 달리 파괴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다섯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했다. 대구/경북(▼4.5%p)과 부산/경남(▼4.1%p) 등 영남권뿐만 아니라, 대전/충청(5.6%p) 등 타 지역에서도 일제히 하락, 전 주 대비 1.1%p가 떨어져 35.7%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중반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국정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1.3%p 상승하면서 52.0%를 기록, 2주 연속 50%대를 기록하는 등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요동쳤다.

그러나 이에 반해 박 전 대표의 신공항에 대한 강한 발언에도 불구, 전 주와 동일한 30.4%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켰다.

자산의 공약을 백지화시킨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아졌지만, 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이 큰 변화를 낳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도리어 박 전 대표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야권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전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박 전 대표의 신공항 발언을 비판하고 나선 것.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공항과 관련된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이고, 뒷북치는 것”이라고 잔뜩 날을 세웠다. 

모난 돌이 정 맞고
곧은 나무 먼저 찍혀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는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에게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 지사와 오 시장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약속보다 국익이 우선” “국익 전반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박 전 대표와는 다른 위치에 섰다.

정 전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박 전 대표의 신공항 발언에 대해 “속으로는 철저한 표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시 시작된 ‘정중동’ “박근혜 침묵 길어질 것”
승부수 던질 시점 아냐, 총선까지 ‘낮은 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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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의 반응도 썩 좋지 못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같은 날 대정부질문 대책회의에서 “공인은 나라를 위한 일인데 자기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자극적인 말로 맞설 게 아니라 논란의 중심에서 한발 떨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달 31일 “국가지도자라면 지역의 열망이 있더라도 국가 전체의 틀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에 맞는 입장을 용기 있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전방위 공세가 계속되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지난 3일 반격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보신각종은 울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울리지만 방울은 아무 때나 딸랑거린다”며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스토커들을 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본인의 침묵은 길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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