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에 ‘정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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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박근혜정권에 ‘정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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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이 국민건강 운운하며 전폭적으로 담배 가격을 2000원 인상하여 서민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 박근혜정권의 의도와는 달리 연초에 보였던 흡연감소율이 다시 반등하여 예년 추세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는 치졸한 변명은 백일하에 거짓으로 판명 났다. 아울러 정말 담배가 박근혜정권이 서민의 피를 빨아먹어도 될 정도로 나쁜 물질인지 조선조 제22대 임금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민을 실천했던 정조(正祖)를 통해 살펴본다. 먼저 담배와 관련한 정조의 변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다른 기호품은 없었으나 오직 책 읽는 것을 좋아하였으니, 연구하고 탐닉하느라 마음과 몸에 피로가 쌓인 지 수십 년에 책 속에서 생긴 병이 마침내 가슴속에 항시 막혀 있어서 혹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즉위한 이래로는 책을 읽던 버릇이 일체 정무(政務)로까지 옮겨져서 그 증세가 더욱 심해졌으므로 복용한 빈랑나무 열매와 쥐눈이콩만도 근이나 포대로 계산하여야 할 정도였고, 백방으로 약을 구하여 보았지만 오직 담배에서만 힘을 얻게 되었다.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 정치의 득과 실을 깊이 생각할 때에 뒤엉켜서 요란한 마음을 맑은 거울로 비추어 요령을 잡게 하는 것도 그 힘이며, 갑이냐 을이냐를 교정하여 퇴고(推敲)할 때에 생각을 짜내느라 고심하는 번뇌를 공평하게 저울질하게 하는 것도 그 힘이다. 

일찍이 범희문(范希文, 송나라의 명 정승)의 ‘공적을 논하면 뜰 앞의 명협(蓂莢, 중국 요임금 때 났었다는 전설상의 상서로운 풀)에 부끄러울 것 없다’는 시구를 암송하면서 어쩌면 이 담배를 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고, 또 두자미(杜子美, 두보)의 ‘차를 서초(瑞草, 상서로운 풀) 중에 으뜸으로 칭한다’는 시구를 암송하면서 두자미에게 이 담배를 보게 하였다면 어찌 쉽사리 차를 으뜸으로 여겼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뿐만 아니다. 정조는 훈어(訓語, 가르치는 말)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다.

『담배가 사람에게 유익한 점으로 말하면, 더위를 당해서는 더위를 씻어 주는데 이는 기(氣)가 저절로 평온해지므로 더위가 저절로 물러가게 된 것이고, 추위를 당해서는 추위를 막아 주는데 이는 침이 저절로 따뜻해지므로 추위가 저절로 막아지게 된 것이며, 밥 먹은 뒤에는 이것에 힘입어 음식을 소화시키고, 변을 볼 때는 이것으로 악취를 쫓게 하고, 또 잠을 청하고자 하나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이것을 피우면 잠이 오게 되며, 심지어는 시를 짓거나 문장을 엮을 때,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그리고 고요히 정좌할 때 등의 경우에도 사람에게 유익하지 않은 점이 없다.』

행동으로 백성을 구휼했던 정조의 이러한 변은 말로만 서민을 외쳐대는 박근혜정권에게 미친 소리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하여 내친 김에 개념조차 상실한 듯 보이는 박근혜정권에 정조 시절 실학자이며 사검서 중 한 사람이었던 청장관 이덕무의 시 ‘下元夜集觀齋(하원야집관재, 10월 보름밤 서상수의 집에 모임)’ 중에서 한 구절 소개한다. 

『螺煙生妙想(나연생묘상) 맴돌며 오르는 담배 연기에 기묘한 생각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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