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백수오 조짐’ 댕기머리 사태 막후

한국뉴스


 

‘제2의 백수오 조짐’ 댕기머리 사태 막후

일요시사 0 782 0 0

믿고 쓴 탈모자들 뒤통수 ‘퍽’

[일요시사 경제부] 박호민 기자 = 댕기머리샴푸가 소비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댕기머리가 제조공정을 속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화된 공정방식 덕에 식약처로부터 CGMP(우수화장품 제조·품질관리기준)를 받았지만 슬그머니 공정을 바꾼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1999년 세상에 등장한 댕기머리의 15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댕기머리샴푸를 제조하는 두리화장품이 샴푸 제조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신고한 방법과 다른 제조공정을 거친 사실이 드러났다. 댕기머리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발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애매한 내용으로 사과해 논란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었다. 결국 논란이 거세지자 조혜정 두리화장품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해야했다. 

딱 걸렸네 

지난달 29일 댕기머리가 식약처에 신고한 제조방식과 다르게 제품을 제조한 사실이 담긴 내부문서가 유출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파장은 컸다.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며 댕기머리 제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의약외품에 사용되는 추출물 식약처 허가사항에 개별추출로 허가를 받음. (금산공장 혼합추출) 또, 약초추출실 소형추출기 부족 및 저장조(미생물검사 대기 저장조) 부족함’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식약처에는 ‘개별 추출’, 즉 약재를 따로따로 달여 원료를 얻는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섞어 달이는 ‘혼합 추출’을 하고 있었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댕기머리는 그동안 홈쇼핑 등을 통해 여러 한약재를 각각의 성질에 맞게 개별적으로 달여 약효 성분을 추출했다고 소비자들에게 홍보해 왔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과장 광고를 한 셈이다. 

댕기머리의 한 관계자가 “(식약처에 신고한 대로) 개별추출로 48시간 달이려면 소형 추출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보유한 설비로는 현실적으로 (개별추출이) 어렵다”는 내부증언도 함께 나오면서 회사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제조 공정을 속이는 것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제조 방식에 따라 변형된 한약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성 신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댕기머리는 한약재를 몇 가지를 무려 34가지나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걸 혼합하게 되면 이러한 약리효과가 검증을 받을 수 없고 특히 다른 것들이 혼합됐을 때 안전성에 있어서 이렇게 검증이 되지 않으면, 안전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 공정의 차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댕기머리 제조사 두리화장품 측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댕기머리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혼합 추출을 하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개별 추출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 않냐”며 “그게 몇 년 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아직도 해결을 못하냐”며 직원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댕기머리는 제조공정을 속인 혐의가 드러나자 논란의소지가 있는 사과문을 발표해 빈축을 샀다. 

지난달 29일 제조공정 문제를 제기한 보도가 처음으로 나가자 댕기머리는 그날 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이 문제였다. 사과문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댕기머리는 의약외품과 화장품류로 분류되는 제품군이 있는데 그중 문제가 되는 제품군은 화장품류였으며,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댕기머리 제품은 개별추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탈모방지에 의약적 효과가 있는 의약외품의 댕기머리 제품군은 정상적인 공정으로 출시가 되고 있으니 소비자는 안심하고 사용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의약외품은 질병의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의 효능과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제조허가와 등록허가의 기준이 화장품류보다 높다) 

하지만 사과문은 역효과였다. 의약외품에 대한 제품도 개별추출이 아닌 혼합추출 방식을 사용해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댕기머리는 논란이 된 사과문을 내리고 조 사장이 직접 나서서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해야 했다. 

조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댕기머리)가 허가상으로 개별 추출을 했는데 혼합 추출을 했다는 건 어느 누가 볼 때도 잘못된 내용이다. 모든 책임은 위에서 관리·감독을 못 한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최근 터진 ‘백수오 사태(아래 기사 참조)’와 오버랩 된다”며 “댕기머리의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댕기머리는 광고와 제조 업무가 정지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식약처에서 두리화장품이 제조한 ‘댕기머리진기현샴푸액’ 등 75개 품목에서 약사법 위반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요 위반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방법 미준수(55개 품목), 품질시험검사 일부 누락(20개 품목) 등으로 내부 문서의 내용과 유사했다. 

제조 정지될 듯 

식약처는 댕기머리진기현샴푸액 등 55개 품목은 제조과정에서 각각의 첨가제를 개별 추출하도록 정해진 제조방법을 준수하지 않고 혼합·추출했으며, 제조·품질관리 기록서도 허위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제품 가운데 2개 품목은 제조·광고 업무를 정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수오 사태는?

백수오 사태는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을 조사한 결과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9.4%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면서 발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대부분의 백수오 원료를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당시 코스닥 시총 9위)은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또, 백수오 제품을 시중에 유통 시킨 홈쇼핑 등은 수천억 단위의 환불 문제로 현재까지도 소비자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호>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