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도 아니고… 의사 성과급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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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맨도 아니고… 의사 성과급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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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봉?…병원서 바가지 쓰게 생겼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사의 과잉진료 실태를 돌아보고 서울대병원의 파업에 대해 짚어보자.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과잉진료 건수를 조사한 결과 2억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 많을수록
의사 월급 많아져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4503만건, 2011년 4836만건, 2012년 4976만건, 2013년 4526만건, 2014년 4488만건이다. 과잉 진료 조정 금액은 2010년 2912억원, 2011년 3222억원, 2012년 3546억원, 2013년 3563억원, 2014년 3822억원으로 총 1조7065억원에 달해 과잉 진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김의원은 “과잉 진료의 피해가 국민에게 쉽게 전가됐다는 뜻”이라며 “적정 진료를 시행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회 이동훈 보험과장은 “병원의 과잉진료 제공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4월, 진료비에 대한 객관적 심사와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적정성 여부 평가로 과잉 진료 및 부당 청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환자들의 진료비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너도나도 과잉 진료를 보고 있어 의료계의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들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탓에 의사의 진료 소견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 심평원에 조정안을 제출한 수치보다 과잉진료를 받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실손보험사의 손실률에 따른 국민의 보험료 부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감 훼손, 국민의 의료선택권 침해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의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보면 급여진료비 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료계의 과잉 진료로 손해보험사의 손실률이 커짐으로써 오는 9월부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비급여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20%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심평원의 민영 손보사 심사 위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8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유난희(21)양은 “눈이 작아서 쌍꺼풀 수술만 하려고 갔다가 코 성형까지 함께해야 자연스러운 얼굴이 된다는 의사의 권유에 코 수술까지 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은 추가 수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수익창출 위해
수술강행 우려

성형외과의 무분별한 과잉 진료로 인해 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이사회는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으며, 과잉 진료를 예방하기 위한 성형외과 윤리위원회가 신설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지난달 과잉 진료와 검사를 억제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신설 방안을 내세웠다. 정형외과 윤리위원회에서는 관리 규정으로 과잉 진료 병원을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부 정형외과에서는 나일롱 환자들을 장기 입원시키거나 제대혈주사, 프롤로테라피, PRP주사, 줄기세포주사 등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면서 과다한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기자회견 갖는 서울대병원분회 회원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지난해 4월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를 주축으로 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는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갑상선암 과잉 진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를 문제 삼았다.

당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은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갑상선유두암으로 나타난 반면 악성인 갑상선역형성암의 발생빈도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갑상선암 진료 추이를 살펴보면 논란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연평균 15.8%의 증가추세를 보인 갑상선암 수술이 2012년 4만4783명에서 2013년 4만3157명으로 3.6% 감소했다. 이후 2014년에는 24.2% 감소한 3만2711명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를 거부하고 고가의 수술·시술을 하지 않는 정직한 의료’를 모토로 내건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생기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정답병원의 건물에는 ‘꼭 필요한 수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과잉 진료 사례를 공개해 과잉 진료 없는 정직한 병원으로 앞장서고 있다.

5년간 과잉진료 2억3000만건
조정금액만 1조7065억원 육박

정답병원 조기현 원장은 “의사의 실력이 같다면 진단 역시 동일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수술이나 시술의 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고가의 수술 등을 권유하는 행위는 의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과잉 진료가 외환위기 이후 재정이 어려워진 병원이 수익 증대 목적으로 시작돼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측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의사의 성과급제를 도입, 이로써 과잉 진료의 양상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사 개개인이 봉급을 높게 받기 위해 환자에게 병원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말이다.

손보사 손실 걱정
자기부담금 확대

지난 2011년 보건의료산업학회지에 게재된 <병원의 성과급제 운영실태 및 활성화 전략> 논문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 120개 병원 가운데 89개 병원(74.2%)으로 나타났다. 설립형태별 성과급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공병원의 94.4%, 민간병원의 70.6%가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수입 실적의 일정률을 정해놓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21개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에 대한 일정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병상규모별로는 5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수입 실적 기준으로,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 기준에 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제 시행 병원을 대상으로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체 89개 병원 중 52개(49.5%) 병원이 수익증대라고 응답했고, 33개(31.4%) 병원이 직원에 대한 우대라고 답했다.

 



▲ 기자회견 갖는 서울대병원분회 회원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지난 4월 한길리서치센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명 중 4명이 과잉 진료의 근본 원인으로 의사의 성과급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립대병원 이용 응답자의 83.1%도 성과급제가 과잉 진료를 유발한다고 답했다.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3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분석한 성과급제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환자의 건강과 무관한 처방 및 처치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병원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됨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미성과급여자의 능력 저하 ▲성과급제의 의료부문 성과의 지표평가의 기준 모호 등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서비스 저하 지적
표준진료지침 개발 10년째 진도 없어

실제로 서울대병원분회가 근거로 제시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해당 병원의 경상이익에 따라 인센티브 수당이 차등 지급되고 있었다. 경상이익 70억∼1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0%, 110억∼1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60%, 150억∼20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10%, 200억∼2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60%, 250억∼3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10%, 310억∼37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60%, 370억원 이상이면 기본급 월총액의 310%를 지급하는 임금 협정을 했다.


 



▲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 운영 보라매병원은 로봇수술의 활성화를 위한 로봇수술 수당 지급을 운영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로봇수술의 종류에 따라 건당 30만∼50만원의 수당을 수술 집행 의사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연세세브란스병원 양승철 교수(현 강남차병원)가 “병원들이 기존 복강경수술과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로봇수술을 수익 창출을 위해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양심고백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가 의료계의 암 덩어리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표준진료지침 개발이 10여년간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표준진료지침 개발을 지난해 6월까지 담당부서 및 전문기관 배정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알아서 해결해”
보건당국 팔짱

감사원 측은 “지침에 기초한 지표를 개발하여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최적의 의료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과잉 진료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관리 부서를 지정하고 표준진료지침 개발의 우선순위 및 매뉴얼 등을 정비하는 한편 그 지침을 단계적으로 개발·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진료지침은 표준적인 진료 방법과 절차를 적어 놓은 의료 안내서로서 과소·과잉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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