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세자매 자살 '미스터리'

한국뉴스

부천 세자매 자살 '미스터리'

일요시사 0 1005 0 0
▲ 부천 세자매 자살 <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어렵지도 않은데 극단적 선택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세 자매가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죽음을 택한 이유는 ‘사는 게 힘들다’ 였다. 언니 둘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했고, 막내는 안방에서 목이 졸린 듯한 상처를 입고 숨졌다. 하지만 그들이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써는 이들 세 자매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지난 5월25일 오전 4시쯤 부천 원미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12층에 사는 김모(33·여)씨와 바로 아래 동생 (31·여)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는 “주차장 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두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2명은 지하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 지붕으로 추락한 뒤 플라스틱 덮개가 깨져 통로 바닥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해 이들의 집으로 올라가 보니 막내(29·여)가 안방에서 누워 숨져있었다. 막내 동생 목에는 졸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필체로 쓰인 유서에는 "사는 게 힘들다.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 시신은 화장해 뿌려 달라"는 내용만 있었다.

[미스터리1] 명확치 않은 이유

세 자매는 모두 “사는 게 힘들다”고 유서에 밝히고 있다. 이들은 다섯 자매 중 아래 셋이다. 1993년 무렵 아버지가 사망한 뒤 첫째·둘째는 분가했다. 아래 셋은 어머니 박모(62)씨와 함께 살아왔다. 어머니는 간병인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넷째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 셋째와 막내도 각기 다른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두세 달 전쯤 시청 시설 감사에 적발돼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그만뒀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 일단 이들 자매가 실직 또는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활고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먼저 이들 자매는 2억원이 넘는 어머니 명의의 집에서 살았다는 점이다. 또 압류나 경매·융자 등이 물려 있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 박씨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 다시 말해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도 아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단 한번도 구청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 등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다.  

[미스터리2] 어머니는 몰랐나

어머니 박씨는 최근 직장을 잃은 셋째와 막내가 상심이 컸다고 전했다. 또한 셋째는 문을 닫은 어린이집을 인수하려 했지만 돈이 부족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자매가 최근 직장에서 실직한 사실을 파악하고 갑작스러운 실직이 자살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린이집 교사 재취업은 어렵지 않은 직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셋째는 10년간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취업이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막내 목 졸려…두 언니는 베란다 투신
취직? 생활고? 죽음 택한 이유 불분명

설사 이들 자매가 실직 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머니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들은 증언했다. 더 나아가 넷째는 숨지기 전까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다. 실직 때문에 세 자매가 자살을 택하기에는 이유가 뭔가 부족하다.

[미스터리3] 타살 가능성 없나

지난 5월28일 국립과학수사연수원의 부검 결과 세 자매 모두에게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집안에서 숨진 막내의 시신에서만 목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경찰은 셋째와 넷째도 목 졸린 흔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이들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돼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발표를 유보한 것뿐이라고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보다는 동반자살로 수사 방향을 기울고 있다. 하지만 동반자살로 볼 경우 세 명이 모두 목 졸린 흔적이 있다는 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로의 목을 졸랐다 하더라도 최소한 마지막에 죽기로 한 한 명은 목이 졸린 흔적이 없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동반자살을 결심한 세 자매가 어떤 식으로든 서로 바꿔가며 목을 조르다 실패하고, 막내만 죽자 남은 언니 둘은 나중에 투신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세 자매가 서로 자살을 도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스터리4] 갈피 못잡는 경찰

어머니 박씨는 “전날 밤 11시 쯤 집에 들어와 보니 딸들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기에 자정쯤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며 “딸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씨는 출동한 경찰이 집에 찾아온 뒤에야 잠에서 깨 딸들이 숨진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평소 세 자매를 봤던 주변인들도 그들이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풍족한 형편은 아니지만 빚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세 자매가 생활고 때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이들 세 자매의 정확한 자살 동기를 조사하기 위해 세 자매의 금융거래 내역과 휴대전화 통신 기록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세 자매의 휴대전화 모두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통화 내역 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무엇도 확실하다 볼 수 없다”며 “다만 자택 침입 흔적이 없고 세 자매의 어머니 역시 경비원이 알려주기 전까지 딸들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따라 타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현재 경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자매가 가족이나 지인 간의 갈등은 없었는지 개인적 문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수사 중이다.

<min1330@ilyosisa.co.kr>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