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찬 무대' 거침없는 대권행보 속내

한국뉴스


 

'칼 찬 무대' 거침없는 대권행보 속내

일요시사 0 708 0 0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16일, 이완구 전 총리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직후 기자회견 직전 인사를 하고 있다.

김-무성의 무-한도전 성-공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당연히 김무성 세상이죠.” 4·29재보궐선거 이후 새누리당 내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한 여권 관계자의 대답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박이고 친박이고 떠나서 모두 김무성·유승민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김무성 전성시대.’ 현재 국회 내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꺾은 ‘무대’의 활약에 대권 무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이미 ‘전가의 보도’는 김무성 대표의 손에 쥐어져 있다. 차기 대선까지 가는 쾌속선 티켓을 손에 쥔 김 대표의 앞에 무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무성대권
전성시대

비결은 단 하나다. 선거 승리, 그는 마치 10월만 되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삼성라이온즈처럼 새누리당에 ‘승리의 DNA’를 탑재시켰다. 그간 리더쉽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세력도 많았지만 이번 한방으로 모든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 버렸다.

4·29재보선은 한마디로 그의 압승이었다. 새누리당은 선거가 치러진 4곳 중 3곳에서 승리했다. 가져오지 못한 1곳은 광주 서구을 지역으로 이미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그마저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차지, 새정치연합에 대한 견제에 성공했다는 정계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서울 관악을 지역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항간에는 정치거물 정동영 전 의원이 등장함으로써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바 있다. 지역 색깔을 고려해 봤을 때도 어려운 싸움이 예상됐다. 당초 관악을은 서울에서 대표적인 야권 우세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오죽하면 ‘야권의 심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오신환-오세훈을 필두로 한 ‘오브라더스’가 새누리당의 묵은 체증을 뚫어버린 것이다. 관악을은 27년간 여권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에게 패한바 있다.

재보선 승리 직후 새누리당은 축제분위기였다. 당시 서울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은 웃음과 박수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자리에 참석한 당직자와 지지자들은 “김무성! 김무성!”을 연호하며 기뻐했다.

결국 재보선 승리로 김 대표는 여러 가지를 얻게 됐다. 그 중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떨어지는 지지율에 노심초사였다. ‘성완종 사태’ 이후 지지율이 4주 동안 하락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41.8%에서 36.8%로 무려 5%포인트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 4·29재보선 승리가 하락세에 브레이크를 걸어줬고 오히려 반등에 성공하게 만들어줬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에 ‘산소호흡기’를 대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 대표 덕분에 박근혜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성완종 사태로 인해 성장판이 뜯겨나갔던 상황에서 재보선 패배가 겹쳤다면 일각에서 얘기한 ‘데드덕’에 방아쇠가 당겨지는 꼴이 될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순간을 김 대표의 힘으로 벗어났으니 ‘구세주’나 다름없다.

재보선 승리
선거의 남왕

청와대 입장에서는 김 대표에게 빚을 졌다는 채무의식이 생길 법하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선거결과 발표 후 가진 회의석상에서 김 대표를 ‘선거의 남왕’이라 칭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에 착안한 표현이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님이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서 4800km를 다니셨는데, 오늘은 제가 업어드리겠다”며 김 대표를 업는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친박계 대표 인물 중 한 명인 김 최고위원의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쉽게 넘길 수 없는 장면이었다.

4·29재보선이 치러지기 전 상황을 봐도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남미 4개국에 대한 순방길에 오르기 전,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정국을 물들이고 있던 그 시점에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독대를 선택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독대는 약 4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자진사의를 끌어낸 것도 김 대표라는 말이 있다.

김 대표는 대권후보 0순위로 올라섰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4월27일부터 5월1일까지 19.2%로 전주대비 5.7%포인트 상승해 2014년 10월 1주차에 기록했던 자신의 최고기록 18.5%를 약 7개월 만에 경신했다.

4·29재보선이 낳은 스타 ‘무대’ 활짝
문재인 턱밑 추격, 지지율 역전 성공?

선거 직후 조사를 보면 상승세를 더욱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4월30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는 23.4%를 기록, 하루 만에 7.1%포인트 급등한 반면, 문 대표는 3.3%포인트 하락한 23.6%를 기록, 차이가 불과 0.2%포인트로 좁혀졌다. 김 대표 입장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지지도 순위에서 지난 1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문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5월 둘째주 지지율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은 한순간에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특히 미니선거라고 불리는 재보선 승리에 도취한다면 언제든 빠질 수 있는 것이 지지율이다. 일례로 2011년 4·27재보선에서 승리한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대선 지지율이 수직상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2위에 오른바 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중순 경 지지율은 연일 하락폭을 기록했고 결국 급등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과연 김 대표에게도 손 전 대표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인가? 일각에서는 그러한 ‘지지율 수렴’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지지율이 단순한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지금 김 대표는 한 손에는 ‘당권’을, 또 다른 손에는 ‘공천권’을 쥐고 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다. 2016년에 총선이 예고돼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크다.

우선 당직 인선에 있어서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가 비어있다는 점이 큰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장의 경우 2014년에 있었던 7·14전당대회 이후 10개월 가까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전략의 핵심이라 불리는 이 자리에 누구를 선임할지 정계관계자들은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경기 성남에서 승리한 신상진 의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 등이다.

당권·공천권
무소불위 힘

국회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점은 김 대표의 지지율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뒷받침한다. 7·14전당대회 전후로 몇몇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 대표가 당대표 자리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공천권을 가지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당대표가 가질 수 있는 핵심권력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경 김 대표는 “과거에는 권력자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그 지역에 살지도 않는 사람을 공천하고는 했다. 못난 짓이었다”며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공천권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 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 측 관계자는 “밉보였다가 공천권 못 얻으면 정치인생 끝나는 것 아니냐”며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대표의 현재 위치를 잘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려를 나타내는 의원들도 있다. 주로 친박계 의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자칫 공천컬러가 ‘친박의 눈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서청원 최고위원은 4·29재보선 승리 직후 김 대표를 향해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말 것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은 4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정부와 청와대와 함께 단합했으면 좋겠다고”고 전했다.

김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도 상승세를 이끌어갈 주축 전략으로 꼽힌다. 오픈 프라이머리, 즉 완전국민경선제는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김 대표의 핵심공약 중 하나다. 정치평론가들은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개혁 이미지 구축 ▲계파 갈등 최소화 ▲당내지지 유도 등을 통한 대권주자 굳히기로 보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반목하고 있다. 결국 개정안은 끝내 4월 임시 국회를 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1년 남은 총선, 김무성 눈치 봐야 산다
청와대·친박·새정치 집중공세 ‘견뎌낼까?’

친박계는 개정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을 넣는 문제를 놓고 비박계 지도부를 거세게 몰아 세웠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우리가 50% 합의를 해놓고 (추후 실행하지) 않을 경우, 당의 미래는 지뢰를 밟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며 이번 개혁이 영합주의적 포퓰리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여·야 합의 결과를 알게 됐다”며 지도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청와대도 불쾌해했다.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지난 2일 청와대는 ‘월권’이란 단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여·야 지도부가 만나 합의한 내용이 개혁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합의 내용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다, 연금개혁 실무기구는 국민연금을 논의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나온 비판의 배경에 대한 해석은 따로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원래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의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김 대표가 개혁을 주도하는 것처럼 나서서 공을 뺏어가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국가재정 때문에 담뱃값도 인상하고 공무원연금도 낮추는 건데 국민연금 연계 얘기를 하니 청와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이어갈까?

순항하고 있는 김 대표를 두고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김 대표의 과거와 배경이 발목을 잡게 될 날이 올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재벌가 출신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발언 논란 등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콘텐츠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 대표는 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원내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아젠다를 가져오기 힘들다. 최근 몇 년간 국정의 화두가 ‘경제’였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가는 대목이다. 김 대표의 측근들 중 그만한 지략을 발휘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도권 표심 흡수도 과제다. 김 대표는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다. 이번 4·29재보선 승리를 통해 전국구로 떠올랐지만 아직 서울지역 표심을 완전히 잡았다고 말하긴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김 대표의 민생행보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더욱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김 대표는 이러한 변수를 극복하고 대권을 잡을 수 있을지, 우선 ‘20대 총선’이라는 거대한 산부터 넘어야 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의 볼멘소리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지난 7일 공무원연금개혁의 4월 임시 국회 처리가 무산된데 대해 책임을 물으며 공세를 펼쳤다.

“공무원연금 처리 무산, 박근혜·김무성 사과해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청와대가 앞장서서 근거 없는 수치로 연금괴담을 유포하고 국민을 호도하더니 결국 여야 합의마저 뒤집었다”면서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사회적 합의를 뒤집으면 박근혜정부는 신뢰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특위 간사 중 한명인 강기정 의원은 “어제 무산은 야당의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김무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생긴 일로 친박·비박 계파싸움과 새누리당의 내분을 감추려는 정치적 계산을 100만 공무원과 국민의 이익과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목>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