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원칙 없는’ 국책사업 ‘후유증’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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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원칙 없는’ 국책사업 ‘후유증’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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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최선입니까?" ‘신(新)지역감정’에 팔도강산 ‘티격태격’

대통령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국책사업 공약 후유증으로 지역 분열이 격화되고 국론이 찢기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MB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LH공사 본사 이전, 과학벨트 선정에 이르기까지 거론되는 국책사업마다 하나같이 국론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 이에 전국은 사분오열됐으며 지역갈등이 확산되고 무차별적인 분쟁만이 횡행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 “추진 힘든 국책사업 과감히 재검토”
'나눠주기'식 결정, 지역갈등 국론분열 주범 ‘정부’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선정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익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하지만 정부가 갈팡질팡해 지역갈등만 초래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적 고려 아닌
국익 위한 정책적 결정"

세종시 문제로 시작된 국책사업 갈등은 동남권신공항 전면무산, LH공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 과학벨트를 입지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의 갈등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돌아선 영남권 민심을 LH공사의 진주 일괄이전으로 달래고, 진주 이전으로 결정됐던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보내는 국책사업을 ‘나눠주기’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에 “국론분열 주범은 정부”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간 사생결단식 경쟁을 불러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고한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투명한 절차와 공정성을 기했다면 이렇게까지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역민들은 무원칙, 무소신, 무책임한 정부의 행태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관리 부재와 리더십 실종이 빚은 이번 참극은 향후 국책사업 수행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껏 지속되어온 현상이다. 국책사업 선정 시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소신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일방통행적인 소통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급기야 감정의 골이 깊어 폭발할 때까지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와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민심을 얻고자 함이 아닌 표를 얻기 위해 사전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나 사업성 검토 없이 공약을 남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약을 남발해 표를 얻었으면 공약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되고나서 줄곧 무단방치 했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공약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에 따르는 합당한 이유와 함께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하지만 ‘요지부동’인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불신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할 땐 사업 타당성이라든가 경제성이라든가 전문가의 의견을 모두 검토해 공약을 하는 건 아니다”고 못 박았다. 17대 대선 당시 동남권신공항을 공약해 얻은 영남권의 절대적 지지와 과학벨트 공약으로 사로잡은 충청권 표심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자체나, 중앙정부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나 공약을 할 땐 좀 더 신중해야한다”고 충고까지 했다. 자신이 환심성 공약으로 당선되고 나서 이행할 자신이 없어지자 지자체의 반발에 대해 ‘신중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이러니 하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은 장관과 정치인, 눈치 보기 급급한 참모진, 지자체장의 과욕 등이 어우러져 ‘리더십 부재, 국론분열’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더십 부재에
원칙 부재도 한 몫

한편으로는 원칙 부재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LH공사 이전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사항이었음에도 정부는 토공과 주공 통폐합 당시 ‘통폐합 후 분산 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동안 LH 이전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분산배치를 약속해 왔지만 끝내 이를 지키지 못했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결정도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공약의 벽’을 뛰어넘은 사례로 꼽힌다. 동남권신공항은 MB정부가 집권 중반까지 유지해오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동남권신공항을 만들어 세계로 통하는 하늘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동남권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는 ‘경제성 부족’이란 이유로 전면 백지화됐다.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또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신년간담회에서 “추진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선거과정에서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있었다”고 충청권 유치 공약을 부인해 논란이 가열됐다.

정치권 “공모하고 시간 끌면서 분란 야기했다”
청와대 “법률 절차 따라 객관적 선정 절차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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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며 과학벨트는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광주시와 전남도, 대구와 울산, 경북 등의 지자체는 과학벨트 유치에 적극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역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과학벨트를 공모제로 선정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올 초 정부가 '백지화'를 선언,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 심한 지역갈등 양상을 빚었다.

정부의 이러한 모습에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화합하게끔 해야 할 정부가 없던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업성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했다,

표심 얻기 위한
환심성 공약 남발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각각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섰다. 최근 정부가 각종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당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경쟁력 강화라는 대원칙 하에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 대한 보완책을 정부와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제부터는 총선과 대선에서 발표되는 각 정당과 후보의 공약에 대해 철저한 매니페스토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책사업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만으론 풀 수 없는 문제다. 지역여론, 예산문제, 사업성 검토 등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처럼 공약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또 다른 대형 국책 사업 등의 공약이 남발 할 것이란 지적이다.

문제 해결 위해
방법론들 제시돼

현재 정치계와 학계에서는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책사업과 관련해 선호시설과 혐오시설을 묶어야 한다는 주장과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는 국책사업 희망 지자체는 소요예산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정부 지자체 전문가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국책사업을 조정하거나, 독립적인 상설 기관을 만들어 국책사업을 선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과 관련된 대형 국책사업은 아예 대선 공약으로 내놓지 못하게 금지하는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메니페스토제도를 강화해 공약 검증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 됐지만, 지난 2006년 여야는 지방선거부터 선거공약의 적절성과 공약의 충실한 이행 여부를 따지는 매니페스토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국책사업 결정은 정부의 일괄된 원칙과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나.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의 결정은 많은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며 "지역 갈등과 국론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책사업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8일 5·18 민주화 항쟁 기념사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점’이라면서도 신공항과 LH공사, 과학벨트 입지 선정 등 국책사업에 따른 지역 갈등을 염두에 둔 듯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와 이익을 일방적으로 주장해 대립과 투쟁으로 번지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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