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원외교 조작 결정적 증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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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자원외교 조작 결정적 증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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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라 하베스트

1조4천억 인수한 정유사 계약 직전 알맹이 팔렸다

[일요시사 경제팀] 윤병효 기자 = MB 자원외교가 엉터리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정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돈만 날린 게 아니라 철저하게 농락까지 당한 사실이 본지를 통해 확인됐다. 캐나다 정유사는 석유공사로 인수되기 직전에 핵심분야라 할 수 있는 원유공급과 기름판매의 독점권을 미리 빼돌려 알맹이는 제3자에게 팔아먹고 석유공사에는 부채뿐인 껍데기만 매각한 것이다. 당시 자원외교를 총괄 지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정조사 출석에 대해 “구름같은 얘기”라고 둘러댔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자원외교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출석요구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10월 21일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에너지 트러스트’를 39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4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석유개발 부문만 인수하려 했으나 하베스트의 요구로 자회사인 NARL 정유사까지 인수하게 됐다. 석유공사가 NARL의 인수금으로 책정한 금액은 1조3700억원. 

껍데기 회사 인수

석유공사는 NARL 인수에 앞서 자문사인 메릴린치에 경제성평가를 의뢰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메릴린치는 하베스트가 건내 준 회계장부만 살펴보고 ‘수익성 밝음’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메릴린치 평가와는 반대로 NARL이 계속해서 적자가 발생하자 결국 석유공사는 4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8월 329억원에 미국회사로 매각했다.

이로 인해 석유공사가 입은 손해액만 1조3370억원이며, 그동안 지출한 운영비와 이자비까지 더하면 총 2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모두 국가예산으로 충당된 금액으로, MB정권에서 벌어진 부실 자원외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여기까지는 감사원 발표로 공개된 사실이다. 그런데 본지가 좀 더 세밀하게 취재한 결과 M&A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경영진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석유공사가 NARL을 인수한 시점은 2009년 10월 21일. 이로부터 9일전인 10월 12일에 하베스트는 비톨(Vitol)이라는 다국적 에너지물류기업과 NARL의 원유공급 및 기름판매에 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SOA(Supply and Offtake Agreement)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 캐나다 석유기업 인수
나중에 알고 보니 ‘기름판매권’ 없어 

계약에 따르면 NARL에 원유공급을 할 수 있는 곳은 비톨뿐이고, NARL이 생산한 기름의 해외판매도 오로지 비톨만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더구나 양사간 계약기간은 2년이며, 만료되면 2년을 자동연장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사실상 계약기간은 4년으로 설정됐다.

실제로 석유공사 확인 결과 NARL이 생산한 기름 중 10%는 정유사가 위치한 캐나다 지역에 공급하고 나머지 90% 해외판매량은 모두 비톨이 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톨은 2009년 11월 1일부터 2013년 10월 31일까지 4년의 계약기간을 모두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으로 인해 석유공사는 NARL의 오너기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로 기름 한 방울 가져올 수 없는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정유사의 핵심분야인 원유수급, 정제, 제품판매 가운데 원유수급과 제품판매 권한을 비톨이 가져 갖고, 정제는 석유공사의 비전문 분야임에 따라 사실상 석유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석유공사는 철저하게 하베스트 경영진들에게 농락당한 격이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석유개발 부문만 인수하려고 했다. 석유공사 경영진은 50여일간 하베스트 경영진과 만나 협상을 벌였다. 그런데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하베스트 경영진이 어깃장을 놨다. 다짜고짜 석유공사에 NARL 정유사까지 인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해외 석유기업 M&A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기업에 뺏기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석유공사의 추진력을 문제 삼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공개석상마다 최대한 빨리 M&A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히고 다녔다. 그리고 이는 외신을 통해 세계 곳곳에 그대로 전달돼 M&A에 조급해 하는 석유공사의 상황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M&A라는 게임판에서 석유공사는 모든 패를 드러낸채 게임에 임했던 것이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의 다급함을 읽고 협상 막판에 NARL을 끼워넣는 강수를 두었고, 하베스트 인수를 무산시킬 수 없었던 석유공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NARL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타 회사로 매각 모르고 ‘사인’
엉터리 자문하고 수수료 날려

석유공사가 NARL과 비톨간의 계약 내용을 파악한 것은 하베스트 인수를 확정한 후의 일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날에 대한 실사기간이 4일밖에 되지 않아 그에 앞서 체결된 비톨과의 계약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석유공사는 전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조3700억원의 국가예산이 투여되는 해외거래가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것은 MB의 자원외교가 근본도 없이 허세 속에서 진행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수백억원의 자문료를 챙기고 석유공사에 엉터리 자문을 한 메릴린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에 4건의 M&A 자문을 하면서 총 248억원의 자문료를 챙겼다. 하지만 자문한 사업 대부분이 적자 상태이고 엉터리 계약 내용까지 밝혀지면서 메릴린치의 부실 자문에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메릴린치가 자문사로 선정될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은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준 씨로 밝혀져 특혜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의혹 밝혀지나

이러한 가운데 여야는 오는 4월 6일까지 100일간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증인출석 대상을 놓고서는 아직까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출석을 요구 중이고, 여권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름 같은 얘기다. 추정해서 말하면 안된다”며 야권의 요구를 일축했고, 최경환 부총리는 “자원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자원빈국이 손놓고 있으면 되겠냐”며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ybh@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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