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낳은 가학적인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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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낳은 가학적인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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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중 한 장면

엄마들의 포르노? 여자들을 위한 영화? 가학적인 성행위 묘사 충격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전 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지난 2월25일 국내에서 개봉함과 동시에 미국의 명문대생이 영화의 성 묘사를 표방해 기숙사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국내 개봉한 날 벌어진 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모방섹스로 인한 사고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57개국에서 개봉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한 모방 성 범죄 및 성 학대 관련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지난 2월25일 미국의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 신입생 모하마드 후세인(19·남)은 기숙사에서 동급생의 양손을 허리띠로 결박한 채 강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모방 사고 잇달아

미국과 영국에서는 수갑과 밧줄로 인한 성 관련 사고로 인해 비상이다. 미국 CNN 방송은 동명소설에 대해 “더욱많은 사람이 실험적인 섹스를 하도록 영감을 불어 넣었다”고 보도했으며 영국 BBC 방송은 “그레이 효과로 수갑 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섹스 장난감과 관련한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미국인의 숫자가 지난 2007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명소설 출간이후인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집중된 점은 그레이 열풍에 의한 모방 성 관련 사고로 보인다. 또한 영국의 런던소방국은 BBC 방송의 인터뷰를 통해 수갑, 쇠고리, 정조대 등 성 관련 신고전화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성인용품숍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더불어 성노예계약서를 작성한 후 주종관계 속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가 이뤄지는 새로운 성 문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관련 성매매업소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관련 사고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모방 섹스로 인해 논란이 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월16일 상영금지 처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레이의 열풍은 한 나라의 금지 처분으로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전세계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개봉 첫 주 오프닝 수익으로 6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예매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인 동명소설은 이미 전 세계 1억부 이상 판매고를 세우며 출판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영화 개봉으로 그레이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을 예상하면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성경책의 1억7000부(추정) 기록을 갱신할 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그레이의…> 중년 여성들에 인기
채찍·쇠사슬·수갑·가학적 성행위 묘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하는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아나스타샤 스틸의 파격적인 사랑을 관능적인 묘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둘의 관계는 그레이의 대사 ‘내 취향은 아주 분명해. 난 사랑 따윈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섹스야’를 통해 시작된다.

이후 그레이는 ‘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라며 스틸을 비밀의 방으로 초대한다. 세디스트(Sadist)인 그레이는 채찍, 깃털, 수갑, 밧줄 등 다양한 SM(Sadist vs Masochist) 도구를 활용해 처녀였던 스틸을 SM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레이는 돔(Dominance), 스틸은 섭(Submission)의 역할로 주종관계가 성립되며 스틸은 그레이를 주인님이라 칭하며 무조건 복종한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SM 플레이로 포르노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는 아이스플레이(얼음을 가지고 섭의 몸에 갖다 대는 플레이)와 본디지(밧줄, 수갑 등을 이용해 섭의 팔이나 다리를 묶어 억압하는 플레이), 스 팽(섭의 신체 부위를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가격하는 플레이) 등의 SM 플레이가 그려졌다. 그레이가 스틸에게 제안한 성노예계약서에는 ‘주먹을 항문에 넣기’ ‘천장에 메달기’ 등 수위 높은 SM 플레이는 계약서 수정 항목으로 처리돼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세디스트 성애자인 박모(24)씨는 “동명소설 6편 중 1, 2권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여자주인공 스틸의 모습은 두려움이 가득한 SM 입문자로 그려졌다”며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어 “SM은 성 학대가 아닌 개인의 성적 취향이므로 무조건 비난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충했다.

영화에 대해서는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빗발친다. ‘가정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남성과의 경쟁에서 끊임없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알파걸들이 그 피로를 달래는 작품’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여성이 성(性)을 즐기는 것이 신드롬이 되어 버린 건 여전히 억압 받고 있는 여성성에 대한 반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일명 ‘엄마들의 포르노(Mommy Porn)’로 불리며 30∼40대 여성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CGV는 개봉일인 지난 2월25일 여성만 입장할 수 있는 여성전용관을 신설해 다양한 경품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여성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성범죄자 욕망 자극?

개봉일 여성전용관을 찾은 이용선(32·주부)씨는 “각종 언론에서 ‘엄마들의 포르노’ ‘여성을 위한 영화’라는 별칭을 붙여 소개하고 있다”며 “성적 취향인 SM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나 보다 자극적인 성행위를 원하는 잠재된 성범죄자들의 성욕을 일깨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는 성범죄국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성범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영화를 통해 억압된 남성의 성적 욕구가 깨어나 보다 많은 여성들이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지적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 소설은?

전 세계 1억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E.L 제임스, 박은서 옮김, 시공사)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 ‘2초에 한 권씩 팔리는 책’, ‘다빈치 코드 이후 최고가 영화 판권 계약’, ‘최단기간 100만부 판매 돌파’, ‘100만부 이상 판매된 최초의 전자책’ 등 소설 역사상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에는 미국 <타임>지가 발표한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 베스트 10’에 선정됐으며 이는 2000년대 출판된 소설 작품 중 유일하다. 영국의 한 호텔은 40개 룸에 성경 대신 이 책을 비치해 화제를 낳았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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