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덮친’ 이완구 총리 인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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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덮친’ 이완구 총리 인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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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인사청문회 직전, 선서하는 이완구 총리

박근혜 ‘활짝’ 김무성 ‘시큰둥’ 문재인 ‘시무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완구 의원이 갖은 난관을 뚫고 결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무총리가 됐다. 임명동의안을 표결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본회의 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의 불참이 예상됐던 것이다. 그러나 가까스로 본회의는 시작됐고 결국 찬성 148표 대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대통령으로부터 총리후보로 지명 받을 당시 이완구 의원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 못하는 총리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총리가 된다면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 쓴소리를 하겠다.”

가시밭길을 건너 결국 총리가 되고만 이완구 신임 총리는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 실권 2위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변화된 권력판도에 정치계는 각자의 셈법으로 여념이 없다.

갖은 난관
총리 등극

총리라는 자리는 공직자로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최고의 위치다. 예나 지금이나 흔히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불릴 정도니 그 위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의 총리는 명성에 비해 가진 역할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총리를 두고 ‘대독 총리’ ‘의전 총리’ ‘받아쓰기 총리’라 칭한다.

정홍원 전임 총리도 이러한 국민의 비난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2015년 1월22일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개각을 촉구하고 나섰을까. 이들은 “지금 대통령 주변에는 소위 ‘문고리 3인방’이니 ‘십상시’니 하는 이들을 포함하여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인물들이 진을 치고 있다”면서 “정홍원 국무총리 이하 모든 국무위원들도 국정을 힘 있게 이끌기는커녕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는 형국”이라고 통탄한 바 있다.

급기야 1월27일 기자들과 만나 “나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밝힌 정 전 총리. 그러나 여론의 평가는 상반되게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개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 총리 교체가 확실시됐지만 정 총리의 유임이 결정되면서 그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실세 부총리’라 불린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권력의 중심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박근혜정부의 총리 인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들이 모두 청문회까지 가보기도 전에 낙마하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박근혜정부 들어 중도사퇴한 총리후보자는 총 3명. 첫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아들의 병역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데 이어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문제로, 문창극 전 후보자는 친일사관 논란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친박계 인사
총리 대환영

청문회를 전후로 불거진 이 총리의 자격 논란에 문창극 후보자를 제외한 김용준, 안대희 후보자가 오히려 적격자였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전 총리후보자였던 김용준, 안대희) 두 분은 법조인으로서 정상에 섰던 사람들로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났다”며 “하지만 이완구씨의 경우는 그것도 안 된다. 많은 국민이 지금 통탄의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이어서 그는 “그래도 정홍원 총리는 적대감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며 이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정 전 총리가 더 나았다는 개인적 평가를 언급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

이 총리에 대한 사퇴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나왔었다.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졌던 16일 당일에 발표된 ‘이완구 총리 임명’ 조사에 따르면 ‘반대한다’는 의견이 51.9%로 ‘찬성한다’는 의견(38.7%)보다 13.2%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만큼 국민여론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표결을 밀어붙였고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했다.

총리 잔혹사 끝? 새로운 시작?
밀려나던 친박계, 구심점 찾아

이 총리가 당선됨으로 인해 앞으로 권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역대 총리와는 달리 이 총리는 ‘실세 총리’가 될 수 있느냐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막 총리가 된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우선 당·정·청이 이 총리의 후폭풍에 울고 웃고 있다는 측면에서 영향력은 충분히 보여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이 총리의 당선이 반가울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 총리가 지지율 하락으로 흔들렸던 국정의 중심을 다시 잡아 줄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이 총리가 점점 요직에서 밀려나고 있던 친박계 인사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의 청와대 입성을 반기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그동안 이어졌던 ‘총리 잔혹사’를 끊었다는 측면이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총리 카드가 결국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당장은 새로운 총리의 등장으로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지난 16일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당시 홍역을 겪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친박계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표결이 있었던 당일날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그를 총리로서 ‘부적합’하다고 답했다는 점은 앞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새누리당 내부에는 내년 총선을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다. 결국 이 총리의 등극은 박근혜정부가 그간 보여준 또 다른 ‘불통 인사’에 불과하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동시에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인사들은 충분히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총리의 임명동의안 표결 당시 본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야당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여론이 많다. 당장은 본회의에 참석한 것이 여당의 협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로 이어질 수 있지만 표로써 이 총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완구 국무총리

야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동정론도 확실히 존재한다. 만약 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재적의원 과반(148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여당은 표결을 밀어붙였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5일 발표된 새누리당 지도부의 전망에 따르면 소속의원 158명 중 수감된 2명과 이 후보자 본인을 제외한 155명이 출석 예정이었다는 점을 봐도 결과가 뻔히 보였던 상황이었다. 결국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반대의사를 보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야당에게,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비박계 인사
입조심 시작

단지 이번 기회로 충청권 민심과 반목하게 된 점은 문 대표의 최대 실수로 평가된다. 과거 문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통합을 해내려면 야당하고 안면이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쪽 50%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나는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당연히 호남인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충청권 지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충청도에서 총리후보가 나왔는데 호남인들이 문제 제기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등 충청과 호남 두 지역이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충청권 지역민들의 목소리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대전과 충남 거리에는 표결을 전후로 ‘충청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 보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는 야당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성 문구라는 측면에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목소리다. 이 총리가 낙마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비박은 총선 위해 눈치작전 시작
‘호남총리론’ 문재인 충청 눈치 살펴

표결 전 이 총리의 고향인 충청권에서 임명 찬성 의견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또 인사청문회 이후 지역민심이 결집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문 대표는 다시 한 번 충청권 지역민들을 자극할 수 있을 만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지난 13일 문 대표는 당시 후보자였던 이완구 총리 인준 여부를 놓고 ‘여야 공동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여론전을 통한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할 최상의 시나리오라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조사가 성사되지 못했음은 물론 충청권 지역민들의 반감만 사게 됐다.


 



▲ 이야기 나누는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민심에 근거해서 판단하자고 주장한 것”이라며 “민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준이 결정된 지금은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냐’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충청권을 중심으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이번 이 총리 당선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 총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김무성·유승민 두 대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절대협조를 약속했던 두 대표는 해외출장 중인 의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참석여부를 확인 받는 등 최대한 많은 의원을 참석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증세 없는 복지’로 공세적 자세를 고수해온 두 사람이 이번 이완구 총리 인준에서는 발 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서청원 의원에게서 “우리 모두 새누리당 정권임을 잊어선 안 된다. 어려운 문제는 완급조절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는 경고성 발언을 들은 후에는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김 대표가 내부 표 단속을 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총리의 당선이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 분란의 씨앗을 뿌렸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표결 전부터 이재오 의원이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드러낸 바 있는데, 친이계 대표인사로 불리는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의(大義)와 소리(小利)가 충돌할 때는 군자는 대의를 택하고 소인은 소리를 택한다. 정치인은 마땅히 대의를 택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는 곧 이 총리의 사퇴와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당 내부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표
충청 눈치

일각에서는 친이계의 호쾌한 선상반란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이계의 수장과도 같은 인물이 나섰으니 다른 인사들도 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 있지만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 증인출석’ 여부가 아직 남아 있고, 그에 관한 결정권을 친박계가 쥐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다수의 정계인사들은 결코 친이계가 반란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더 큰 것을 위해서 작은 것에 협력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총리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 나온 센 발언들은 단지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과는 달리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형태에서 국무총리가 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아마 이 총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는 후보자로 지명됨과 동시에 지금까지 줄곧 “쓴소리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해 왔다. 그것이 과연 우선 총리가 되고 보자는 식의 거짓발림이었을까 아니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 대권주자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을까. 결국 취임 후 보여주는 그의 행보에 정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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